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잠시 머물다 가는 걸로 충분한

다이애나밴드의 미디어아트 전시 '위로의 모양'

by 이소


상암동의 마포석유비축기지. 이제는 문화비축기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문화공간인 이곳에서 생소한 전시가 열렸다. 전시 명은 ‘위로의 모양’ . 사운드 기반의 작업을 주로 하는 미디어아트 그룹 다이애나밴드의 ‘소리 내는 사물들’을 만나는 자리다.


석유탱크였던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옮기는 발걸음만으로 소리가 넓게 울려퍼진다. 그 울림을 비집고 들어오는 건, 전시장 안에 비치된 작은 사물들 안에 녹음돼 들리는 소리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일상 속 사물들의 잡음을 채집한 소리들. 때로은 잘 어우러지는 듯, 어떤 순간에는 불분명한 불협화음인양. 소리는 모호한 허밍처럼 공간을 채운다.


전시된 사물에서 녹음된 소리는 일정 간격으로 재생된다. 우연한 타이밍에 인간과 기계의 소리가 섞일 때면 서로 공명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관람자는 신기한 감정을 느낀다. 사람과의 대화만큼 뚜렷한 형태는 아닐지라도 장소와 사람, 물건이 만들어내는 소리에도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명확한 존재감이 있어서다. 우리가 위로를 필요로 할 때 “힘내” “넌 할 수 있어”처럼 상대의 어떤 행동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아닌, 그저 곁을 지키는 모습에 안심하는 것처럼 말이다.


단순한 형태의 전시 설치물, 그 물건에서 나오는 소리들은 사라짐을 긍정하게 하는 어떤 순간을 건네고 있었다. 우연히 찾아와 머물고는 마침내 사라지는 것. 위로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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