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주 Aug 20. 2019

그 자리 지켜줘서 고마워요 엄마

그때 엄마는 어땠을까

어릴 적 생각을 하다 보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엄마가 짐을 싸고 있는 모습이다.

모든 조명은 꺼져있다. 그저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보인다. 

꼼짝도 할 수 없다. 정말 엄마가 우릴 두고 가실까 봐, 아주 멀리 떠나버릴까 봐.  

  

다행히 엄마는 우릴 두고 떠나지 않으셨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렇게 엄마는 또 그 자리를 지키며 하루를 살아내셨다.

그때 엄마는 어땠을까, 

우릴 두고 짐을 싸시던 그 마음은 어땠을까   

     



혼자일 때 보다 더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시아버지를 모시고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일 까지

외로울 틈도 없이, 나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렇게 나의 30대는 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단 하루만이라도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혼생활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과연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그 생각이 내 안에서 튀어나와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멈출 수 없는 분노에 내 손에 닿는 모든 것은 산산이 부서지고 깨지기 시작했다.     

결국 화산처럼 폭발한 나는 집을 나갔다. 


이틀이었을까. 3일이 지났을까.

나가면 내 안에 모든 것이 잠잠해지고 괜찮을 줄 알았었는데 어쩔 수 없는 나는 엄마였다.

아이들이 눈에 밟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간다고 뾰족한 수도 없던 나다.

그렇다고 모든 게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난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왔고 그 일은 아주 어릴 적 아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듯했다.    


언젠가 함께 운동을 하며 그동안 언제가 제일 힘들었는지, 또 최근에 힘든 일은 없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의 질문에


 “엄마가 집 나갔을 때…” 


순간 너무 놀랐다.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딸아이의 눈을 보자 금세 눈가가 촉촉해져 있다. 목소리는 살며시 떨리고 애써 담담히 말하던 딸아이의 모습에서 아이의 상처를 보았다.

엄마도 나에게 주지 않았던 그 상처를, 그 불안함을, 그 아픔을 내가 주고 있었다.  


딸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갖다 보니

엄마에게 감사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엄마는 그 자리 지켜주셨으니....


고마워요 엄마, 나 지켜줘서!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나쁜 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