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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Feb 08. 2023

행운

재미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력과 약간의 행운이 뒤 따라야 한다. 여기에서 약간의 행운의 정도가 사실 얼마만큼의 양인지를 구분 짓는 게 어려울 뿐이지, 사실 적지 않은 수준의 행운이 필요하기도 하다. 노력과 행운의 차이는 과연 큰 것일까 나는 오랜 시간을 고민해 보았다. 그 결과 결코 약간의 행운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요즘의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노력은 가히 피눈물 난다. 십 년 전과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요즘은 자신이 잘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능력이 몇 배는 커졌다는 것이다. 우연히 스코틀랜드 여행을 하다가 맛보게 된 위스키의 맛에 빠져 위스키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제조를 연구하는 청년, 세상에 없는 빵을 맛보게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일본의 제빵 학원에서 기술을 배우는 청년들처럼 요즘은 자신의 마음이 닿는 곳을 향해 앞으로 나가는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뛰어난 듯하다.


신문을 읽다가 어느 통계자료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 높으면 자식의 소득 수준도 다른 평균보다 높다는 자료였다. 역시 우리 주변에는 동등한 기회는 없는 걸까. 변하지 않은 모습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취업의 문을 선택한다. 어려서부터 공부의 습관을 들이고 결국 대학교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는 우리들의 최종 목표는 직업의 선택을 돈 잘 버는 그 어느 곳에로 향해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문제는,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인생이 아니라는 건 가끔 우리를 지치고 또 힘들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지금 이렇게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해 주고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나의 학창 시절에 부모님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학업에 대한 열정도, 그리고 일반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릴 만한 정도의 용돈도 받지 못했고, 특히 성인이 되어서 가져야 할 목표에 관해서 특별한 서포트를 받지 못했다.  행운이라고 느꼈던 점이 있다면, 형제들이 또 다른 부모의 역할을 해주면서 나의 마음을 다잡준 것 정도.


마치 인생이라는 재비뽑기에서 늘 꽝만 뽑은 것처럼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만큼의 기쁨을 주지는 못한다. 만족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듯 많은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쩌면 허수일 수 있다. 나만 힘들어 보인다고, 다들 잘해나가는 것 같아 나는 더 불안해진다면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지금 보다 더 좋아질 거라고, 그래서 뽑기는 실패했을지 모르겠지만 내일 온전한 하루를 나는 만들 수 있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보듬는 연습을 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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