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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Aug 24. 2024

마케팅

5. 가격(2)

가격은 브랜드의 존망을 좌우합니다. (전편 참고)

그럼에도 때로 가격은 너무 쉽게 결정되고 관리됩니다.


동인비는 한때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붐을 업고 성장합니다. '바르는 홍삼'을 컨셉으로 다소 높은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 포지셔닝을 시도했습니다.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왕홍(인플루언서) 리자치(李佳琦)는 화장품 업계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자랑합니다. 중국 광군절 기간 리자치 개인이 만들어낸 매출은 수조 원에 달합니다. 그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은 줄을 서 기다리고, 청탁하고, 영업합니다. 동인비도 슈퍼갑 리자치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리자치는 70%를 넘는 할인율을 요청합니다. 동인비의 자생 원액 에센스는 700위안대의 정가였지만 온라인 채널에서 500위안 내외로 팔렸었죠. 리자치는 동일한 가격이지만 1+1+1+1에 더 많은 샘플을 요청합니다. 엄청난 매출을 약속하지만 동인비는 남는 게 없습니다. 적자를 감수하고 그렇게 리자치와 관계를 맺습니다. 진입 초기 시장 내 인지도 제고와 같은 마케팅적 성과를 계획한 것이라면 리자치의 자산은 좋은 선택이지만 동인비는 리자치의 매출 의존도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브랜드 활동, 판매 경로 다각화의 노력에 힘쓰기보다 당장의 매출을 만들어 주는 리자치에 지나치게 의존합니다. 단일한 판매 채널 리자치는 그대로 리스크 요인입니다. 게다가 가격은 형편없이 무너졌죠. 매출의 90%를 담당하는 채널에서 팔리는 가격은 그대로 제품을 규정합니다. 정가 대비 2-30%의 가격이 동인비의 가치로 인식됩니다.

동인비는 가격 설정의 권한을 중국 판매 총판에 넘겼고, 총판은 순진하게도 리자치에 넘겨주었습니다. 가격을 손에서 놓는 것은 브랜드를 남에게 넘기는 것과 같습니다.


리자치의 동인비 618 라이브커머스 홍보 화면


가격 설정과 관리에 기초가 되는 관점입니다.

속한 산업군과 경영 전략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아래 3가지를 기초로 가격을 고민합니다.


1. Company : Inside-Out


너무나 기본적인 출발점이자 많은 기업들의 가격 선정에 기초가 되는 방법입니다. 제조원가에 목표 마진을 더합니다. 그게 곧 가격입니다.

원재료와 부재료 가격에 생산, 운임공비와 관리비 등이 더해져 제조원가가 산출됩니다. 거기에 마케팅, 영업비 등의 추가 비용을 더하고 목표하는 마진을 얹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방법이지만 다양한 제품과 SKU를 생산하는 기업일 수도록 난이도는 높아집니다.


A제품의 생산을 위한 원재료, 부재료는 명확하지만, 이를 생산, 관리, 유통, 판매하는 인원, 설비의 비용은 애매합니다. 동일한 인원이 B제품의 생산을 같이 담당하기도 하고, 같은 생산 라인에서 A와 B제품을 생산할 수도 있죠. 이러한 직간접 비용을 제품별, SKU별로 발라내어 계산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한 가격 설정과 제품/SKU별 가격과 손익 관리가 가능합니다.


이커머스 전용 제품으로 대용량팩을 판매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제품의 3 배가량 되는 양의 제품이지만 낮은 가격 때문에 꽤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던 제품입니다. 제품의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SKU별 손익을 살펴보았습니다. 해당 제품은 역마진으로 산출됩니다. 5년을 넘게 팔아온 베스트셀링 SKU입니다. 5년을 넘게 손해를 보며 팔아왔음을 뒤늦게 알게 된 계기입니다. 영업은 그럼에도 매출 감소를 우려해 판매 지속을 원했고 마케팅은 종산을 건의했습니다. 회사는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합니다. 많이 팔리지만 손해를 가져오는 제품이라면 접는 게 맞습니다.

초기 제품 기획에 있어 가격 설정을 잘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용량 제품의 포장은 자동화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원가 산출에 있어 자동화 포장이 가능한 제품군을 기준으로 원가를 적용한 결과입니다. 플러스 손익을 겨우 맞추는 선에서 가격을 설정했지만, 실제로는 역마진이 나는 가격이었습니다.  


2. Competitor : Outside-In


우리의 제품/서비스의 가격이 경쟁사와 비교해서 어떤 수준인지를 판단합니다. 독과점 사업이 아닌 이상 경쟁사와 대체제는 시장에 넘쳐납니다. 유사한 제품력과 품질이라면 당연히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택합니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우리가 설정한 가격이 경쟁 제품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면 그 Gap을 매울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설령 그 차이가 100원일지언정, 이유가 필요합니다. 우리 제품의 가격을 올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에게 이미 익숙한 가격을 인상함에는 그만한 가치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필요합니다.

원부자재와 인력비는 꾸준히 오릅니다. 제조원가에 부담이 되고 회사의 수익은 나빠지겠죠.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은 가격 조정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의 행태입니다. 회사의 부담으로 안기보다 소비자에 너무 쉽게 떠넘깁니다.


'경쟁사가 올리니까 나도'가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필수입니다. 포장재의 인쇄도수를 낮추거나 사이즈를 줄일 수는 없는지, 유통상의 적재 방법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는 없는지, 생산 설비의 효율을 높이거나 제품라인 조정을 통해 가동률을 더 높일 수는 없는지 등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을 때에야 가격 인상을 검토해야 합니다. 회사의 영업부서, 경영관리부서는 가격인상을 쉽게 생각합니다. 당장 매출이 늘 수 있으니, 재무제표에도 도움이 됩니다. 마케팅 부서는 시장의 관점, 소비자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하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쉽게 양보해서는 안됩니다. 마케터가 쉽게 포기하지 않으면, 경쟁사보다 치열했던 원가 절감의 노력을, 소비자는 이해하고 진정성을 삽니다.


일본 아카키유업은 아이스크림 '가리가리군'으로 유명합니다. 얼음이 들어있어 오독오독 씹히는 막대형 아이스크림입니다. 2016년 아카키유업은 가리가리군의 가격을 60엔에서 70엔으로 인상합니다. 25년 만의 일입니다. 이것도 미안하여 사과광고를 게재합니다. 그리고 2024년에 다시 70엔에서 80엔으로 인상을 합니다. 팬데믹 이후 급격한 인플레를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인상입니다. 역시 대표이사와 직원이 고개를 숙여 사과합니다. 가리가리군은 비싼 아이스크림이 아닙니다. 일본 편의점에선 이미 두 자릿수 가격의 아이스크림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러한 진정성이 브랜드를 지킵니다. 우리나라 식품업계가 부끄러워집니다.


아카키 유업의 가격인상 사과 광고


이상 2가지, 내부 원가와 경쟁사를 고려한 가격 설정이 통상적인 가격 관리의 참고 지표입니다. 여기에 하나의 관점을 더 추가하길 권합니다.


3. Consumer : In & Out


기업의 입장에서 최적의 가격은 결국 최고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가격입니다.

수익은 매출이 바탕이 될 테니 우선 매출 극대화를 생각해 보면,

매출 = 판매량 X 객단가의 형태로 단순화할 수 있고,

판매량 = 신규 고객의 유인 + 기존 고객의 이용 빈도 증대로 견인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어느 정도의 가격이 신규 고객의 유인(Trial)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가격이 기존 고객의 이용 빈도(Frequency)를 늘릴 수 있을지,

어느 정도의 가격이 되었을 때 더 이상 새로운 고객 유인(Non-Try)을 생기지 않는지,

어느 정도의 가격이 되었을 때 기존 고객들이 떠나게(Leave)되는지,

가 핵심일 수 있습니다.


타겟 소비자(신규 타겟 & 기존 고객)의 정량 조사를 바탕으로 가격대별 위 4가지의 요인을 나누어 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격이 높아질 수로 신규 고객의 Trial은 줄어둘고, 떠나는 고객은 많아지겠죠. 가격이 낮아질수록 신규 고객의 Trial은 늘고, 기존 고객의 Frequency는 늘어날 겁니다.

4개의 곡선이 그려지고 4개의 교차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교차점에 따라 크게 5가지의 가격 Zone이 생깁니다.

A Zone은 성장의 구간입니다. 신규 고객의 Trial > Non-Try이면서 기존 고객의 Frequecy > Leave인 구간입니다. A Zone의 가격대는 충분한 수용 여지가 있습니다.

B Zone은 매출이 극대화되는 지점일 수 있습니다. 신규 고객의 유입과 유출, 기존 고객의 이용 빈도 증대와 이탈이 유사해지며 정점에 이릅니다.

C Zone은 매출 하락의 구역입니다. 신규 고객의 Trial은 적고, 기존 고객의 이탈도 많아집니다. 더 높은 가격대의 Dark Zone은 말 그래도 암흑의 지역, 정해서는 안 되는 가격대입니다.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그래프는 다르게 그려질 수 있고,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의 구분이나 타겟별 예상 판매량 등의 변수도 있습니다. A나 B구간으로 가격을 정해야 한다 단정적 말씀을 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과정의 핵심은 기업의 전략 방향에 따라 우리 제품/서비스의 신규 & 기존고객 타겟별 가격 민감도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신규고객, 기존고객이 어느 특정 가격대에서 이탈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우리 제품을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는 가격대의 범위와 한계선을 명확히 하는 것. 이것이 고객 관점 가격 설정 관리의 목적입니다.


이상 1.회사, 2.경쟁사, 3.고객의 관점에서 가격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관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제품력만큼 중요한 것이 가격입니다. 실상 적절한 가격의, 좋은 품질의 제품이라면 이미 8할은 성공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마케팅에 있어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하지만, 어쩌면 가장 간과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좋은 마케터는 제품력과 가격을 타협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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