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ngillness
Jun 08. 2020
무뎌지는 설렘과 커지는 두려움
설렘을 좇을수록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나는 아직도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 느낀 그 설렘을 기억한다.
처음 공항에 도착해서 마주한 그곳의 냄새와 분위기 까지...
아주 어렸을 때에 일이지만, 그 기억만큼은 생생하다.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출국장에서 마주한 수 백, 수 천 가지의 표정 까지.
공항의 아주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자연스레 그 설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가족 여행을 자주 다니게 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긴 여행을 떠나면서,
나는 그 기분 좋은 설렘을 자연스레 잃게 됐다.
언제부턴가 몽실몽실 구름이 보이는 창가 자리보다는 움직이기 편한 통로 좌석이 좋아졌고, 줄을 서서 티켓을 받기보다는 빠르고 편한 모바일 티켓이 좋아졌다.
공항이나 비행기가 변하거나,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들이 변한 것은 아니다.
모두가 제자리인데, 그저 내 마음이 변했을 뿐.
나는 그 사소하고도 거대한 설렘들이 그립다.
처음 받아본 비행기 티켓, 또 그걸 건네받았을 때의 설렘이 그립고,
모든 것이 낯설어 어리바리하던 나 자신이 그립다.
그래서 두렵다.
비행의 설렘뿐 아니라, 여행의 설렘을 잃을까 두렵다.
여행이 내 평범한 일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여행이 내 일상이 될까 너무나 두렵다.
설레었던 행동들이 앞으로 모두 무뎌져 버릴까 그게 두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