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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시골집도 고치면 예뻐요 - 본채 주방 천장

by 상주한옥


본채는 옛날 싱크대가 있던 자리에 그대로 싱크대가 들어갈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문제가 옛집들은 다 그렇듯이 공간 크기는 협소한 편인데 천정이 낮아서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드는 편이기도 하죠. 고심 끝에 본채와 별채의 마감되어 있는 천정 합판들을 죄다 철거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본채 주방 자리 내부를 보니 서까래에 시꺼먼 그을음들이 있더군요

아마도 부분 리모델링하기 전에 아궁이가 있던 자리로 추정이 되었고 옛날 집들은 '정지'라고 해서 아궁이가 있고 불을 때면 가마솥을 설치해서 밥을 하곤 했죠. 그리고 바로 방으로 밥상에 반찬과 밥들을 올려서 갖다 놓고 식사를 했던 구조가 많았어요.

아궁이에 불을 오랜 세월때면 그 연기와 그을음들이 위쪽으로 날아가면서 지붕 천정에 맞닿아 서까래와 발라놓은 황토사이에 시꺼먼 색상으로 변하죠.

시골집 천장으로 철거할 때 아래 사진과 같이 보인다고 그 자리는 불 때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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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한옥 본채는 처음부터 서까래가 얇은 나무였다 보니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살린다는 건 위험 요소가 많았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다시 천정을 덮기로 결정합니다.

다만 그래도 서까래 끝부분 기준으로 덮기에는 너무 공간도 협소하고 처음 뜯기 전 그대로 돌아가기에 천정으로 조금이라도 높여서 개방감을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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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심한 것이 중간 부분이 들어가게 모자 모양으로 하면 층고가 조금이라도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하여 공사를 진행합니다. 지붕 자체도 약하다고 생각하여 각목을 연결할 때 서까래 고정도 하면서 받치는 효과가 있었으면 해서 'ㅗ' 모양으로 공사를 진행하였어요.

오래된 시골집이다 보니 지붕 내려앉을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서로 지지대가 되어주고 받쳐주고 고정해 주면 그래도 좀 더 튼튼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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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골집이기에 정형화된 느낌이 아니고 집주인이 원하는 데로 서툴지만 애정을 담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볼 수 있기에 공사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천정에 식탁등과 주방들 자리를 생각해서 전기 줄을 빼놓았어요. 천정의 모양이 굳이 평평해야 된다는 생각은 이 집 공사하면서 그 생각을 깨었습니다.

지붕 모양 그대로 살려도 그 나름 예쁘다고 생각해요.


지금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자모양으로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그대로 높이대로 평평하게 천정을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덮어버렸더라면 답답한 공간 그대로 되었을 거예요. 오래된 집 고치면서 한 가지 배운 점은 모든 공정에 정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며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하나씩 가꾸어 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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