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너머, 마음의 구조신호

멘붕의 순간 마음을 잡아주는 메신저 관계에 대해

by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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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게 보이는 일상이지만 서러운 사건들은 갑자기 찾아온다. 직장에서 만난 개념상실 클라이언트(혹은 상사). 가족이나 연인처럼, 정말 소중한 사람들임에도 순간 훅 들어오는, 뼈를 때리는 차가운 말들. 멘붕은 수시로 찾아오는데 다독이는 친구들이 매번 옆에 있어 줄 리 없다(직딩의 경우는 불행히도 출근을 하면 사방의 적에 둘러싸인달까. 속상해서 우는 게 티 나는 날에는 어른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결국 컴퓨터 화면 가득 띄워진 업무문서 사이로 조심스레 카카오톡 대화창을 켠다. 친구들에게 “나 오늘 정말 속상한 일이 있었어”. 메시지 입력과 함께 멀리 있는 친구들에게서 다독이는 말들이 날아온다. “세상에 어쩐 일이야? 많이 힘들어?”


LTE의 속도로 날아오는 채팅방 메시지에 마음이 든든해지곤 한다. 채팅방에서 날아오는 말들은 글이지만 종이에 쓴 편지처럼 손에 잡히진 않는다. 하지만 듣는 순간 사라지는 말과 달리 (내가 채팅방을 폭파하기로 맘 먹지 않는 한) 고정된 텍스트로 계속 축적된다. 늘어가는 고마운 말만큼이나 감정도 쌓이는, 하지만 당장 손에 닿지 않는 이 친구들과의 연결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어쩌면 곁에서 볼 수 없기에 좀 더 자유롭다. 상대에게 내가 노출하기 싫은 면은 안 보일 수 있다(채팅방에 말만 안 하면 된다. 채팅방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딱 그만큼이 우리의 존재니까). 때로는 눈에 보이는 삶의 관계망보다 촘촘하게, 시공간을 너머 거미줄처럼 얽힌 채팅방의 사람들이다. 메시지 앱 기반의 텍스트 대화는 그간의 문자 기반 대화가 가졌던 시간 차의 한계(보통 우편을 보내면 1~2일 정도 걸리지 않던가. 메일도 로그인해서 내용을 확인하기까지의 시간 차가 있다. 글쓴이의 감정은 글 쓸 당시의 그때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를 뛰어넘는다. 덕분에 혼자 있을 때조차 온전히 혼자만의 존재감으로 있게 되질 않는다.


텍스트와 이모티콘, 짤방 등이 난무하는 채팅방 대화에서는 행간의 뉘앙스를 읽는 텍스트 기반 소통의 특징도 충분히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다. 어미 하나에 ‘요’를 붙일까 ‘용’을 붙일까 등등에서도 상대에게 얼만큼 친밀함을 표현할 지 잠시 망설인다. 이런 걸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이 은근 마음 간질거리고 재미있다.


물론 이 같은 관계는 텍스트 대화가 멈춤과 동시에 일상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느슨한 관계망을 큰 의미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지금의 나로선 느슨하기에 부담없고 눈앞에 없기에 되려 직관적으로 감정 표현할 수 있는 이 대화의 장이 좋다(이건 내가 업무 관련 메신저를 카톡 아닌 다른 서비스로 대체한 직장에 다녔기에 갖는 감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업무 메신저는 알림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


오늘도 약한 마음을 털어놓는 순간 그에 대한 답으로 날아올 채팅창의 말들에 기대어 일상을 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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