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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운양반 Jul 05. 2017

단순한 삶이 풍부한 삶이다

타인은 언제나 나를 오해할 뿐이가


 
벌써 스물하고도 몇 해전의 일이다. 이런 숫자의 해를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 가끔은 놀랍기도 하다.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면서 유럽배낭 여행이 대학생들의 방학 필수 항목이 되었던 시절이었다. 물론, 휴학을 하고서 어학연수를 가는 것도 이 즈음 시작되었던 듯 하다.

군복무을 마치고 돌아온 대학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보이지 않던 시절. 나라 밖의 경험과 더불어 영어에 대한 부담으로 나 또한 방학을 이용해 어학연수라는 명목으로 뉴질랜드에 몇개월 체류한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우연히 일본 여행객을 통해서 WWOOF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유기농 농업을 하는 단체로서 여행객들이 일을 도와주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시기라고 얘기하는 2주간의 농장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농장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지만, 양이나 소보다는 채소 등을 주로 재배하는 농장이었다. 집 뒤로는 하늘만큼 솟아오른 전나무 숲이 있었고 그 아래에 양떼가 있었다. 밤에는 아마 9시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같은 시간에 별처럼 하늘을 가로지르는 인공위성이 보이는 곳이었다.

보통의 농장은 주 5일, 매일 4시간 노동을 하지만, 유대인 가족의 농장이어서인지 하루 6시간 4일을 일하고 금요일부터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2주 동안 내가 한 일은 양배추를 심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양배추만 심었다. 밭이라는게 명확하게 구획이 보이지 않았기에 트랙트로 땅을 갈아 엎어두면 나는 양배추를 심었다. 그리고, 다 심으면 트랙터가 다시 새로운 밭을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정말 양배추만 심었다. 그리고 밤이 오면 전나무의 짙은 숲을 보았고, 그 위로 별들을 볼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가야할 적도너머 있는 한국에서의 삶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래서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기였다고 하는지 모를일이다.

바로 옆 방에는 영국에서 온 아주머니-나중에 그녀가 손자가 있는 할머니라는 것을 알았다-도 별을 보려고 의자를 내어 앉아 있었다. 이미 그녀는 남미와 북미 대륙의 여행을 마치고 호주를 거쳐 뉴질랜드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꿈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여행을 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이 그렇게 멀리 있는 꿈으로 생각되지도 않았다. 그 당시에는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녀에게 "어떻게 하면 잘 사는 인생인가?"라고 물었다. 20대 중반의 나는 아직도 삶의 의미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아직 제대로 발견되지 않은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 납득되는 답만 찾는다면 나의 삶은 분명 더 의미롭고 근사해 질 것이라고 말이다.

"삶을 단순하게 해라.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옆집에서 무슨 가구를 샀는지 등과 같이 다른 사람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지 말고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그녀가 머뭇거림도 없이 얘기했다.

 "Make Things Simple" 이라는 말을 한 동안 내 삶의 지표처럼 간직하게 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그녀의 말을 정확하게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스물 하고도 몇 해가 지났다. 같은 말이라도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같은 사람이라도 세월에 따라 그 메세지가 달라지는 것 또한 당연한 모양이다.

이제와서 다시 이 말을 떠올리게 하니 말이다.

스물 몇 해 후에 내가 꿈꾸던 곳에 내가 지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그 당시 내가 꿈꾸었던 것이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 돌이켜 본다. 몇 년 직장 생활을 해 모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하고서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하여 국제적인 생활권을 영역으로 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은 어렴풋이 있다.  결국, 첫 직장으로 무역회사에서 근무를 했고, 계속 무역업에 종사를 했기에 국제적인 생활권을 영역으로 하는 근처에 있기는 했으니 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고도 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충분히 행복으로 정의할 만큼 내 삶을 돌이키고 지금과 미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 만은 분명하다.

나름 괜찮은 삶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자기 겸손의 물음이 아니라,의미라는 것 혹은 나를 명확히 하지 못하는 불안이 변함없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묻고 있다.

나의 삶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동일한 불안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곰곰이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그 불안이라는 것이 타인과의 비교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불확실성, 가정된 미래라는 것은 회피될 수 없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진도표를 맞추어 나가게 할 수 있는 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여 당장 내일의 내 생명이 지속될지도 계획하지 못할 뿐더러 어떠한 삶의 안정성이라는 것도 오늘의 계획과 확신으로 담보되어지지 못한다. 물론, 모두의 미래가 동일한 수준의 불안과 안정의 선상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안정이라는 것으로 보장되는 현재의 안정이 보증수표가 아니라 공수표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데 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가장 큰 요소는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게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동년배 누구? 동창생 누구? 옆집의 누구?

뉴질랜드의 그 밤하늘을 보면서 들었던 그녀의 얘기를 다시 돌이키게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2천년전에 이미 이 이야기를 준비한 사람이 있었다.



"이에 베드로가 그를 보고 예수께 여짜오되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사옵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올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 하시더라" (요한복음 21:21~22)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말고 너는 나를 따라오면 된다고 얘기한다. 너와 나의 관계에만 집중을 해라. 타인이 너를 규정할 수 없으니 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만일 누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 줄로 생각하면 스스로 속임이라

각자 자기의 일을 살피라 그리하면 자랑할 것이 자기에게는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아니하리니

각자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 (요한복음 6:3~5)

이 구절은 겸손하라는 말로 들리지만,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각자 자기의 짐을 지라고 하는 것을 볼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의 짐에 집중하라는 얘기로 들린다. 그리고 여기에서 짐은 LOAD로 앞구절의 짐 Burden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영어 구절을 보면

" Each one should test their own actions. Then they can take pride in themselves alone, without comparing themselves to someone else. for each one should carry their own load"

"각자 자신의 행동을 음미해야 한다. 그러면(then), 그들은 스스로 자랑 할 수 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서. 각자는 자신의 짐을 지어야만 하기 때문에"

조금 적극적으로 영문 구절을 해석해 보면,

"각자는 자신의 행동을 살펴야한다. 그러면 각자는 자신의 짐을 지어야 하기에 다른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서도 스스로 자신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타인과의 비교없이 자신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문장을 근간으로 "만일 누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 줄로 생각하면 스스로 속임이라"라는 구절을 다시 보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타인의 잘 못으로 자신이 마치 보다 나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말이다"

자신을 속인다는 성경 말씀을 빌리지 않더라도,

타인과의 비교가 나의 현재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된다면 그것은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 번 나에 집중한다. 스물 몇 해가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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