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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권 Mar 15. 2023

감정 조절

감정을 조절하는 게 정말 쉽지가 않다. 우리는 기분에 따라서 감정의 변화가 오고, 또 태도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감정을 관리하기란 쉽지가 않으면서도, 감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 살고 있는 듯하다. 자신도 모르게 나를 내려놓게 되는 줄도 모르고.


최근 난리가난 책 중에서 이런 제목이 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정말 기가 막히고 무릎을 탁 하고 칠 수밖에 없는 제목이지 않는가. 기분이 태도가 된다는 게 일상의 관계에서 얼마나 해악 한 지를 감촉 있게 이해시켜 준다. 오랜 친구가 술 한잔 한 나에게 "세상 그렇게 살지 말어"라고 말하는 듯하면서도 때로는 "나는 참 기분대로 살아왔구나"라고 말하며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게 된다.


얼마 전 회사에서 커피를 타 마시려고 정수기 앞을 서성이고 있는 데 요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공짜 심리 상담 프로그램" 그리고는 아래쪽에 언제든지 신청하면 공인된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사람과의 관계로 어려웠거나, 회사 생활이 어렵다고 느끼면서 업무 효율이 떨어져 있는 걸 다시 끌어올려서 높은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경영진의 속 깊은 계획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나는 교대 앞에 있는 상담센터에 방문했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체크무늬 스카프로 멋을 낸 여성 상담실 원장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러고는 민트 향이 짙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따뜻한 차를 한 잔 내주셨다. 왠지 모르겠지만 상담을 하거나, 마사지를 받을 기회가 있을 때 늘 느끼는 게 있다면 바로 이 민트향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민트향을 맡으며 나는 지금 심리 상태가 민트향으로 다스려서 눌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상담 내용을 대충 이러했다. 글을 쓰고 또 회사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짜증을 좀 많이 내는 데 조금 안정을 찾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실이 그랬으니까 나는 사실대로 말하면서 갑갑한 마음을 풀어내고 싶었나 보다. 뭐랄까. 일상에서 실력을 검증받으려고 하는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집스럽고 주변 환경을 잘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까.


원장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마음 안에는 길이 있어요. 그 길이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싶었다. 설악산에 있는 백록사 주지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다가 난데없이 한 말씀하는 듯했다. 마음에 길이 있고, 그걸 흐르도록 해야 한다... 1시간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교대역 앞에 있는 CU에서 새우탕면 한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또 한 번 무릎을 탁 쳤다.


이러한 게 아니었을까. 마음에도 무거운 돌덩이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속에서만 굴러다니지 않게 하고 원래 가야 할 길로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니까, 큰 감정들을 덜어 놓고 내 일상으로 돌아가기라는 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나를 이해받기보다는, 내가 나를 이해하기를 해야 한다. 다른 말로는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지 않고, 내가 나를 이해하면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늘 그랬던 것 같다. 나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다르게 보면 나를 가만두지 않고 태워 없애는 바보 같은 작업과도 같았을 텐데 말이다. 내가 존재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미 세상에서 인정받고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게 왜 그렇게나 힘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늘 복잡했던 감정도 관리가 되지 않을까.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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