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과 잘 찍은 사진, 그리고 애매한 사진

사진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와 고찰

by sangillness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어느새 7년이 다 되어간다.


사진, 그 자체가 좋아서 사진을 찍었던 적도 있었고, 돈을 벌기 위해 그냥 되는대로 찍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진들을 찍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질문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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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 그런데 좋은 사진은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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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사진을 정말 잘 찍는다. 그렇다면 내가 그 사진을 잘 찍었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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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 '좋은 사진'과 '잘 찍은 사진'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와 해답을 아래 짧게나마 적어보았다.






1. 좋은 사진이란?

좋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고민을 해봤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에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1) 기록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진

기록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진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그 장면, 그 상황을 기록함으로써 의미를 갖는 사진을 말한다.

무엇이 처음으로 등장한 시점을 담은 사진이나 정상회담이나 연설 장면 등, 찍어두었을 때 의미가 있는 사진들이 이 분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흔히 기자들이 찍는 그런 사진들만이 기록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진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가 처음으로 걷는 장면, 처음으로 말을 하는 장면들 또한 어떠한 개인에게는 크나큰 기록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진일 수 있다.


(2) 미학적으로 뛰어난 사진 (보는 순간 눈이 즐거워지는 그런 사진)

미학적으로 뛰어난 사진이란 무엇인가?

구도나 색감 또는 다양한 미적인 영역에서 뛰어난 사진을 말한다.

물론 개개인마다 사진을 바라보는 미학적 가치관이나 느낌이 다 다를 수 있으므로 미학적으로 뛰어난 사진 역시 개인적으로 크게 다를 수 있다.


(3) 생각할 기회를 주는 사진

생각할 기회를 주는 사진은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사진은 어떤 이가 사진을 바라보았을 때, 개인적인 다양한 감정에 빠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기쁨이나 그리움 일수도 있고 분노나 증오 같은 감정 일수도 있다.

생각할 기회를 주는 사진은 개인의 경험이나 상황에 따라 사진을 느끼는 감정과 생각의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전쟁터에서 군인들이 깃발을 들고 적군의 기지를 점령하는 사진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떠한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전쟁에 참전해서 승리한 경험에 빗대어 승리의 영광에 도취된 그런 기쁜 감정을 생각할 수 있고, 또 어떠한 사람들은 조국의 수탈의 역사나 전쟁으로 겪은 고통으로 인해 분노의 감정이나 슬픈 감정에 빠질 수도 있다.



각 (1), (2), (3)의 사진들은 서로 중복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사진은 기록적으로 의미가 있으면서 미학적으로 뛰어날 수 있고, 어떠한 사진은 미학적으로 뛰어나면서 오래 보고 생각할 기회를 줄 수도 있으며, 또 어떠한 사진은 기록적으로 의미가 있고, 미학적으로 뛰어나면서도 생각할 기회를 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선호도를 말하자면 나는 생각할 기회를 주는 사진을 좋아하고 그러한 사진에 반응한다. 그래서 미학적으로 아무리 뛰어나거나 기록적으로 의미가 있어도 여러 가지 개인적인 (3)의 요소가 없다면 나는 그런 사진들에 감탄하지 않는다.

는 달력사진 혹은 엽서 사진과 같은 대자연을 담은 사진들에는 대부분 큰 감동을 받지 않는다.

보통 그러한 사진들은 오래 보기보단 아주 짧게 바라보고 “잘 찍었네” 하고 넘어가곤 한다. 물론 모든 풍경 사진들이 나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진 안에는 나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어떠한 요소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생각할 기회를 주는 그런 요소들이 없는 것 같다면 특정 요소에 몰입하여 가짜 경험이나 상황이라도 만들어 사진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2. 잘 찍은 사진이란?

잘 찍은 사진이란 무엇인가?

나는 잘 찍은 사진에는 완벽히 꾸며진 사진과 찰나의 상황을 담은 사진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완벽히 꾸며진 사진

완벽히 꾸며진 사진이란 사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조건들(광원의 세기나 방향, 피사체의 위치 혹은 움직임 등)을 작가가 원하는 방향대로 조정하고 또 통제한 그런 사진을 의미한다, 즉 작가의 의도대로 미장센을 완벽히 짜내어 작가가 원하는 방향이 사진에 정확히 투영된 그런 사진을 의미한다.


(2) 찰나의 상황(우연)을 담은 사진

찰나를 담은 사진이란 말 그대로 어떠한 상황을 순간 포착해서 찍어낸 사진을 의미한다.

이 상황은 어쩌면 다시 반복될 수도 있고, 영영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찰나의 상황은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 예를 들어 출퇴근길을 오가다가 우연히 포착될 수도 있고,

탐조나 스포츠의 상황처럼 오랜 기다림이 요구될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1)은 원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고, (2)는 만들어진 상황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1) 혹은 (2)에 완벽히 일치하는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1)에 더욱 근접하거나 (2)에 더욱 근접할수록 더 잘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1의 좋은 사진 2의 잘 찍은 사진은 서로 비슷한 점 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르다.

1의 좋은 사진은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이고 2의 잘 찍은 사진은 사진을 찍는 작가의 입장이다.






(※ 다만, 여기까지 쓰인 글과 앞으로 쓰일 글의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의 기준 모두 전적으로 나의 입장과, 내가 느끼는 감정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러한 기준들은 각각의 개인에 따라 크게 다를 수도 있음을 전제로 하고, 나의 생각 또한 언제든 바뀔 수 있다.)






3. 나는 그것들을 회피한다, ‘애매한 사진’

(1) 애매한 사진이란?

애매한 사진이란 위 2의 예시에 속하는 완벽히 꾸며진 사진과 찰나의 상황(우연)을 담은 사진의 성격을 애매하게 반반씩 갖고 있는 사진을 말한다.

이 애매한 사진의 예는 아주 쉽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 정상이나 유적지에서 어설픈 포즈를 취하고 찍은 우리네 부모님들의 인증샷이나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웃음 지으며 브이 포즈를 취한 아이들의 사진이 그러하다.


(2) 회피하는 이유

회피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 (1)의 예시를 생각해보자 이러한 사진들은 자연스러움과 완벽함에 적절한 믹스매치를 통해서 어설픔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러한 사진들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이 사진들은 그 어떠한 영역에도 속하지 못하는 어설픔을 포함한 애매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애매한 사진’은 잘 찍은 사진에 반하는 개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 좋은 사진이 곧 잘 찍은 사진은 아니고, 잘 찍은 사진이 곧 좋은 사진은 아니듯이 ‘애매한 사진’ 즉 어쩌면 못 찍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그런 사진들이 나쁜 사진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찍는 아빠 사진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사진가가 정말로 어설프고 억지로 지어낸 티가 나는 (나의 기준에서 못 찍었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찍었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아이들의 아버지이고 그 사진을 찍은 사진가라는 또 다른 가정 하에, ‘나‘라는 사진가의 입장에서 그 사진들은 정말 터무니없이 못 찍은 사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진들은 사진을 바라보는 ’ 아버지‘라는 입장 하에서는 그 사진들은 훌륭한 기록의 의미를 갖고 있고 충분히 생각할만한 기회를 주는 그런 좋은 사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위처럼 좋은 사진과 잘 찍은 사진, 그리고 애매한 사진을 정리해보았지만 당연히 내가 느낀 점들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1세기에 사는 우리들은 수도 없이 많은 사진을 찍는다.

개중에는 마음에 드는 사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직접 찍는 수많은 사진들이 왜 좋은지, 혹은 왜 나쁜지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고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혹은 사진을 찍을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러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그 행위 안에서

'나쁜 사진을 찍고 싶다', 혹은 '잘 못 찍은 사진을 찍고 싶다'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좋은 사진'과, '잘 찍은 사진'을 갈구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서 뭐가 '좋은 사진'이고 뭐가 '잘 찍은 사진'인지는 한 번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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