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결핍을 채우는 사람

by 한상권

상실감은 잃어버린 휴대폰을 결국 찾지 못할 때 생기는 그런 게 아니다. 사물로부터 오는 상실감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아들이는 상실감은 내 삶의 고리를 송두리째 빼어 버리는 듯하다. 마음속에 간직한 삶의 동력이 알고 보니 모든 걸 다한 것처럼 희뿌연 하늘로 증발해버리는 것이 상실감이다. 그 깊고 떫은맛을 볼 필요는 없지만, 그 맛을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사람의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사람을 성장시킬 수도 있는 그것.


형제가 많아 명절이면 언제나 시끌벅적하고 웃음소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모두들 거주하는 곳은 달랐지만 그날만큼은 한 곳에 모여 지나간 얘기도 나누고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다. 각자가 준비해온 신선한 식재료를 윤기 나는 음식으로 변모시키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고조되곤 했다. 조용했던 집안은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와 울음소리로 그야말로 사람 사는 맛이 나는 곳을 바뀌곤 한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한 명, 두 명, 각자 자신의 터전으로 떠날 배웅하던 나는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맛봐야 했다. 부풀어 올랐던 행복의 게이지가 큰 요동을 치면서 곧바로 빨갛게 불이 들어오는 것, 그게 내가 느꼈던 첫 번째 상실감이었다. 함께 있으면 행복하지만 그 행복이 떠나가면서 바라봐야 하는 빈 공간은 사람의 기분에서 활력을 쏙 빼내 가는 듯하다. 그게 상실감이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여러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좀 더 활동적으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기분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 끙끙 앓게 되는 게 사람의 서늘한 감정이자 감성이겠지만 결국 혼자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힘들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그것 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결구 나에게 사람이 있을 때 나 역시도 사람이 가지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용의 폭이 넓어진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치우친 감정의 기복을 회복했다는 얘기는 좀처럼 듣기 힘들다. 사람이 느끼는 상실감의 다른 측면에서 채워 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은 나름 신빙성 있는 얘기처럼 느껴진다. 힘들다고 느껴질 때, 가라앉은 기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때 누군가를 찾아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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