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상익 Mar 05. 2016

스타 강사, 얼마나 벌까?

스타 강사들의 몸값 이야기

스타 강사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스타 강사들은 얼마나 벌까. 강사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한 회 강연료가 500만~1000만 원에 달하는 특 A급 연사부터, 200만~300만 원의  A급 강사, 150만~200만 정도의 프로강사까지 실제로 인기 강사들은 돈을 많이 번다. 한 시간에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을 벌기도 하는데 어떤 유명인사는 강연료 세금으로만 3억을 냈고, 내가 아는 또 다른 강사는, 한창때 자신이 월 얼마까지 벌 수 있는지 스스로 궁금하여 최대한 모든 일정을 소화해보았는데 순이익으로 7,000만 원까지 번 적이 있다고 나에게 귀뜸해주기도 하였다. (물론, 그때 한번뿐이었고, 계속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시아경제신문 2014년 4월 13일 자에는 "스타강사라더니 자기자랑만... 강연비가 아깝다"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최근 자기계발 열풍을 타고 '스타강사'들이 등장했다. 스타강사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하기도 하고, 때로는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세간의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교육시장이 확대되면서 고소득을 누리는 스타강사도 여럿 등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 같은 '강연 시장'이 확대되는 와중에 과도한 상업화, 부실한 콘텐츠 등의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기업, 공공기관, 지역사회 등의 교육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강연료도 높아지고 '스타강사'의 공급과 수요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커졌지만, 교육의 질이나 콘텐츠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강연료를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강사들도 있다. 비즈니스 관련 강연 활동을 벌이고 있는 A 씨는 "강연에 단가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돈벌이로 강의를 하려는 이들이 많다"면서 "회당 500만 원 강사처럼 강연료를 자기 브랜드로 쓰는 거품 강사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러 높은 강연료를 불러 몸값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A 씨의 후문이다."     


 당신은 이런 기사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직장인이라면 순간 허탈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이전트로서 굳이 변호(?)를 하자면, 찾는 곳은 많은데 몸은 하나뿐이니 강사의 강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당연한 시장원리 아니냐 하는 것이다.     


 시각을 다른 데로 돌려보자. 강연 비즈니스가 우리보다 번창한 미국은 어떨까. 자기계발의 대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한 회 강연에 한화로 무려 8억 원을 받는다. 경제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충격적이지 않는가?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은 20만 달러(약 2억 원),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한 회 강연료가 22만 5000달러(약 2억 3000만 원)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여담 : 힐러리 클린턴은 고액 강연료 때문에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였는데,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조차도 공직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것 같다.)    

 

 세계적 투자가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수십억씩 주고 사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그만한 돈을 한 번의 만남에 지불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나는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그들에게는 워런 버핏과의 만남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믿기에 그 값을 치루는 것이 아닐까? 삼성 이건희 회장 역시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그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 직접 강의를 듣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평소 강조하며 2010년부터 매주 수요일 50명의 사장단 회의에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고액의 강연료를 지급하고 있다. 즉, 누군가에게 '사치'라고 느껴지는 고액의 강연료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투자할만한 '가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 한 시간 강연료가 너무한다고? 실무자 입장에서 나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결국 강연료란, 혜안과 통찰력을 지닌 강사의 시간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강사의 시간은 당연히 비싸다. 만약 강연을 듣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100명의 시간, 200명이라면 200명의 200시간을 상대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셈이다. (물론 조금 억지스럽기는 하다.) 그렇다면 한 시간 강연료 치고는 너무 적은 것 아닌가?라고 오히려 강사가 되물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어느 강사는 300명 이상의 경우, 평소보다 높은 강연료를 요구하는데 강사 입장에서는 일정 인원 수를 넘기면 기(氣)에 눌려 감정노동이 심해지기도 하고, 많은 청중이 운집한 규모 있는 행사라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강연을 함께 자주 하며 겉으로는 아주 친해 보이는 동료 강사라 하더라도, 서로가 얼마를 받는지는 잘 모른다. 실제로, 어느 강사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다른 강사의 강연료를 나에게 묻기도 하였는데 나는 입을 꽉 다물었지만, 그때 속으로 '아. 아무리 친해도 서로 강연료는 오픈 안 하고, 짐작만 하는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프로 강사들에게 강연료란, 돈 이전에 강사로서의 자존심이다. 따라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 공개하지 않으며, 그래서 묻는 것도 실례다. 당연히 프로 강사들은 자신보다 덜 노력한 다른 강사들과는 차별화된 액수를 원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높은 강연료의 제안이 들어온다고 해도, 다른 강사가 더 대우 받는다고 느껴서 혹은 주최 측의 무성의 때문에 강연을 고사하는 강사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너무 스타 강사들 편만 드는 글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위 기사처럼 몸값은 높지만, 교육의 질이나 콘텐츠가 엉망인 강사들도 물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강연 에이전트들의 역할은, 내실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함과 동시에, 실력이 신통치 않으면서 몸값을 올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강사들을 잘 선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스타 강사의 강연을 듣고, 너무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지는 말자. 당신에게는 좋은 강연이 다른 사람에게는 최악의 강연이 될 수 있듯이, 당신에게는 그저 그런 자기 자랑으로만 들리는 강연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실화 : 몇 년 전, 모르는 번호로 한밤중에 문자가 한통 왔다. 자신이 오늘 자살하려다가 A강사의 강연 영상을 보고 다시 살려는 희망을 얻었는데 그 강사의 연락처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내 블로그까지 왔다며 나에게 다짜고짜 고맙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한편으로 당황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반성했다. 왜냐하면 나는 영상 속의 그 강사를 실체가 없는 뜬구름 같은 말만 늘어놓으면서 아주 비싼 강연료를 받는다며 평소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뜬구름 같은 한 마디가 목숨을 내던지려던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강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