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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운양반 Jun 28. 2017

"나는 성주참외 안 먹어! " 정치적 견해의 갑을관계

갑을의 권력관계는 갑들에게는 여전히 편하고 편리하다


예정에 없던 자리였다.


"성주?"


명함을 건네고 앉아서 통상의 호구조사를 시작하면서 그 부담없다는 사람이 묻는다.


"나는 성주 참외 않먹어! 그 사드 반대하는 놈들"

"뭐 다들 그런 것도 아니고 몇 몇 불순한 놈들이 그런다고 하더라마는"


나를 식사에 초대한 사장보다 조금 더 나이들어 보이는 그는 어떤 인연인지는 모르나, 꽤나 돈덕한 사이로 보인다


경상도가 고향이라는 그는 말투에서 사투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사드 배치의 절차적 부당함과 그 용도가 결코 한반도 특히 남한의 방어와는 관련이 없다는 등등의 얘기를 한다는 것은 무의미 한 것이며, 오늘 처음 만남을 위해 수백키로를 달려온 내차의 감가상각비와 주행거리가 30만을 훨씬 넘어버린 내 차에 부어 넣은 기름값도 못하고 마는 노릇이 될 터이다.


이야기는 그의 고향 이야기로 돌려보지만 그는 여전히 성주가 이래저래 애착이 가는 모양이다. 고향인 나 보다도 말이다.



그가 하는 일의 특성상 그가 갑의 위치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경우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의 연륜이 업계의 무시할 수 없는 네트워크 위에 있기에 나름의 예의로 그를 대하였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그가 언제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마음껏 얘기할 수 있는 자리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상대와 동일한 정치적 견해에 찬성하는 것이라면 제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오래전부터 참외를 좋아한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 탓에 그 좋아하는 참외가 갑자기 독약처럼 먹기 싫어졌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그는 여전히 참외를 좋아하고 있으나 그가 더 좋아하는 사드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참외를 좋아할 수 없는 논리적 곤란에 맞닥드리고 있는지 그래서 그는 그 누구보다도 곤란한 지경에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그러한 찰나 내가 등장한 것인가?


그 곤란한 속에서 성주가 고향이 녀석이 나타났고, 그래서 더이상 참외의 구매자가 아니다라고 선언함으로써 나를 그리고 성주가 그를 얼마나 아쉬워 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한다고 깨우쳐 주고 싶었던 지도 모를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짧은 급조된 점심식사 시간에도 스스로의 권력적 서열을 누구보다도 빨리 확인하였고 그 권력의 확신과 권능 아래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결심을 토해냈음에 틀림없었다고 믿는다.


1. 일단, 그는 연장자다. 칠순이 가까워지는 그의 나이는 외관에서 이미 세월의 권력을 확보한다.

2. 더욱이 그는 경상도라는 동향의 테두리 안에서 고향 선후배 관계로 묶는다. "나도 경상도야" 나도? 뭐가 나도가 되는지 의아했지만, 경상도 선배다 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했다.

3. 그리고, 내가 새벽을 달려 만나기로 한 그 사장은 그의 후배가 된다고 한다.


정치적 견해는 이렇게 순식간에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할 광장을 마련하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권력관계에서 결코 반박하지 못하게 된다.

사드를 찬성하는 사람들, 아니 그 괴상쩍은 많은 억측들은 이런 권력 관계아래에서 재생산된 것들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들이 만나는 대부분은 그의 말에 쉽게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도 그의 견해가 반대되는 자리에서 자기의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떤 견해라는 것이 의견이라는 것이 실제로 그것이 참이거나 거짓인 것에 상관없이 그 이야기를 발설하는 자가 그것에 동조됨을 확인하고 결국 그것을 통한 자신의 권력관계를 확인하는 것들은 아닐까?

그렇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그렇다보니 어디서 말대답이냐? 어린놈이? 어른말이 듣기 싫더라도 예의를 지켜야지?라든가? 말이다.  꽤 많은 억측들의 과정에서 던져지던 탄환들이다.


곰곰히 되돌아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의견을 내 나이와 네 위치와 관계로 설득해 내려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마치 모든 것이 완벽한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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