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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캥 Mar 24. 2020

갈등의 시대

철학 소고 2

갈등은 인간이 문명사회를 건설하기 전부터 존재했다. 애초에 본능으로만 사는 짐승들도 먹이나 짝짓기 상대를 두고 갈등을 겪는데 인간이야 오죽하겠는가. 다만 인간 사회에서 갈등의 특징을 루이스 코저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갈등이야 말로 새로운 규범과 가치, 사회 제도를 낳는 동력이므로 창조적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갈등기능론).


하지만 갈등이 가진 긍정적 기능의 발현은 갈등의 해소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현대 사회의 갈등의 종류는 보수와 진보, 페미니즘, LGBT, 세대차이 뭐 셀 수도 없이 많다. 갈등의 원인은 가치의 불균등 분배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갈등의 해소는 가치의 공평한 분배를 위한 투쟁을 요구한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키배와 병림픽을 이러한(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고귀한 방법인) 투쟁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이분법적 사상을 대표적 원인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이분법적 사고는 동양과 서양을 가릴 것 없이 있었던 사상이다. 다만 구성과 표현방식이 다를 뿐. 그렇다고 해서 서구 사상 전체가 모순을 매개로 한 갈등의 역사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정+반=합의 변증법적 사고의 기틀을 세운 때가 고대 그리스 문명이었고, 헤겔에 의해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지 않았는가. 애초에 변증법적 사고가 민주주의의 초석을 세운 사상이었다. 다만 양자택일을 기초로 한 이분법적 사고가 서구의 역사 전체에 걸쳐 세계를 지배해온 것은 사실이며, 내가 존재하기 위해 상대방을 부정하는 투쟁성 때문에 많은 사회갈등이 생겼다. 그런 부작용을 해결하고자 갈등의 기능론이 연구되었던 것이고.

 

우리와 함께하지 않으면 우리의 적이다.         - G. W. Bush - 


동양에도 음양론을 기초로 한 이분법적 사고가 있지만, 서구 사상과는 좀 성격이 다르다. 음과 양은 서로 대립하면서도 끌어당기고, 상대가 존재해야 비로소 자기가 존재하는 관계로 표현할 수 있는 빛과 그림자의 관계이다(이것을 대대라고 한다. 대대 관념을 표현하는 가장 적당한 개념이 음과 양이라 채택되었다는 사실은 넘어가자).  빛이 없으면 그림자도 없듯이, 상대에 대한 부정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이며 합일을 위한 원초적 조건은 대립하는 존재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서로 다르게 표현했지만, 결국은 이것도 옛날 얘기다. 서로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세대가 바뀌어가면서 결국 동서양 사상은 (서로 자기의 방식에 맞게 발전시키겠지만) 비슷해지는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은 그로 인해 일어나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자. 향후 인간이 그것을 모두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의 기준을 설립하였을 때, 비로소 위버멘쉬로 가득 찬 세상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는 새로운 갈등을 창조하겠지만, 인간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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