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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주 Aug 18. 2019

나는 나쁜 딸이다

엄마의 아픔이 이제야 느껴진다. 세월이 20년도 지난 지금에서야~~

몇 년 전이었을까.

결혼을 하기 전 한창 연애시절 거실에 누워있는 엄마를 외면하고 약속 장소로 향했던 때가 생각난다.

한 번도 누워있지 않았던 엄마가 한 손은 머리맡에 얹어놓고

한 손은 축 늘어진 채로 차디찬 거실 바닥에 온몸을 붙인 채로 꼼짝하지 않고 누워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영혼 없는 한마디를 건넸던 나다.

"엄마, 많이 아파?  나 나갔다 올게"

.

.

엄마는 안나가면 안 되겠느냐며 눈길로 날 붙잡으신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약속 장소에 나가 있었으니 엄마의 간절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일찍 올게"

.

일찍은 무슨~ 밤이 지나고 새벽녘이 되어야 들어왔던 나는

그때까지도 거실에 누워있는 엄마를 힐끔 쳐다보곤 방으로 들어갔었다.


왜 이제야 그때 일이 떠오를까

왜 이제야 미안한 마음이 들까


밥은 드셨을까?

약은 드셨을까?


살갑게 어떠냐고 물어보기는커녕 머리 한번 짚어드리지 못한 게 왜 이제야 생각날까


이젠 엄마 나이 칠순이 지나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나이가 되셨다.

주변에 많은 분들이 칠순이 되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아침에 일찍 전화가 와도 놀라게 된다.

이젠 아파서 눕기만 하셔도 마음이 먼저 간다

아프면 안 된다고,

우리 곁에 오래오래 계셔야 한다고

돌아가시면 안 된다고


이제야 엄마의 이마에 손을 얹는다.

세월이 20년도 더 지나서야 엄마의 손을 매만진다.


미안해요 엄마!


나 정말 나쁜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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