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Birth)와 D(Death, 죽음) 사이의 선택 C(Choice, 선택)이다."
철학자가 아닌 나와 같은 일반인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매우 철학적이고, 가슴을 웅장하게 하는 말이다. 선택만큼이나 인생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많은 강연가는 B와 D 사이의 C라는 말의 어원이 프랑스의 대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가 거짓일지 모른다는 사실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장폴 사르트르는 109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1980년에 죽기까지 철저하게 프랑스인으로 살았다. 청년기에는 베를린에서 유학하기도 했고,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포로가 되기도 했지만, 그의 인생 자체를 들여다보면 프랑스와 프랑스인으로 살다가 죽은 철학자이다. 그러한 그가, 영어 표기법인 A B C D의 앞글자를 딴 철학적 사고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역사학자의 의견에 수긍이 간다.
프랑스어로 "탄생"은 "Naissance", "죽음"은 "Mort"로 표기한다. 영어와 다르기도 하지만, 그 뜻의 깊이마저 유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단정적으로 다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사르트르가 과연 영어로 자신의 철학적 자산인 '실존주의'의 사고를 발현했을까. 철학과 문학에 있어서 만큼은 문해한인 내가 보아도 사르트르가 '인생은 선택이다'라고 말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이렇게 우리의 가슴에 직접적으로 울리게 만들었을까. 아직 그 말의 뿌리를 찾아보아도, 또 어딘가에 그 근거가 있을 거라고 볼 만한 사실적 근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강연가는 사르트르의 말로 단정 지어 말하는 걸 피하는 게 어떨까.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고귀한 철학적 가치를 불분명한 누군가에게 이식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