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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Feb 01. 2019

(서평)『내향인 입니다』진민영 지음

어떤 방식이든 내가 더 행복한 것이 정답

내향인입니다 - 어떤 방식이든 내가 더 행복한 것이 정답
진민영 에세이 / 책읽는고양이 / 이원종 서평




저자의 말처럼,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말을 듣고 좋아할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 말을 별 뜻 없이 상대에게 내뱉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사회성이든 자신감이든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상대에 대한 선입견이 깔려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성적'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그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을 가리켜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외성적'이란 말은 쓰이지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아마도 '내성'이란 두 글자를 모두 바꿔야 더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상대적으로 어감이 덜 부정적인 '내향인' 이란 말로 자신의 성향을 규정지었다. 그리고 내향인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그저 여러 유형의 성격중 하나의 성격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 말한다.





사실 우리는 조금 혹은 많이 더 내향인에  가깝거나 외향인에 가까울 뿐이다. 사람을 꼭 어떤 틀에 끼워 맞춰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지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노력이라면 가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내향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가장 먼저 소개된 내향인의 특성은 ‘고민을 타인과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고민이나 괴로운 일,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그것을 털어놓으며 해소하려한다. 그러나 내향인 에게는 그게 해소의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부정적인 감정이 깊어지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별로 속이 후련해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괜한 말을 꺼냈다는 후회와 자책감만 깊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억울함을 밝히지 말라’는 보왕삼매론의 한 구절을 인간관계의 원칙으로 삼고 있는 나 역시도 공감을 하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혼자 고민하며 끙끙 앓지 말라’고 하는 것도 하나의 사회통념인 셈이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내향인은 고민의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거나, 결국 자신만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정답은 자신의 감정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지고, 기분이 나아지고 씩씩해졌다면 그게 정답이다. (16쪽)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혹은 오래된 친구라 하더라도, 아무 말 없이 같이 있는 것은 왠지 불편하다. 뭔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이런저런 말을 꺼내 보지만, 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대화를 간신히 이어가다가 그마저도 곧 끊기고 만다. 이런 상황을 겪으며 나 자신이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그냥 말없이 있으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침묵한다고 해서 상대가 싫거나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니다. 내향인에게 침묵과 고독은 진정한 휴식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수단이지만, 그런 침묵은 사회로부터 배려 받지 못할 때가 많다. 축제나 콘서트 같은 자리에서 야광봉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호응하고, 광란의 분위기 속에서 몸을 흔드는 일은 저자에게 있어 괴로움의 시간이었다. 


이런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 하는 내향인을 두고 사람들은 ‘잘 못 노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다양한 놀이와 즐길 거리가 있고, 그것을 향유하는 방식 또한 천차만별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쌓아놓고 희열을 느낄 수도 있고, 또 어떤 누군가는 음악 감상을 하며, 그림을 그리며, 영화를 보며, 여행을 하면서 그 어떤 일보다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다. 즉 자신의 본성에 맞게 살면 되는 것인데, 아직도 그렇게 사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외향인과 내향인을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알기 쉬운 척도는 에너지를 밖에서 얻는지 안에서 얻는지의 여부이다. 다시 말해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은 내향인, 바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은 외향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향인이라고 해서 항상 낯을 가리고 외향인이라고 항상 사교적인 것만은 아니다. 저자와 나 자신의 공통적인 경험상 대중강연을 하는 사람들 중 내향적인 사람들도 많다. 사람과의 관계 역시 내향성, 외향성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소통을 위해 고민을 하고 노력했느냐에 달린 것이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상대하는 사람도 편하고 자연스럽다. 

외향인이든 내향인이든 누구에게나 자아성찰의 시간은 필요하다. 이것은 이견이 없는 사실이고, 이 분야에 있어서는 내향인이 더 유리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차분히 성찰하는 시간은 대부분 혼자 있을 때 생기기 때문이다. 외향인은 물리적 강압성 없이 이런 시간을 갖기 힘들기 때문에 ‘군복무’와 같이 특수한 상황이 때로는 강제적 자아성찰의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내면의 성숙을 위한 시간은 중요하고, 특히 외향인이라면 조금 더 의도적으로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저자는 스스로 밝힌 것처럼 아주 내향성이 강한 사람이다. 그 글을 읽은 한 내향인으로서도 저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이 있을 정도이다. 내향인이 비주류로 취급받는 지금의 사회에서 그만큼 더 많은 고통도 겪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외향인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던 과정들이 무엇보다도 큰 고통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자신이 행복한 것이 정답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난 후부터 내향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온 분투기를 통해 많은 내향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겨주었고, 가능성과 잠재력을 알려주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좋고 나쁨이란 없다. 단지 나와 남이 다를 뿐이고,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해명하고 싶었을 내향인에 대한 오해를 추측해 보자면, 내향인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혼자 세상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고, 그것이 항상 에너지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내향인의 숙명인 것이다. 


- 단지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건, 무엇을 좋아하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도 아니고, 틀리지도 않았다. 다르다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 영화 ‘족구왕’의 대사다. (158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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