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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Jun 20. 2023

1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세이노 현상' 분석

1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세이노 현상‘ 분석

(2023.6.20)

1. 베스트셀러 <세이노의 가르침>의 사회적 의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어떤 책들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이 결여되었다고 느껴지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



세이노의 1년 전과 지금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1년 전에는 아는 사람만 기억하는 동아일보에 글 썼던 익명 필자였으나, 지금은 종합베스트셀러 1위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상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BTS 데뷔 10주년 기념 책 <비욘드 더 스토리> 예약판매 전까지 15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예스24기준), 판매량은 50만 부가 머지않았다. 올해 베스트셀러 1위가 거의 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민국에 천억 부자는 많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이상 생판 남에게 부의 노하우를 대가 없이 알려줄 필요성을 못 느낀다. 아니, 느낀다 해도 바쁘기도 하고 몸을 사린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세이노는 결코 일반적인 부자가 아니다. 때문에 ‘기인(독특한 지조와 행실이 있어서 세상의 풍속과 다른 면이 있는 사람)’이란 세간의 평도 있는데, 대한민국 서점가를 뒤흔든 ‘세이노 현상’에 대해 나는 5가지로 진단한다.


첫째, “2023년 경기 불황의 본격화”이다. 한국 사회는 일찍이 부자 담론이 형성된 바 있는데 최초는 IMF 외환위기 이후, 사회 안전망의 붕괴를 겪으며 개인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부자 열풍을 몰고 왔다. 그 배경에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 등장했고, 2000년 12월, 세이노는 《동아일보》에 '세이노의 돈과 인생'을 연재하게 된다. 23년 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흘러가는 사회적 욕망의 방향이 또다시 세이노 글과 맞아떨어졌고,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의 흐름에 누구보다도 독자들이 호응했다.


 둘째, “진짜 부자의 등장”이다. 2023년 6월 5일 한국경제신문의 ‘1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왜 '세이노인가’ 기사에 따르면 “주식과 부동산 시장 급락을 거치며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재테크 전문가에게 한 번 데인 사람들이 실제로 돈을 번 부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부자 되는 방법에 대해 책을 써서 자기 먼저 부자 되려는’ 가짜 부자들에게 데인 독자들이 인세도 전혀 받지 않고, PDF도 누구나 볼 수 있게 무료로 배포하고, 독자의 성향을 살펴 아부하는 방식도 없는 진짜 부자 세이노에게 진심을 느낀 것이다.


“독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은 저는 인세를 받으려고 책을 낼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세는 저 개인에게는 한 푼도 필요 없으며….“
<세이노의 가르침 656쪽>


 셋째, ‘익명성’이다. 세이노는 사람들이 잘못 믿고 있는 것들(특히 부자에 대한 억측 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잘난 척하기는 싫다. 자기 생각에 믿음과 자신감이 있기에 할 말은 해야겠지만 유명해지는 것도 싫다. 즉, 철저히 익명성을 유지하려는 은둔적 성향과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려는 적극적 성향을 동시에 가진 양면적인 인물이다. 이러한 익명성이 바로 세이노의 독특한 점이자 강력한 파워이다. (물론 저자의 성향에 기인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익명이고 노출되지 않기에 주는 강점이 분명히 있다. 그는 단 한 번도 독자 성향을 살펴 글을 쓰지 않고, 익명이기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진실하다. 혹자는 “세이노의 가르침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성한 것에는 그 내용의 실용성도 있지만, 저자가 익명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인생에서 이뤄낸 것을 증명하고 동시에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데에서 진심을 느낀 것도 작용했다.”라고 하였는데 익명의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미스테리한 신비감을 자극하게 만든다.


“신원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프라이버시 침해가 싫어서입니다. 명예나 인기라는 것이 부질없고 하찮은 것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필명으로 쓰기 때문에 어떤 것도 눈치 보지 않고 더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세이노의 가르침 656쪽>


넷째, “세이노 팬덤”이다. 기사에 따르면 주요 구매층은 과거 온라인을 통해 세이노의 글을 읽었던 30~50대(특히 30~40대)라고 보도하였는데, 오랫동안 칼럼이나 커뮤니티에 떠도는 글을 통해 생겨난 팬덤 효과라는 것이다. 세이노가 “나의 글이 시발점이 되어 삶이 바뀌었다는 독자들을 지난 20년간 숱하게 받아왔다”라고 하였듯, 오랜 기간 세이노의 조언을 따르던 독자들이 다수의 지점에서 동시에 솟아오른 것은 아닐까. ‘은행 계약직 여사원, 어떻게 정직원으로 점프했을까’ 칼럼에 언급된 독자는 고3 때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메일을 보낸다고 하는데 20년간 세이노와 교류한 독자의 수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즉,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실천하던 세이노 팬덤의 에너지가 아래로부터 분출되어 융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이다. 당초 저자와 출판사는 초판 3,000부 판매와 전국 도서관에 비치하는 수준 정도로 출간 기획한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즉, 저자도, 출판사도 돈 벌려고 책을 낸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전자책은 아예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하게 하였고, 720페이지가 넘는 책을 정가 7,200원에 판매 결정한 것이다. 출간 직후부터 위세를 떨친 <세이노의 가르침>의 약진은 눈이 부실 정도인데 1쇄 검정 표지에서, 2쇄 흰색 유광으로 바뀐 이유도 검정 잉크가 마를 새도 없이 팔려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교보문고 역시 “여태까지 출판 마케팅의 통념을 깨부수며 출판계에 여러 가지 화두를 던졌다”고 평가하였는데, 돈을 받고 가르침을 전파하지 않겠다는 세이노의 확고한 신념에 따른 결정이 전혀 예상 밖의 행운을 가져다준 것이 아닐까. (당초 2022년 9월 출간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제작 일정이 밀려 2023년 1월 19일 ‘예악 판매’가 시작되었고, 3월이 되어 서야 정식 출간된 것으로 안다. 즉, 제작 지연이 오히려 운으로 작용하여 새해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려는 독자들에게 구매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1쇄 검정 표지, 2쇄 흰색 유광 표지

한 가지 더. 세이노 특유의 강렬함과 신선함이 돋보인 조선일보 칼럼(2023.1.3.~2023.6.13.)도 베스트셀러 등극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특히 연재 마지막 회는 세이노 다운 독특하고 인상적인 마무리였는데 모 대학총장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세이노님의 생각에 동의하는 독자가 참으로 많으니 더 자주, 더 가까이에서 세이노님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내게 말하기도 하였다.




2. <세이노의 가르침>이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3가지


첫째, 세이노의 ‘독보적 경험’이다. 돈에 대해서는 물론, 직접 겪은 자만이 알 수 있는 가난과 부의 실체에 대해서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조선일보 마지막 칼럼의 베스트댓글 또한 “경험 없이 꾸며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였는데 이 책에는 세이노의 실명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책에 담기지 않은 그 이상의 아픔이 저자에게 있으리라 짐작한다). 책의 인기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적나라하고, 그 어떤 책에서도 못 본 얘기들이 많은 게 책의 인기 요인이 아닌가 싶다”라고 세이노는 답하였는데 독자들이 평소 읽어왔던 자기계발서와는 차원이 다른 직설적인 표현과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 경험 전부를 종이에 눌러 담은 느낌이 이 책의 차별점이라고 본다. 단지 ‘천억 원대 자산가’라고만 하였다면 그저 그런 부자가 쓴 책 정도로 여겼겠으나 ‘생의 현장에 부는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세이노의 온전한 체험이 바로 이 책의 탁월한 점일 것이다.


 둘째, 세이노의 ‘분석력’이다. 세이노는 ‘선한부자 조슈아’가 사기꾼임을 공개된 서류만으로 단번에 알아채고 진작에 경고하였는데, 조슈아를 직접 기소한 인물은 ‘어떻게 세이노가 조사를 직접 담당한 나보다 더 통찰력 있게 파악했는지’ 감탄하는 글을 쓰기도 하였다. 사건의 앞뒤 맥락을 파악하여 각개의 사항들을 꿰매어 정보화하고, 분석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는 세이노의 능력은 일반인의 범주를 넘어서 있다(아마 그의 통찰력은 의사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적 두뇌, 사업상 70여개국 여행, 광범위한 독서·음악·영화감상, Re-wire your brain, 밑바닥에서 뒹군 경험으로 터득한 후천적 생존 기술 등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덧. 세이노의 큰 특징이자 장점이 학습능력, 특히 자습 or 독학 능력이다. 남이 보지 못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접근하고 해법을 찾고 '실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또한 누군가 “세이노의 글들을 보면 상당한 리서치 흔적이 보인다. 작가로서 저널리즘 훈련이 상당히 되어 있는 이의 글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조선일보 칼럼에서 건강보험료, 부유세, 부자 증세, 북유럽 국가의 실상 등등 기존에 갖고 있던 통념을 과감히 깨뜨리는 글들은 원인을 소홀히 하고 현상에만 주목하는 일부 연구자들보다 더 깊이 통찰하는 세이노의 분석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세이노의 통찰력에는 독자들의 몫도 있다고 본다. 수많은 사연이 담긴 독자들의 메일을 받으며 인간과 우리 사회의 실체를 통찰하는 눈이 깊어졌을 것임으로.)     


 셋째, 세이노의 “부자론”이다. 세이노는 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위선적 태도를 질타한다. 고고한 척 가식 떨지도 않고 “모든 딜레마나 어려움은 돈 문제에서 비롯된다. 결국 돈부터 벌어야 한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경제적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에게는 "돈 모아라. 그것뿐이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세이노는 부자의 단계를 ‘축적’, ‘증식’, ‘나눔’의 3단계로 구분한다.


“진짜 부자는 축적, 증식, 나눔의 3단계를 거쳐야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증식으로 끝난 경우 결코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없다. 부자의 단계가 증식으로 끝나게 되면 더 큰 증식만을 목표로 하는 기부에서나 생색을 낸다.”<세이노의 가르침 405쪽>

 

세이노는 “제대로 된 부자는 나눔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진짜 부자들에게 “인세나 강의료를 100%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하거나 무료로 하면 이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독특한 제안도 한다. 조선일보 칼럼 중 ‘북유럽은 천국이니까 따라하자고? 당신 세금부터 다 까발려라’에서 언급된 ‘세금포인트’에 내가 아이디어를 보태자면 국세청은 해썹 인증(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과 유사한 부자 인증 사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부자 되는 법에 대한 강연이나 책을 쓰는 경우에 한해 부자 인증 마크를 쓰도록 권고나 강제한다면 가짜 부자들도 상당수 걸러지고, 그로 인한 피해자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3. 세이노의 핵심 가치


부자 되기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리며 성공해라! 라고 말해주는 책!
<OO대학의 학생이 쓴 서평 中>     


 나는 2023년 1학기에 모 대학의 교양강좌에서 <세이노의 가르침>을 교재로 사용했다. 이미 20년 전에도 연세대, 서울여대 등에서 세이노의 미출간 글을 수업에 사용한 적은 있다고 들었는데 정식 출간된 책을 교재로 삼은 것은 아마 국내 최초일 것이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이 조금 신경 쓰였으나 교재로 선정한 이유는 MZ세대를 상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삶의 에너지를 북돋우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책 내용을 인용하자면 ‘역사는 그대로 되풀이되지는 않지만, 베이비붐 세대와 MZ세대에게도 일정한 운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교내 서점에 비치된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는 가난의 밑바닥에서 뒹군 경험이 있고, 자수성가하여 현재의 부를 이루었기 때문에 빈자의 삶에도 공감할 줄 알고, 부자로 가는 길을 대가 없이, 그러나 차갑게 알려준다. 세이노가 바라보는 곳은 늘 주류의 뒤편에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세이노의 글을 보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상류층의 삶과 소외된 하층민의 삶을 모두 관찰한 프랑스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이 떠오른다.) 세이노의 가치는 피상적 현상에 대한 감정적 분노가 아니라 구조적 본질에 대한 냉정한 분노이다. 세이노의 글은 '마비된 줄도 모르고 그저 눈 감고 있던 독자의 삶 구석구석을 바늘로 찌르며 자각(epiphany)'을 독자의 삶에 뿌리내린다. 아래는 내 수업을 들은 학생의 감상평 일부이다.


“<삶이 그대를 속이면 분노하라>를 읽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비관은 원망이 되고, 원망은 체념이 되며, 체념은 다시 원망으로 돌아가는 인생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노는 진작에 사그라져 버렸고 남은 건 잿더미 같은 체념뿐이었다. 그러니 인생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허무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꼴이 되었구나 싶었다..(중략)
 ..이러한 나날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처음에는 분노했다. 이 현실을 원망하고 신을 원망했다. 분노는 불꽃처럼 타올랐고 이내 사그라지며 몸에는 잿더미 같은 질병을 남겼다. 분노조차 잃었다. 남은 건 타버린 인생밖에 없었다. 그러던 찰나 <삶이 당신을 속이면 분노하라>는 한마디가 꿈틀거리는 심장에 불을 붙게 했다. 세상을 원망할 것이 아니라 본인 삶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자신에게 분노하라는 문구를 보고 생각을 깊게 해봤다. 그러던 중 여러 가지를 깨달았는데 그동안 그렇게 신을 원망해놓고서는 성경을 단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중략)
.. 하지만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죽으면 이따위 삶에 지울 수 없는 마침표가 찍힌다. 한심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리라. 이에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독서를 시작했고, 하려던 일을 계속해서 공부 중이고, 그동안 인생에 아무런 계획 없이 살다가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몸은 고생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그 덕에 내가 생각하는 이상향에 다가가고 있다.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고, 그로 향하는 자전거의 손잡이를 잡았다. 아직은 불안하고 비틀거리지만 언젠가는 당신의 글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고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때까지 손잡이를 놓지 않으리라 되뇌이며 나의 본분을 다하려 한다..(중략)
.. 아직은 당당히 마주 보고 말씀드리기에는 너무나 미약하지만, 언젠가 꼭 원하는 위치에 서서 당당하게 대면하고 싶습니다. 나만 힘들게 산 것이 아니구나, 오히려 글에 실린 작가님의 삶을 보며 나는 원망할 처지도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한심해진 자신을 이제나마 고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삶에 비굴하게 끌려다니지 말라는 작가님의 글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가난에 대한 결핍이 있고 원하던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비록 작가님만큼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따라가기 위해 책을 곱씹으며 행동으로 옮기고자 합니다. 그동안 건강하게 계셔주십시오. 제가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세이노의 글에 담긴 바늘들에 찔리고 피나는 노력이 더하여져 인생을 변화시킨 독자들이 정말 많을까? 세이노의 방법론이 일반화되기에는 지나치게 특수한 사례가 아닐까?


“저는 94년 27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를 입었고
33살에 결혼을 하였으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신혼을 시작하였습니다.
2004년 세이노 선생님이 쓰신 컬럼하나를 읽고 나는 온통 충격에 휩싸여
세이노 선생님의 말씀처럼 피터지게 살자. 피보다 진하게 살자로 마음을
고쳐먹고 그때부터 피터지게 삶을 이어왔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비록 장애인의 몸이지만 경제적자유를 이루었고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거침없이 꾸밈없이 써내려간 칼럼을 통해 저는 저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그저 그런 책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것 하나만 하더라도
위대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희범 저자가 어느 기사에 쓴 댓글 中>



“차고에 살던 내가 스스로를 이끌어 지금에 이르렀듯이, 크고 작은 삶의 변화를 이뤄 냈다는 독자들의 연락이 종종 온다. 카드빚을 갚고자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도 “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는 말을 되뇌며 일하여 인력사무소 지명도 1순위에 올랐다던 독자가 떠오른다. 약 15년 후인 현재 그는 연매출 7~8백억 원대, 영업이익 수십억 원대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세이노의 가르침 326쪽>




4. <세이노의 가르침>에 대한 비판 지점


물론 이 책이 모든 독자에게 전적으로 흡수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도 있다. “세상이 변했는데 자기 확신 가득한 옛날 사람이 본인이 살던 시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는 평도 보이고, 수업에서 만난 대학생은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난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이노가 너무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지?”라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세이노 역시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들은 ‘경쟁에서 떳떳하게 살아남기’와 관련된 글이기에 인류의 평화나 행복 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게 문제다.”라고 솔직하게 서문에 써두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아니 어쩌면 90%는, 내가 말하는 내용을 무시하거나 때로는 경멸할 것이므로 내 글들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실제로 조장할 가능성은 아주아주아주 낮다고 믿는다.”라고 하였으나 머잖아 50만 부 판매를 내다보는 책의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독자의 비판적 독해도 중요할 것이다.    


 또한 ‘경쟁에서 승리하여 몸값 운운하기 전에 분배의 구조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즉, ‘하면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펴기 전에 사회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한 세이노의 오랜 생각은 어떨까?  


맞다.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사회구조가 우리에게 있다. 즉 해도 해도 사회 구조상 성장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돈, 빽, 학벌, 외모 등등이 중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기에게 한계가 있다고 해서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것은 내가 살아오면서 정말 천금만금 귀중하게 여기는 생각이다. 문제는 자기에게 기회가 안올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 준비도 안한다는 사실에 있다. 내가 질타하는 것은 바로 그런 태도이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받아 소화시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미리 절망하여 포기한다.


그다음으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천만의 말씀이다”라는 지적도 눈에 띈다. 세이노는 20년 전부터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반드시 주어진다’, ‘피 튀기듯 노력하라’, ‘싫어하는 것을 더 하는 것이 노력’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한 세이노의 메시지를 쓰레기통에 처박는 상식 밖의 부패한 법조 카르텔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바로 정치인 아들의 퇴직금 50억이 1심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 난 것이다. 이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해 봤자구나’라는 반응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뭘 한다고 해서 뭔 소용이 있겠어’라는 뜻으로 세이노는 받아들였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1mm라도 바로잡고자 220쪽의 판결문을 꼼꼼히 읽고, ‘cbs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을 강행하였다. 지금까지 세이노가 공식적으로 글을 게재한 매체가 동아일보, 조선일보였는데 방송 첫 출연을 'cbs 김현정 뉴스쇼'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느껴지지 않다거나, 방송내용에 대한 비판도 있겠으나 기성세대로서 젊은 사람들의 분노를 무책임하게 외면하지 않고, 익명성에 영향을 받는 위험을 무릅쓰고서 ‘공정과 상식’을 말한 세이노가 대단하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세이노


(그러나 방송 출연에 대한 내 생각은 부정적이다.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익명기고와 방송출연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또한 해당 건에 대해 카페에 글을 쓰는 것과 언론매체에 나가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도 차원이 다른 의사결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좌우 성향보다는 시사프로라는 점이 우선이다. 대중의 증폭되는 호기심과 잠재하는 야만성, 언론의 속성인 약탈성이 결합되는 시점에서 잠재 리스크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5. 에필로그 : 세이노, 그리고 독자와의 만남


"아무도 모르는 섬에서 대작을 보내는 화가가 있다"라고 유럽에 소문이 파다했던 폴 고갱. 그에게 누군가 물었다. “당신은 지금 유럽에서 신비의 화가로 알려져 있다. 당신은 유럽으로 돌아와서 신비를 깰 것인가. 아니면 그냥 타히티에서 죽어서 전설이 될 것인가?” 결국, 폴 고갱은 타히티에서 죽기로 결심한다.


 얼굴 없는 작가 세이노는 어떨까? 세이노 역시 신비의 존재로 조용히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조선일보 연재를 마치며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라고 하였으나 한가지 세이노가 약속한 것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3년 후, 변화의 발걸음을 보여주는 데 있어 귀감이 될만한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이 만남은 형식적으로는 공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익명의 흐름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폴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1897


 다시 고갱으로 돌아와서 그가 쓴 마지막 편지는 “...나의 능력은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뭔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고 쓰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몽프레는 “요즘 당신은 위대한 미술가로 거론되고 있다. 인도양 한가운데서 전혀 새롭고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작품을 보내오는 괴물이라고들 하죠. 당신은 이름 없이 죽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답신하였다.      


 고갱에게 영향을 받은 앙리 마티스가 야수파를 만들지 않았던가? 그 출발점에 고갱이 있다. 그렇다. 세이노에게도 마찬가지다. 제2의 세이노를 꿈꾸는 세이노주니어들이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라고 말하라는 'Say No Spirit’이라는 불꽃을 태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 불꽃이 뜨겁게 타오르는 한 세이노의 이름 또한 죽지 않을 것이다. 모두에게 Good Luck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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