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좀 자연스러우면 좋겠다

by 한상권

인간은 자연에서 왔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누구나 알고, 혹시 표현을 못하더라도 우리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는 본능이니 굳이 말 할 필요는 없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이 생성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이 진리는 아직 유효하다. 조금 더 구체적인 표현을 쓴다면,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요즘 생활 권역을 구분 짓는 용어 중에 '숲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철도나 지하철역과 가까워 불리는 '역세권'과 자녀가 있다면 학교와 가까운 '학군'도 있는데 이름도 참 적절하게 잘 붙였다. 우리 집 창문이나 베란다 건너로 물이 보인다면 '조망권'이라는 용어를 붙여 살기 좋은 주택임을 과시하기도 한다. 이 용어들이 하나의 경제용어로 재 탄생되는 데, 우리는 이것을 '집값'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요즘 뜨고 있는 '숲세권',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과거 인간이 채집 생활을 하며 집단을 이루기 시작한 시절부터 우리는 자연 안에서 살아왔다. 공기의 정화, 마음의 정화보다도 더욱 중요한 식량과 흙의 기운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여 진화를 거듭한 인간은 과연 자연이 가져다주는 생존 연장의 우주 기운을 몸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산업화와 기계화된 세상 속에서 콘크리트 바닥 위에 살면서도 몸과 마음은 자연으로 향하고 있는, 혹독한 건기에 본능적으로 몸을 날리는 메뚜기떼와도 같다고 봐야 할까.


Photo by@paris_shin. 한상권


아내와 나는 며칠 전부터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집 앞 양재천변을 느긋하게 걷고, 때로는 흐르는 강물을 고요히 감상할 수 있는 나무 벤치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내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의 마무리라고 해야 할까, 그 시간이 그렇게 시원하고 여유롭고 또 행복한지 모르겠다. 우리 동네 양재천에는 강가에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울창하고 그 옆에는 흙길도 있어 자연을 만끽하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나무 벤치에 앉아 강물을 들여다보면 히쭉 점프하는 물고기도 볼 수 있는 곳이니, 어찌 피하겠는가.


이렇게 하루를 도심 속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다르게 보면, 내가 아직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게 자연이고, 그곳을 갈망하는 나라는 사람의 유전자인 것이다. 다만, 인간을 움직이는 자연의 흡수는 어느 순간부터 인위적 공간처럼 보일 때도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가 좋다. 그런데 가끔 기계로 꾸민 자연을 보게 된다. 양재천도 마찬가지다 조금 걷다 보면, 직경 1미터 정도의 울퉁불퉁한 화강암으로 보이는 징검다리가 있어 나는 자주 어렸을 때 폴짝폴짝 뛰어넘던 기억으로 그 징검다리를 넘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 보니 울퉁불퉁했던 징검다리가 어느새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사각형의 돌로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글쎄, 구청에서 나름 잘 정비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자연이 자연 같아야 자연이라는 고전 문학에서나 나오는 고집과도 같은 고정관념인가. 그렇게 멋지게 잘 다듬어논 돌이 자연을 표현할 수 없다는 나만의 관념이라고 말할까, 마치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자연 미인이 그 이상의 미를 얻고 싶어 강남 성형외과의 집중 수술을 받아 가족과 친구들의 안타까움을 사게 된 누군가의 울부짖음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고 삶의 생기를 얻는 건 어찌 보면 우리의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생활 양식이며 우리 조상이 알려준 생존 본능이라면, 굳이 콘크리트로 올려진 도심을 또 다른 성형으로 자연과 숲에도 적용하는 상식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손을 대야만 아름다운게 아니듯, 자연은 가끔 그냥 놔두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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