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어느새 200일이 다 되어 갑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구독자 수가 1,000명을 돌파했고, 요즘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분들이 이 지루한 글들을 읽어주십니다. 글이 읽히는 시간을 아주 짧게 1분 정도로만 잡아도 하루에 수백, 수천 분이 제 글을 위해 소비된다는 이야기겠죠. 글을 적는 저마저도 글에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데, 그것을 읽을 의무도 없는 여러분들이 그만큼의 시간을 저에게 할애해주신다니, 저로서는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죄송합니다.
방금까지 고맙다는 말을 하다가 뜬금없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많이 놀라셨죠? 감사인사를 전하기 전에 먼저 사과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짧게나마 몇 줄을 추가했습니다. 제 글이 좀 지루하고 형편없어야죠. 저도 가끔 지난 글을 읽을 때면 잠이 오다가도 부끄러움에 이불 킥이 날아가는데 여러분들은 오죽하셨겠습니까. 쓴 사람마저 버겁게 만드는 형편없는 글을 이렇게 많이 읽어주신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더 재밌고 질 높은 글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남아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는 본론으로 넘어가서, 1,000명의 구독자분과 그 외에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평생을 누구의 시선이나 반응에 개의치 않으며 살아왔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없었다면 저는 분명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적을 수 없었을 겁니다. 중간중간 딴생각 들 때마다 저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은 제 의지도 아니고, 글쓰기에 대한 열망도 아닌 바로 여러분들의 소중한 관심이었습니다.
숨 쉬듯 적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글을 적는 줄도 모르면서 습관처럼 적어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헛웃음이 나왔지만, 여러분과 함께라면 그것이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이 제 글을 있게 했고, 나아가 지금 글을 적는 저 자신을 지금처럼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적으며 살아가는 지금 제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