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 랜드의 객관주의적 철학, 그리고 '바이오쇼크'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전 세계가 고통받는 지금, 한국에서 유독 공격받고 있는 집단은 바로 기독교 특히 개신교 집단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와 관련해 여러 '사실'과 '논쟁'이 뒤섞여있는 상황에서, 본 글에서는 그 어떠한 정치적 의견도 없음을 미리 밝힌다.
(공공기관 직원의 필수 미덕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은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를 정복한 지구상 유일의 패권 국가이다. 다민족 융합 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미국 권력의 정점은 여전히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로 표현되는 앵글로-색슨 혈통의 개신교 백인들의 미국 자유주의자들이다.
흔히 헬조선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한국은 명문, 지방대에 따라 인생이 갈리는 교육 지옥의 나라이며, 금은동 수저에 의해 신분상승은 꿈도 꿀 수 없는 무간지옥의 나라라고 불평하곤 한다(자매품 : 둠조선, 지옥불반도 등). 그런데 결국 우리나라는 유럽, 미국의 전철을 따라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흔한 나라일 뿐이다. 애초에 명문대의 개념이 영국에서 시작하였고(옥스퍼드, 캠브릿지), 자연히 영국인들의 후손이 미국을 건국하면서 영국의 교육모델을 따라갔다(하버드, 예일). 통칭 '수저 계급론'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 한국의 전형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명확한 기준도 없이 스스로 자조하는 와중에 생겨난 신조어일 뿐이다. 아예 영국에서는 '계급제'가 고착화되어 있으며, 이들은 철저하게 향유하는 문화를 구분 짓고 신분간 경계를 긋고 살아가며 계급에 따라 쓰는 언어 표현조차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수저 계급론' 이라던지, 대학 서열이라던지 하는 것들을 그저 엽전들의 본성이라고 비하하며 민족적 특수성으로 이해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문화현상이라고 보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지만.
다시 기독교 문화로 넘어가보자. 종교는 고대 시대부터 단순 집단이 사회로 발전하면서 꼭 필요했던 개념이다.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건 약육강식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힘센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을 죽이는 건 사회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강자보다 더 위대한 존재의 성립을 통해 집단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종교의 시작이다. 전능하고 위대한 존재의 대리인은 성직자가 맡았고 이들에 의해 왕은 지배의 정당성을 획득했다. 신 앞에서는 어떠한 강자도 없이 모두가 평등했던 것이다.
그것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표현하면,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는 어떠한 강자도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
여기서 객관주의적 철학을 바탕으로 한 미국 사회의 상징적인 철학자인 아인 랜드(Ayn Rand)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랜드는 유일하게 희망적인 정치체제를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체제라고 생각했고, 모두가 동등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을 표방하며 미국의 자본주의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정부가 할 일은 그저 이타적인 사회를 주장하는 위선자들이 열심히 이익을 취한 사람들의 재물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방어하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문구는 주인공 존 골트의 발언이다.
내 삶에, 그에 대한 사랑에 걸고 맹세하건대, 나는 결코 타인을 위해 살지 않을 것이며, 타인에게 나를 위해 살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 존 골트의 연설
어찌 현시대의 자본가들이 이 논리를 사랑하지 않을까. 그러나 미국의 경제 관련 철학과는 별개로, 랜드는 이 위선자들의 형태 중 하나가 기독교의 이타주의적 세계관이라고 보았다. 앞서 말한 전능하고 위대한 존재의 대리인들이 법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소득에 대한 세금을 뜯어가고 이타적 적선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작 랜드가 이러한 주장을 할 시기에는 종교를 거부했다는 점과 자본주의에 대한 찬양이 혼재되어 보수, 진보, WASP와 급진주의자(특히 히피들)를 가리지 않고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아인 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으면서도 가장 미움받는 대표적인 사상가로 이름을 남겼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지금, 기독교의 무리한 예배 강행을 통해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모든 현상이 결국 정치적인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사르트르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자이지만) 사람이 신의 존재에 대한 유력한 증명자라고 할 지라도, 결국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사람의 이성이 문제의 핵심이자 답을 쥐고 있는 것이라는 건 우파의 우상인 랜드나 좌파의 상징인 사르트르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현재는 기적에 의지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진인사대천명의 신념으로 방관할 때도 아니다. 사람에 의해 최선을 다해 병마를 막아내는 것, 그 후에 드리는 감사 기도가 바로 인간의 이성적 태도일 것이다.
객관주의 철학의 기본 원리가 현재 시국을 해결하는데 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랜드의 주장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인간 의식의 임무는 현실의 인식이다. 현실을 창조하거나 고안하는 게 아니다.
<참고문헌>
이기심의 미덕 - 아인 랜드
파운틴헤드 - 아인 랜드
움츠린 아틀라스 - 아인 랜드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 사르트르
그리고
바이오쇼크(2007 올해의 게임(GOTY) 수상작)
P.S. 게임 바이오쇼크의 내용은.... 일단 대충으로라도 표현이 안될만큼 방대하고 심오하지만, 대충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로도 출간되었으니 관심이 생겼다면 한번 보길 권한다.
"주인공이 바이러스 비스무리한거에 감염된 사람들을 때려잡는데, 그 감염자들은 최종보스의 철학에 이끌린 결과 흉칙한 모습이 되었다. 이성을 잃은 적들을 두들겨 잡고, 무리한 이념을 바탕으로 한 최종보스의 야욕을 저지하는 이야기" (바이오쇼크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설명하자면...)
어째 현실의 모습이 비춰지는 건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