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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주 Nov 02. 2019

엄마는 다 해!!

어떻게 그 많은걸 다 할 수 있는걸까

KBS 2 드라마 중 <동백꽃 필 무렵>이란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울고 있는 동백이를 안고 있는 젊은 동백 엄마에게 배가 한껏 나온 식당 주인은 음식을 건네며 말을 건넨다.

"첫 째?" 아마도 그의 눈엔 우는 아이로 쩔쩔매는 동백 엄마의 모습에서 분명 첫애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난 셋째" 그녀의 배를 보며 아마도 첫째는 아닐 거란 동백 엄마의 눈빛에 난 벌써 셋째라는 여유 있는 제스처를 보낸다.

그리고 오고 가는 대화 가운데 어떻게 아이 셋을 키우며 이것저것 할 수 있을까 싶은 초보 엄마에게 그녀는 말한다.

"엄마는 다 해"


엄마는 다 한다는 말,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에 남았는지 모르겠다.

그래, 엄마는 다 하는 것 같다.

나도 그랬고 이미 나의 엄마도 그랬으니 말이다.                 


새벽녘에 일찍이 일을 나가시던 아빠를 위해 일찍부터 밥을 하고 가방을 챙겨주시던 모습은 꽤 오래전부터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추운 겨울 이불이 조금만 내 몸에서 떠있어도 움켜쥐게 만들던 그 차가움 속에서도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빠의 출근을 돕던 그 모습을 보며 난 생각했었다.


엄마는 잠도 없나 보다.

엄마는 안 추운가 보다

엄마는 안 힘든가 보다

가장 늦게 주무시고 가장 일찍 일어나시던 엄마.


그 모습을 보면서 참 귀찮겠다, 힘들겠다, 나는 죽어도 못 일어나겠다 싶었는데...

그런데 절대 그건 엄마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참으로 귀찮은 일이었고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었고 견디기 힘든 하루였다.


© daen_2chinda, 출처 Unsplash


아이를 낳으면 여자가 철이 든다고 했던가

사실 아이를 낳아도 철은 들지 않았다. 문득문득 엄마가 대단해 보이고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커가면서 나도 커감을 느꼈다.

아이로 인해 내가 더 단단해지고 엄마가 더 그리워짐은 아마도 이렇게 조금씩 철이 드는 것이겠지.


첫애를 낳았을 때 아이 둘을 키우는 부모가 얼마나 대단해 보였는지 모른다.

한 명도 힘든데 둘 다 씻기고 머리 묶어주고 옷 입히고 간간히 덜먹은 밥을 먹이던 모습은 가히 범접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내가 둘째를 낳으며 조금씩 들던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힘들어 보이던 과정을 아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힘든 것도 모르고 엄마라서, 엄마이기에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둘 중 하나는 아들이라 머리만 쓱쓱 빗기면 되고 얼마나 다행인 건가.

떼쓰며 울지 않고 졸리면 구석에서 조용히 엎드려 잠이 들고 깨어나면 방긋거리니 얼마나 다행인 건가


그렇게 엄마도 우리 4남매를 키우셨다.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자동화가 아니었던 그 시절, 불을 때어서 밥을 해야 했던 그 시절, 일일이 손빨래를 해야 했던 그 시절에 아이 넷을 키우며 농사일까지 했을 엄마에게 참 고개가 숙연해진다.

엄마가 되어보니 왜 그렇게 엄마란 단어에 눈물부터 핑 도는지 그 이유를 저금은 알 것 같다.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불러대던 이름,

엄마


그 이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이제야 알았다.


엄마라서

엄마라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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