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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주한옥 Nov 27. 2022

1. 시골집도 고치면 예뻐요 - 2년간 고친 시골집

상주 한옥

안녕하세요. 저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무엇이든 고치고 내가 직접 시간이 걸릴지라도 만들어가는 기쁨을 감사하게도 배워나간 아이였습니다.


첫 사회생활부터 작은 캐리어에 옷 몇 가지만 가지고 객지 생활을 시작하였고 아무것도 없이 무일푼으로 하루에 3가지 일을 하며 집에 있던 빚도 갚고 대학교 학자금 대출도 상환하였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취업을 하고 대도시에서 회사생활을 하며 월세에서 시작하여 전세를 들가고 바쁜 하루를 보냈었지요.


작은 소도시에서 태어나 친구들이 그랬듯이 대도시로 대학교를 다니고 대도시에 있는 직장을 잡고 그곳에 6평 단칸방에서 시작하고 이사를 여러 번 다녔고 월세를 아끼기 위해서 신축 집은 꿈에도 못 꾸고 늘 30년 넘고 오랜 시간 비워져 있었으며 도배장판이 되어있지 않아야 한 달에 저렴한 월세에 조금이라도 넓은 집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배며 장판이며 조금씩 직접 고치고 꾸미며 살다 보니 떠날 때는 너무 아쉬웠고 저의 큰 로망은 마당이 있는 집을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30대 초반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고 10년이란 시간 동안 틈틈이 시골집을 많이 보러 다녔습니다.  저는 지인들이 서울과 대구에 많이 상주를 하고 있어 중간었으면 했고 또 한 가지는 국내외 여행 가릴 것 없이 홀연히 떠나는 걸 좋아해서 교통이 편리해야 했습니다.

물론 해외에 나가는데 공항 접근성도 고민해보았고요.

그리고 차로 10분 내외 거리에 인프라(은행, 병원, 마트, 우체국, 카페 등)가 어느 정도 있는 위치이길 바랬습니다.

감사하게도 30대 후반에 저에게 그런 집이 나타났습니다.

사실 대구에서 13년 넘게 살다가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오기까지 쉽지는 않았지만 더 늦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음악 크리에이터이기에 인터넷만 되면 어느 곳이든 상관이 없었기도 하였고요.


처음에 이 집을 2020년 5월에 만났습니다. 마당은 푸푸릇 싱그러운 채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담장이 없어 까만 비닐 그늘막으로 마당 경계를 표시하였고 빨간 장미덩굴들이 절 반겨주었습니다.

빨간 지붕의 본채는 차가운 회색빛의 시멘트 벽을 가진 날것 그대로였고 비바람을 70년 넘게 이겨낸 시멘트 기와로 만들어진 별채는 말 그대로 닳고 벽도 쓰러져가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세월의 풍파가 고스란히 느껴져 별채 뒤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도 다 바스러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계속 눈에 아른거렸고 제가 꼭 주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서류상에 문제가 있어 부딪히다 보니 그러다 5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이 집이 다시 있는지 알아보니 다행히 그대로 있었습니다. 70년 넘게 사시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1년 반 이상 비어져있었는데도 집에 온기가 가득하고 감싸주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어 이 집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2년이란 시간 동안 직접 하나씩 고치면서 남겨놓은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합니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도서관에 자주 책 읽으러 가고 그게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도 커서 책 한 권은 만들고 싶다는 그 꿈을 사는 것이 바쁘고 여의치 않다 보니 이렇게 벌써 40대에 접어들었네요. 이제라도 한걸음 서툴지만 이뤄보고 싶어 용기 내어 문을 두드려봅니다.

1800만 원에 산 시골집 2채에 최소한의 비용(3200만 원)으로 공사하기 까지 대부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저같이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분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나누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다 허물고 새로 지으라고 말을 많이 하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대로 고치길 천만다행이라 자부합니다.

그리고 시골살이하면서 마음의 치유도 얻었고 행복함도 두배가 되어 저와 같이 고민하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행복의 기준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침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뜨고 햇살이 좋을 때는 마당 한편에 준비된 그네의자에 앉아 향긋한 커피 한잔 마시고 텃밭에 상추를 따서 한 끼 식사 해결하고 비 오는 날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툇마루에서 김치전 따뜻하게 바로 구워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소소한 즐거움들을 느낄 수 있는 집이 되었습니다.


하나씩 차근히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내려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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