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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Feb 26. 2018

(오간지 책소개)『료마가 간다』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 목적을 향해 걷다가 죽어라

료마가 간다 세트(전8권) –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 목적을 향해 걷다가 죽어라
시바 료타로 / 동서문화사 / 서평 이원종



일본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히는 사카모토 료마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문학이다제일교포 3세로서 소프트뱅크를 창업하여 큰 성공을 거둔 손정의 회장은 16살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는데절망적인 형편 속에서도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료마가 간다를 읽은 것이었다불과 30년 남짓한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밀도있는 삶을 살았던현재의 선진국 일본을 있게 했던 메이지 유신의 주역료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많은 독자들에게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을 읽는 목적이 될 것이다.
 
사카모토 료마는 검술에 흥미를 느끼고 열중하여 20대 초중반의 나이에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올라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심한 근시여서 밤눈이 어두웠다고도 한다료마는 우연히 바쿠후(막부)로부터 쫓기는 몸인 하리마노스케를 만나 그를 보호해주게 되지만하리마노스케는 곧 잡히는 몸이 되고 만다잡혀가면서도 끝까지 료마를 변호해주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의연한 그의 모습을 보고 료마는 크게 감명을 받는다료마는 자신의 일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결국 료마는 존왕운동에 투신하게 되는데 그것은 하리마노스케가 잡혀가는 모습으로부터 받았던 감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료마가 고향으로 돌아가 느닷없이 학문을 배우겠다고 하자사람들은 모두 웃으며 믿지않았다료마는 원래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료마는 역사를 움직이려면 일본 뿐 아니라 그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상일에 대해서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제대로 읽을 줄도 모르고 그 의미도 모르지만료마에게는 이상한 천재성이 있었다그것은 제대로 못 읽지만 책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재능이다.


- 이제 됐네, 료마. 대관절 읽지도 못하면서 의미를 알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모르겠어. 나는 글자를 보면 그 정경이 머리에 그림처럼 떠오르네. 그것을 말로 설명하는 것뿐이야." (2권 225쪽)



료마는 그렇게 역사와 양학도 공부를 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마침내검술 뿐 아니라 학문에서도 타의추총을 불허했던 친구 다케치 한페이타와 바쿠후 타도의 맹세를 하기에 이른다.
 
료마는 타고난 인재였지만그렇다고 해서 20대 초반까지의 검술 수업 외에 료마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때를 기다린다면서 매일 낮잠을 자며 허송세월하는 모습도 많이 나온다그럼에도 안목이 있는 인물들은 모두 료마를 만날 때마다 모두 '큰 인물이 될 사람'임을 알아본다.
 
료마가 만나는 여러 인물들 중에는 학문과 재주가 출중한 사람들이 많았다그리고 그런 점들을 료마는 진심으로 인정하고 존경했다그렇지만그 어떤 까다로운 사람도 료마를 마주대하게 되면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마는데그렇게 료마에게는 지식과 지혜보다는 사람들을 따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그 매력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솔직함엉뚱하지만 망설임 없는 행동그리고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다한 마디로 타고났다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3권의 말미에서는 료마가 그의 동문인 주타로와 같이 가쓰 가이슈라는 바쿠후의 관료를 암살하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태연하게 그들을 맞이하는 가쓰는 료마가 예상했던 대로 카리스마를 지닌 비범한 인물이었다그리고 그로부터 미국과 영국러시아를 포함한 세계정세의 움직임과 그당시 바쿠후 말기의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존왕양이 운동의 실상에 대해 가르침 받으면서 료마는 그 자리에서 가쓰에게 스승이 되어줄 것을 청한다그것은 료마의 진심이기도 했지만가쓰를 더 위험한 인물이라 생각하고 칼을 뽑아 그를 죽이려 했던 주타로를 사전 제지했던 임기응변이기도 했다이제 료마는 세계의 흐름과 일본의 미래에 대해 더욱 더 명확한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가쓰 가이슈를 스승으로 삼은 료마는 그의 인생에서 한 단계 높은 도약을 하게 된다바쿠후 말기의 일본의 정세는모두 존왕양이를 부르짖고는 있지만 서구열강 세력들의 무서움도 모른채 안이한 탁상공론만 거듭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그러나 료마는 가쓰를 통해 정확한 당시의 세계정세를 파악할 수 있었고그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국가체제로서의 '일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 핵심은 그들처럼 큰 배를 만들고 해군을 창설하는 것이었다.


- 세상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내가 하는 일은 나만이 알고 있다 (료마가 10대때 지은 노래)



일생의 과제가 정해지자 료마는 신발이 닳도록 전국을 돌아다니며 오로지 해군을 창설하는 일에만 주의를 기울였으며칼로만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당시의 무사들과 달리 무역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적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료마는 많은 위기를 맞는다수십 명의 살기에 둘러쌓이기도 했지만료마는 살인을 하지 않았다죽기살기로 덤벼드는 상대에게도 칼등으로 타격을 주었을 뿐이었다잠시의 혈기와 충동을 못 이겨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되면 자신이 도모하는 일을 이룰 수 없을까봐 걱정했던 것이다칼날을 자신 쪽으로 돌리고 있다 보니 상대의 칼을 막다가 도리어 자신이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큰 뜻을 품고 있는 사람만이 가능한 행동일 것이다.
 
결국 료마는 막부를 무너뜨리고 근대화의 시작을 이끌게 되었지만그를 중심으로 막부에 대항했던 많은 개혁파 인물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그 중 살아남았던 인물들이 훗날 일본 개혁의 핵심이 되었는데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토 히로부미 역시 그에 해당한다료마는 혁명의 끝을 보지 못 하고 암살을 당해 34살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관직에 오르기 위해 막부를 쓰러뜨린 게 아니다라는 료마의 말처럼그는 사리사욕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만의 뜻을 세우고 정진하여 일개 무사로서 한 나라의 역사를 바꾸는 기적을 이루어냈다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욕심을 채우며 정작 국민의 삶과 국가의 발전을 외면하는 많은 현대의 정치인들을 보며더더욱 료마의 순수함과 용기에 일본 국민들은 열광하지 않았을까.
 
무언가 의미 있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면어떤 자세로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할지 영원한 청년 지도자 료마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 인생이란 고작 50년이다. 일단 뜻을 품었다면 그 뜻을 이룰 수 있는 수단만을 강구하되 허약한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비록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해도 그 목적을 향해 걷다가 죽어야 한다. 생사는 자연현상이나 미리 계산에 넣어서는 안 된다. (료마의 어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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