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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Feb 05. 2023

인생은 모든 게 콤플렉스

얼마 전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고 단체로 한 첫 점심식 자리에서 부서원들 앞에서 인사말을 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순간 무슨 말을 어떻게 잘해서 내가 능력 있고 인정받은 그리고 훌륭한 인재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물론 자기 PR시대에서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겠지만 문제는 너무 잘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말이 길어지고 요점 없이 말에 꼬리를 물면서 처음에 내가 의도했던 좋은 말이 되지 못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몸의 근육을 편안히 하면서 자연스러운 자리가 되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뭐라고 해야 할까 처음부터 나의 주가를 한층 올리고 싶어서 깊은 생각에 오히려 내 잘난 이야기들만 풀어놓게 되면서 재미없고 잘난 척 하는 모습으로 비친 게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나를 보여주는 첫인상은 내 표정과 내가 뱉어내는 말의 온도에서 대부분 나타내게 되는데, 나는 그날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지 못했다. 얼마나 불편해 보였을까. 사회경험이 쌓여가면서 느껴져야 할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은 온데간데없었던 그 모습이 참 불편하다.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고 사회 생활하기란 정말 어렵다. 내가 못나서라기 보다는 내 속 마음을 예쁘게 은박지로 포장하지 않고 내놓았을 때 사람들이 가지게 될 선입견이 두려워서 이다. 그만큼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나오는 데 어느 정도 가다듬어져 있어야 인정을 받고 또 인정받음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삶의 만족도도 올라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잘 보이려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또다시 나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른다. 조그만 실수라도,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놓을 수 있는 용기는 결코 아깝지 않은 투자이다. 내 부족함을 드러내어야 사람들도 나를 진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지만, 그럴싸한 모습으로 나를 포장해 본 들 그게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란 걸 사람들은 알게 된다.


Photo by paris_shin


상당히 정제되어 있는 말을 하려고 고심하고, 한 마디에 의미를 담아 내 능력을 증명해 보이려 하는 불필요한 노력이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요즘처럼 자신의 잘못을 속 시원하게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도 없는 듯하다. 마치 자신이 먼저 잘못을 인정하면 패자의 모습으로 비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상대방에게 말실수를 해놓고도 사과 한마디를 하기 힘들어서 그 관계를 버리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그렇게 세상은 앞을 바라보고 내 삶의 밝은 면을 찾아 나서려는 나에게 자꾸만 옆사람과 옆길을 보게 만드는 것 같다. 작은 것 하나에도 크고 겪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이 그렇다. 누구나 삶의 만족도를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지금 사회는 마치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구비조건이 있는 것처럼 나의 마음을 마구마구 재촉하게 만든다.


소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기 위해 역사적 한국인의 삶을 깊게 파고들었다고 한다. 자신은 7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평생을 코리언 아메리칸으로 살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때마다 자신이 존재하게 해 준 가장 큰 힘은 바로 '나 자신 그래로'였지 않았을까.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만들어 억지로 답하기보다는 나는 누군가의 눈과 귀를 위해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중요한 이유이다.


다소 부족한 나일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놓을 수만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한 하루가 될 것이다. 그렇게 나를 찾아 나서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우습게 생각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걸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있을 수 있다. 외모, 학력, 그리고 재력 콤플렉스에 시달이는 우리들이 겪게 되는 단순하면서도 속이 거북해지는 사회 현상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 사회 현상에 나를 옭어 매지 말고, 조금 더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어떨까. 말을 예쁘게 하지 못하더라도, 창의적과는 거리가 먼 생각의 한계를 겪더라도, 그리고 남들처럼 운동도, 책 읽기도, 그리고 의미 있는 여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주변에 친한 친구 하나 없다는 자괴감이 들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 억지로 작동하는 불편한 포장지로 나를 감춰보았자 그 모습이 진정한 내가 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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