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가 되는 유형에는 3가지가 있다
강연 에이전시를 운영하다 보니, 강사가 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질문자들을 살펴보면 전문 강사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기계발 혹은 부업을 목적으로 강사를 하려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자. 그렇다면 강사로 첫발을 내딛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나는 강사가 되는 길을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1) 직업인으로서의 강사 2) 은퇴 후 커리어를 살린 강사 3) 부업으로 강연을 하는 직장인 강사이다.
1. 직업인으로서의 강사
스타 강사 A는 1) 직업인으로서의 강사로 시작한 경우다. 성악을 전공하였기에 목소리가 남달랐던 그는, "목소리"와 관련된 책을 내며 본격적인 직업 강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타고난 입담과 재치 있는 유머 덕분에 강연이 재미있다는 소문은 금세 퍼졌고, 자연스레 방송 기회도 생기면서 여러 기관의 강연 요청이 쇄도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비싼 강연료를 받으며 기복 없는 강연을 하는 그를 볼 때면, 조직 경험이 없더라도, 자신만의 확고한 콘텐츠와 강의력만 갖추었다면 전문 강사로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한편, 전문 강사를 꿈꾸는 강사 지망생들은 거의 십중팔구 ‘스피치’나 ‘이미지’, ‘CS(고객만족)’ 분야에 뛰어든다. 왜 그럴까?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강연 아이템, 어떻게 찾을까"라는 글에도 언급했듯이, 위 분야들은 내부 경쟁이 워낙 치열해 웬만해서는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고, 어설픈 실력으로는 자리 잡기가 정말 어렵다.
나는 전문 강사에 도전하였다가 포기하고,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보았는데 한편으로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 매달 받는 월급도 없고, 강연 요청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는데 당신이라면 계속해서 프리랜서 강사에 도전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나는 직업인으로서의 강사를 별로 추천하는 편은 아니다. 왜냐하면 강사를 꼭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얼마든지 강연을 할 수 있는 길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권하는 방법은 일단 당신의 본업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강사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쌓아가면서 말이다.
2. 은퇴 후 커리어를 살리는 강사
대기업 임원에서 대중 강사로 변신한 B강사는 2) 은퇴 후 자신의 커리어를 살려 일류 강사가 된 경우다. 그는 국내 대기업의 최연소 임원 출신으로 전 세계 170개국을 다니면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 후 "세계경제의 흐름과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였던 강사였는데 약 20여 년의 조직생활 덕분에 기업의 생리와 교육니즈에 맞는 실전형 강의가 가능하였다는 것이 그의 큰 강점이었다.
그는 재직 당시에도 사내 방송이나 신입사원 교육을 맡을 정도로 달변이었고, 재직 중 이미 몇 권의 저서도 쓴 바가 있지만, 그런 그조차 강사 세계에 입문하고, 한동안 일감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화려한 이력서를 부지런히 보내봤지만 전혀 연락이 없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검증 안 된 강사를 쓰는 것을 교육 담당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수원에 있는 모 기관에서 드디어 첫 기회가 주어졌는데 자신을 부른 이유가 궁금해 담당자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 "이력서를 보니까 고등학교 선배 더라구요.." 나중에 ‘강사들의 영업하는 법’ 항목에서 설명하겠지만, 이런 거 정말 무시 못 한다. 어쨌든 당신이 은퇴 후 강사가 되려면 우선적으로 당신의 주변 인맥을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
대조직에서 나온 은퇴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적 체면 혹은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여간해서는 다른 기회에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B 강사 역시 조직 내 파워게임에 희생되면서 체념한 적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화려한 왕년을 잊고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 결과, 기업 및 전국의 지자체 등에서 연간 300회 이상의 강연을 하는 일류강사가 되었다.
3. 부업으로 강연을 하는 직장인 강사
마지막으로 3) 부업으로 강연을 하는 직장인 강사들도 있다. 글로벌 기업에 다니면서 틈틈이 강연을 하고 있는 C강사는 대학 시절부터 타 대학에 강연을 다녔을 정도로 강연 경험이 많은 베테랑 강사다. 위에 언급된 일류강사들과 함께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바 있고, 기업 임원에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강의를 하고 있는 인기강사 중 한 명인데 그가 한해 강연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같은 직장인들이 알면 허무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그는 가끔 청중에게 이런 질문도 받는다. "외부 강연을 하다 보면 회사 일에 소홀해질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러한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이렇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저에게 100이라는 에너지가 있다면, 80 정도 일에 쏟고, 나머지 20을 개인 활동에 쓴다고 생각하시지만 저는 기본 치를 200으로 설정하고, 120 이상을 일에 온전히 쏟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는 에너지로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 거죠."
물론 직장생활을 하면서 강연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내 주변에는 주말 시간을 몽땅 투자해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직장인들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안철수 의원도 과거 의사 시절, 새벽시간을 쪼개 V3 백신을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시간이 없어서 혹은 피곤해서 못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신의 핑계이자 게으름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강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길은 부업으로 강사를 하는 C강사의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