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잃는 이유는 인간의 허영심 때문이다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 – 돈을 잃는 이유는 인간의 허영심 때문이다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 굿모닝북스/ 서평 이원종
주식 투자에 관한 문외한으로서 참고삼아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에, ‘제시 리버모어’의 책을 모두 읽어보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 제시 리버모어는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이미 주식투기가 성행했던 월스트리트를 주름잡은 당대 최고의 투기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비슷하게 주식중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저자 에드윈 르페브르는 당시 월스트리트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한 작가이자 언론인이기도 했다. 저자가 전성기의 제시 리버모어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전기 형식으로 서술한 이 책 ‘제시 리버모어의 회상’은 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와 세상에 대한 교훈을 전해준다는 면에서, 투자서의 고전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리버모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5달러를 갖고 보스턴으로 가서 증권회사의 시세판 사환으로 일했다. 숫자에 밝았고 여러 모로 재능이 있었던 덕에 주식 투기에 눈을 떠 열다섯 살 때 처음으로 현금 1000달러를 벌어 어머니에게 갖다드렸고, 그런 전력 때문에 당시 일종의 사설 증권회사였던 ‘버컷샵’들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혀서 거래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스무 살 무렵에는 이미 1만 달러를 벌기도 했고, 1929년 주가 대폭락 때에는 1억 달러라는 천문한적인 수익을 올렸다.
이런 그의 성과는 뛰어난 재능에 의한 부분이 컸겠지만,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얻은 실수로부터 배울 것들이 많다. 이미 투자자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리버모어는 증권회사 측에서 배려해준 개인사무실을 갖고 있었는데, 그 곳은 아무도 그의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일과 후 낯선 사람이 그의 사무실에 들어왔는데 그는 서적 외판원이었다. 특별히 외모가 뛰어나거나 붙임성이 좋지도 않았던 그 외판원은 어느새 그만의 독백과 같은 말을 마치고 리버모어의 손에 만년필을 쥐어주더니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했다. 그 계약서는 거금 500달러짜리 전집 한 질을 사겠다는 계약서였는데, 실상 리버모어는 전혀 그 책을 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 계약서는 외판원의 주머니 속에 들어간 뒤였다.
작은 실수라 할 수 있지만, 그처럼 돈을 따고 잃는데 익숙해진 리버모어가 그런 실수를 한 것이 납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외판원에게 어떻게 자기에게 책을 판매한 것인지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외판원이 판매수수료로 받을 166달러 66센트보다 더 많은 200달러를 줄 테니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부탁도 함께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외판원은 2주 만에 82질의 전집을 팔았고 J.P.모건에게도 계약서에 서명을 받았던 비범한 영업사원이었다. 그 이후 절대 누군가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리버모어는 또 다시 박학다식한 달변가 퍼시 토마스라는 면화 전문가에게 설득당해 자신의 판단에 반하는 투자를 감행하게 된다. 그로 인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고 한동안 채무자의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생일대의 패배였다. 리버모어는 파산했던 것이다.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전부 잃는 것만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도 없다.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았다면, 그때 비로소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90쪽)
리버모어가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잃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전해주려 했던 것은 바로 그 외판원과의 대화로부터 얻은 교훈이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약점을 갖고 있지요.” 그가 고백하듯 말했다.
“ 그래서 당신은 어디서 재미를 얻는다는(어떤 약점을 이용해 판매를 성사시키는) 거요?”
“허영심이지요.” (226쪽)
리버모어가 전집을 산 것도, 면화 선물거래에 실패한 것도 결국 허영심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자산을 탕진하는 이유 역시 본질은 투자자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적, 허영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초보자와 전문가를 통틀어 무언가를 마련하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 역시 돈을 잃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하니 경계해야겠다.
그렇다면 리버모어처럼 투자 혹은 투기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당연하면서 안타깝게도 백 퍼센트 확실한 것은 없다. 우리의 인생은 도박과 같다는 그의 말처럼 큰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있으니, 다른 사람의 정보에 귀 기울이지 말고 자신만의 사고방식과 논리적인 판단을 믿으라거나 몇몇 종목의 주가에 매달리지 말고 늘 시장의 큰 흐름을 읽으라는 것 등이다.
투기를 업으로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리버모어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세 번의 결혼생활은 모두 실패했고, 네 번의 파산을 겪은 그는 결국 재기하지 못했다. “나는 실패자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라는 유서를 세 번째 부인에게 남기고 그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삶을 보면 이런 결과론적인 생각이 든다. 막대한 부를 얻었던 인생의 최고 절정기에 욕심을 내려놓고 그냥 평범한 삶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라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리버모어에게는 그런 선택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막대한 부를 얻는 것보다도.
누구 못지않게 신중한 사람조차 어쩔 수 없이 운을 하늘에 맡겨놓고 도전해보는 모험이 있다. 한갓 푼돈벌이 장사치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면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다. (283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로 활동한 바 있으며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easyread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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