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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익 Feb 11. 2018

(오간지 책소개)『강사의 탄생』

강의는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일

강사의 탄생 – 강의는 장기기억을 형성하는 일
이수민 지음 / 돋을새김
서평 이원종


‘강의’라는 행위는 그것을 하는 강사의 입장이 되었든, 듣는 청중의 입장이 되었든 인생에 있어서 아주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그래서 강의는 누구나 관심을 가질 주제라 할 만하다. 단 한 명의 학생을 앞에 두고 하는 과외이든, 수천 명의 청중 앞에서 하는 대중강연이든, 강의는 본질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의사소통 행위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부터 언제부터인가 강의코칭이란 분야가 생겨났을 것이다.
 
좋은 강의란 무엇일까? 강사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절실할 것이다. 저자는 뇌과학을 접하면서 이 화두를 ‘어떻게 하면 좋은 강의로 기억될까?’라는 질문으로 바꾸었다. 왜냐하면 기억이 강의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재미있는 강의’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정신없이 웃고 떠들며 지나갔던 강의로부터 정작 뭘 얻었는지 남는 것이 없었던 경험이 누구나 있지 않을까. 다시 말해 강의가 끝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청중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좋은 강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해 기억되지 못하는 강의는 무의미한 시간낭비이다.
 
뇌과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한 강사의 정의는 ‘교육생들의 변화를 위해, 그들의 장기기억 형성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강의를 외부자극이라 한다면, 그 자극을 통해 지식이나 태도,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사로부터 전달받은 지식과 경험이 단기가 아닌 장기기억의 형태로 저장되어야 한다. 나의 퍼포먼스가 타인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기기억을 심어준다고 생각하면 성공적인 강의를 마친 강사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장기기억은 단기기억의 과정을 거친다. 어떻게 하면 장기기억으로 이어지는 강의를 할 수 있을까? 결국 이것이 키워드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경험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반복이다. 주기적으로 일정 시간마다 반복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더 크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돌아봤을 때, 단 한 번 경험했던 것들이 뚜렷이 기억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는 개에게 물렸다든지, 끔찍한 사고를 당할 뻔 했다든지 하는 경우처럼 극심한 공포나 두려움, 기쁨 등의 감정과 결합된 경험을 했을 때이다. 이것을 강의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뇌과학의 인지 프로세스 중 어텐션(attention), 즉 주의집중을 이끌어내야 한다. 저자는 바로 이 어텐션이 강의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 心不在(심부재), 視而不見(시이불견), 聽而不聞(청이불문).“
심부재하면, 다시 말해 어텐션을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본다 해도 보는 것이 아니고 듣는다 해도 듣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보는 것과 듣는 것은 결국 기억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교육생들이 강의 자료를 제아무리 많이 보고, 강사의 말을 제아무리 많이 들어도 어텐션을 하지 않았다면,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은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33쪽)



무언가에 어텐션 한다는 것은 많은 두뇌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랜 시간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 어텐션 에너지를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주로 새로운 것, 중요한 것, 의미있는 것에 한한다. 늘 해오던 익숙한 것보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강사는 이것을 강의에 적용할 수 있다. 목소리 톤, 속도, 움직임, 질문, 동영상 활용 등등 새로운 자극과 변화를 주어야 한다. 강의의 목적이나 효과에 대해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것은 바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에 해당한다. 사실 조금 딱딱한 수업이라도 그 학습 목표를 분명하게 이해시킬 수 있다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유지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강의 스킬을 습득하는 것도 좋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강사의 마음가짐으로 꼽고 있다. 누구나 강의나 프레젠테이션, 혹은 중요한 발표 등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섰던 경험이 있을 텐데, 그 첫 경험이 오히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꽤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초심자효과’와도 같은 것인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강사의 마음가짐과 관련이 있다. 처음 강의를 할 때는 떨리고 두렵지만 그래서 더더욱 교육생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애를 쓰며 열심히 준비를 하게 되고, 그런 마음이 청중들에게 전달되어 비록 조금 서툴더라도 눈높이를 맞추는 강사에게 공감하고 몰입하게 되어 성공적인 강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강의스킬이나 내용 숙지가 완벽한 강사라 할지라도, 종종 매너리즘에 빠져 강의의 주체는 청중이라는 중요한 강사의 마음가짐을 잊게 되면 그 강의는 실패로 끝날 때가 많다.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오류 중 하나가 ‘지식의 관료화’라고 한다. 강의가 반복되다 보면, 강사는 자신만의 관점에 사로잡히고, 심지어 강의 내용을 왜곡시키기까지 한다. 청중들은 보통 강의 내용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강사는 더더욱 자신의 지식을 절대적인 진리인 양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청중의 학습에 대한 장애요인이며, 언젠가는 청중 역시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의 강의에 임할 때마다 늘 청중에 대해 고민하고, 뭔가 하나라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강의라는 의사소통을 통해 뇌과학적으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연구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끝으로, 자신의 강의에 대해 매너리즘이나 회의에 빠진 강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강의와 콘서트의 공통점, 이로부터 이끌어낸 강의의 정의에 대해 소개한다.
 

강의를 강의장에서 듣는 것과 콘서트장에서 노래를 듣는 것의 본질적인 이유는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강의장에 와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의에 대한 강사의 열정을 느끼고 그와 서로 교감을 하고 동료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강의장에서 함께 호흡하지 않고는 달성될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강사와 교육생 그리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생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을 저는 ‘강의’라고 부릅니다. (54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로 활동한 바 있으며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easyread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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