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채와 별채가 있는... 그리고 70년이란 세월 동안 주인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으며 20대 때 직접 손수 마음을 담아 지으신... 이곳에서 자녀 3분이 잘 자라주었다는 이야기도...
할머니께서 93세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전해 듣고..
어르신 두 분 다 오래 사셨다고 집이 좋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제 나이의 두배인 이 집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할머니께서 반겨주는 포근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이 집은 길보다 약간 아래에 위치해있고 본채(빨강 지붕)와 별채(검정 지붕)에 화장실이 없고 별채 뒤쪽에 황토벽돌로 만든 다 바스러져가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어요
별채 또한 옛날에 소 한 마리를 키웠던 흔적이 남아있었거든요. 그리고 황토벽 상태가 좋지 않아서 업자분들이 철거하라고 하셔서 결국 경제적인 여력도 고민이 되었기도 해서 직접 고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집을 5월에 만났지만 다섯 달 만에 여러 가지 사유로 어렵게 제가 감사하게도 두 번째 주인이 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전 1973년 신문지들 이때도 취업이 걱정이고 검정고시 수능 공무원시험등.. 부동산 월세 전세 공지가 있었더라구요
회색 티브이는 브라운관. 검은색 티브이는 손잡이 잡고 돌리는 다이얼식. 할머니께서 물려주신 귀한 것들이에요.
50~60년 된 책상과 오래된 물건들이 있었어요.
이 집의 시간은 멈추어 있었고 저는 그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집보단 그 사람의 인생사가 담겨있는 이 집에서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졌거든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1년 반이나 비어져있었다고 들었는데 집은 어제 바로 지내시던 모습 그대로였고 생전에 사용하셨던 가구며 물건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이 집의 두 번째 주인이 되길 더욱더 갈망했는지 모릅니다.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기분이 들어서 차마 물건들을 치우고 싶지 않았고 유가족분들께 제가 할머니 쓰시던 것들을 물려서 사용해도 되는지 여쭤보니 흔쾌히 그렇게 해주면 고맙다고 하셨어요.
할머니 손때가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제가 바통터치받아 이뻐해 주기로 하였어요. 책상은 자녀분이 어릴 때 썼다고 하니 지금 막내분이 60대시던데 추정나이는 50~60년 된 것 같아요. 완전 손으로 만든 책상이라 대패질도 다르고 닳기도 하고 가구들도 제가 아마도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것들 같아서 설레기도 하고 그랬답니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가꾸어가길 잘했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