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같은 건 안 바라 그건 너무 멀어 평범함 그 주변 어디, 거긴 가보고 싶어 그 근처 어디라면 견딜게
- 'Maybe (Next to normal)' <넥스트 투 노멀>
16년째 조울증을 앓고 있는 다이애나는 자살기도 이후 최후의 수단으로 전기충격 치료를 시도한다. 그 부작용으로 모든 기억을 잃은 다이애나에게 남편 댄은 좋은 기억만을 되찾아주려 하지만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완벽주의에 시달리는 딸, 나탈리는 스트레스로 탈선하며약에 손을 댄다. 상처는 없었던 일로 하고, 남기고 싶은 조각만을 '나'로 맞출 수는 없을까. 이렇게 생각하면전기충격을 받고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상실을 직면할 때 상실 이후의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라고 언젠가의 내가 자신 있게 말했다. 정작 나는 얼마나 많은 '나'를 외면하고자 하는지. 나의 고통은 평범함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다이애나의 의사는 4개월 이상 지속되는 슬픔은 정신병리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슬픔'에서 벗어나는 기준이 그렇다고 한다. 정상, 평범함에 대한 숨막히는 집착은 우리에게 고통을 완벽하게 해결하기를 요구한다.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평범함'의 이상향은 나탈리처럼 약에 취하기를, 다이애나처럼 모든 것을 망각하기를, 혹은 삶을 끝내기를 바라게 한다. 게이브는 인물들이 과거의 상처를 되짚을 때마다 주위를 맴돈다. 게이브의 입을 빌려 극은 우리에게 묻는다. 과거와 그리 쉽게 작별할 수 있을 것 같냐고. 작별할 수 없다. 고통의 기억은 떼어낼 수 없는 우리의 일부가 된다.
220730 커튼콜
(다이애나) 발은 땅에 붙었는데 죽음이 날 쫓아와 넌 몰라, 난 너를 알아 넌 아프다지만 안 그래보여 넌 몰라, 이 절망의 끝. 내게 괜찮다 하지 마, 넌 몰라 (댄) 난 절대 널 버리지 않아 널 도울 사람은 나 날 그냥 무심하다 탓하지만 바로 너야말로 날 몰라
- 'You don't know', <넥스트 투 노멀>
다이애나와 댄, 나탈리와 헨리의 만남과 이별은 그림자를 안고 사랑하는 방법을 말한다. 댄은 16년 동안 다이애나에게 헌신했지만 다이애나는 댄에게 '넌 몰라'라며 일갈한다. 평생 곁을 지키겠다는 댄의 약속은 다이애나가 가진 절망의 끝에 다다를 수 없었다. 다이애나 역시 댄의 아픔을 모른다. 타인의 전부를 알고 나의 전부를 내보이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를 위한 바람인가. 그림자의 끝을 이해하기란 사랑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나'와 '너'가 타인이라는 시점에서 이미 불가능한 일이다. 다이애나는 외로운 싸움을 했다. 댄은 다이애나를 '평범함'의 세계로 돌려놓는 일에 집중했다. 댄의 잘못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다이애나는 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반면, 자신이 엄마처럼 된다면 어떻게 할지 묻는 나탈리에게 헨리는 기꺼이 함께 미치겠다고 대답한다. 나탈리의 세계가 어디든지 따라가겠다는 헨리의 약속이, 이들에게는 다이애나와 댄 부부보다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한다. 함께한다는 것은 같은 위치에서 같은 풍경을 보려 애쓰는 일이다. 똑같은 풍경을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어딘가 고장난 듯한 세계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내일을 살아낼 용기가 될 수 있다.
가야만 해, 그럼 살 길은 또 생겨
결말부에서 굿맨 가족은 '희미한 빛'을 노래하지만 지난 16년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그들 안에 남아있다. 아픔이 꼭 삶의 일부여야 하는지, 아프지 않고 행복을 느낄 방법은 없는지. 이 모든 질문의 답을 알면서도 우리는행복의 대가를 원망하고 고통의 제거를 열망한다. 삶에서 고통을 들어낼 수는 없지만, 희미한 빛이란 적어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로부터 고통받지 않을 때 우리 앞에 나타난다. 꼭 평범함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근처 어딘가여도 행복할 수 있다고. 고통과 뒤엉킨 과거를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자.
어느 여명
무뎌지려 해 봐도 상처는 낫지 않아 유령에 쫓겨도 가는 거야 가야만 해, 그럼 살 길은 또 생겨 행복만을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살아 있어야 행복해 아픔은 삶의 일부, 느끼기 위한 대가 사랑은 고통임을 다 알지만 우린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