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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Feb 06. 2023

사람관계

사람관계를 힘들게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대를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의 틀에 갇혀 헤어 나오지 못하고, 마냥 상대가 바뀌기만을 바라는 일종의 폭거가 그렇다. 나의 방법과 태도를 조금만 바꾸기만 해도 관계는 자연스럽게 개선되는데도, 우리는 자기를 바꾸는 것 자체를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는 거라고 착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을 때 기존에 있던 고인물들은 가끔 자신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지키기 위해 권위적인 언행으로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이런 일들을 때로는 텃새라고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부족함이 노출될까 걱정하는 방어기제가 가동되어서 그렇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그런 사람의 말과 행동에 전적으로 맞춰줄 필요가 있다. 내 생각의 주장이 맞다고 할지라도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자극하며 마음의 문을 닫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의 변화를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이기심은 불필요하다. 자존심은 10kg 돌무더기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과도 같지만, 상대를 배려하고 나의 변화된 모습으로 상대의 신뢰를 얻고 또 상대로 하여금 존중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면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가끔은 미완성인 인간관계에 대한 후회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때 뒤를 돌아보면서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을까'라는 생각은 지금의 나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상대를 이기려고 하는 그런 언행 자체는 상대를 논리로 이기는 것 도 아니고 그저 나와의 관계에 완충장치가 없게 만드는 민낯과도 같다. 마치 만지면 만질수록 커지는 복어의 배속과도 같다고 해야 할까.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가 보다. 나를 조금만 더 내려놓고 앞에 있는 사람을 조금 더 치켜 세워주면서 마음을 열도록 도와줄 때 비로소 나도 함께 그 관계의 조화로움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말로 그리고 실력으로 사람을 눌러 이겨봤자 결국 남는 것은 상처뿐인 자기만족이다. 뭐 혼자 성취감에 취하는 게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거 잘났다고 말해서 뭐가 그리 대단한 걸까. 그거 별거 아니더라.


한 번은 회사의 임원이 나에게 실무적인 몇 가지를 물어온 적이 있다. 나는 내 분야에서 나름의 부심이 있다고 해야 할까, 내가 아는 범위에 대해서 누군가가 물어오면 조금 과할 정도로 자신감 있게 설명하곤 한다. 이때 역시 임원의 질문에 요지만 간략하게 말하면 끝이었을 일을 나는 부연설명과 잡다구리 한 정보까지 들먹이며 설명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눈치를 보니 임원은 이미 심기가 불편한 게 역력해 보였다. 아차 싶었다. 경솔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미사여구가 문맥의 앞뒤를 망치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를 가르치려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었으니 어디 듣는 사람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었을까.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 하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 자체를 달갑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상대를 가르쳐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일반화하며 정답으로 꾸며내는 작업과도 같다. 그러니까, 상대를 내 생각대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자부한다고 해도 사실 그게 얼마나 대단할 정도일까. 알고 보면 거기서 거기일 텐데, 나 스스로를 내려놓는 게 왜 그렇게 힘든 걸까. 말을 조금 적게 하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만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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