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상익 Apr 12. 2018

(책소개)『세상을 보는 지혜』

최후의 행복은 철학하는 것


어디선가 한 번쯤은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법한 이 책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예수회의 성직자였던 발타자르 그라시안에 의해 1647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이후로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읽혀졌고, 그로부터 약 200년 후 독일의 대철학자 쇼펜하우어에 의해 쓰여진 번역본이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총 300개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400년에 가까운 시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인생지침과 처세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어찌 보면 세세하고 구체적인 지침까지는 알려주지 않는 듯 보이는데, 그것은 독자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숙고하여 적용해야 할 부분인 듯하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성공 방법 같은 것은 없기도 하다. 


행운과 불행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교훈을 전해주는 내용 치고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지도 모르겠으나, 살아가면서 점점 ‘운칠기삼’을 정설로 받아들이게 되고 어쩌면 운이 전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게 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행운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 불행한 때를 알라. 왜냐하면 그와 같은 때가 있기 때문이다. (96쪽)


원인을 아무리 찾아 봐도 알 수 없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런 순간이 분명히 있고, 그것이 현실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는 적은 노력만으로도 이루어지는 일도 있다. 그런 불운을 극복하는 방법은 이 말처럼 ‘불행한 때’란 것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일의 완성은 시간에 달려 있다는 그라시안의 조언과 함께.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처세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너무 착하게만 굴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속이 뻔히 보이는 속물이나 사기꾼처럼 보이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때로는 교활하게 사람을 이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순수한 마음으로 선의를 베풀어야 하는, 그리 간단한 처세법은 아니다. 



- 쉽게 믿지 말고 쉽게 사랑하지 말라. 정신의 성숙은 서서히 믿는 데서 나타난다. (106쪽)


덧붙여 ‘거짓말은 매우 흔하기 때문에, 믿음은 이례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믿음이란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 필수인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한다면 아무런 사회생활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근거 없이 사람을 무턱대고 믿는 것이 선은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더 심하게 말하면 그것은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을 좀 더 잘 알아보겠다는 노력을 하기 싫은 것이다. 오히려 의심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고 자연스럽다. 다만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하고, 기본적으로는 믿음을 전제로 하는 하나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 결코 동정 때문에 불행한 사람의 운명을 가까이 끌어들이지 말라. 어떤 사람에게 불행인 것이 종종 다른 사람에게는 가장 다행스러운 사건이다. (112쪽)


이런 지침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실행을 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그 불행한 사람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라면 더더욱 마음이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기적이고 무정하게 보여서 원망을 듣더라도, 우선은 나 자신이 행복해져야 한다. 그 방법 외에는 불행에 빠진 타인을 구할 방법이 없다. 항상 불행한 사람들과 함께 가는 사람들에 대해 그라시안은 ‘고상한 심성을 지녔다는 것을 입증하지만 지혜로운 행동은 아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하지만 모든 진실을 말하지는 말라. (123쪽)


그의 말처럼 진실을 말하는 것은 여러 모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데 뭐가 어렵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렵다. 그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최대한 정확한 어휘와 표현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결국 상대는 그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으로 거르고 왜곡하여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진실만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실로 신중히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 300번째 글의 첫 문장은 ‘한 마디로 말해서 성인이 되어라’이다. 덕을 갖춘 사람이 되라는 것인데, 그라시안은 덕을 모든 완벽성의 결집이자 모든 복의 중심이라 했다. 단순히 착하게 사는 것만이 아닌 그가 말한 덕이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의 300문장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늘 사람들의 이목을 살피며 치열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으라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 책에서는, 종종 삶의 풍요로움과 휴식의 가치를 말하기도 한다. 


- 아름다운 인생의 첫 시작은 죽은 자들과의 여흥, 즉 독서로 보내라. 인생의 두 번째 여로는 살아 있는 사람들과 보내라. 그리고 이 세상에서 좋은 것을 모두 보고 느껴라. 인생의 세 번째 여행은 완전히 자기 자신 속에서 보내라. 최후의 행복은 철학하는 것이다. (153쪽)




글쓴이 : 이원종
저자이자 독서경영 전문가로 활동 중인 이원종님은 중앙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이지리더 독서경영 연구소 대표와 오간지프로덕션 북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입니다. 명지대, 한성대, 오비맥주,인천/안산 CEO아카데미 등 주요 기업체 특강 등을 통해 ‘책만이 살 길이다’, ‘독서경영을 바탕으로 한 성공의 길’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주)세계화전연구소 성공칼럼니스트, YES24 스타 블로거로 활동한 바 있으며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easyreader@daum.net


오간지프로덕션 콘텐츠「강연의 시대」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책소개)『일본 최고 부자가 공개하는 돈 버는 기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