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배회하는 백수 아가씨

돌아다니며 마음에 수집하는 동네 풍경들

by 이소


줍는풍경1: 경동 고등학교 올라가는 길, 늘어지게 자는 고양이

매일 수련하는 검도도장이 자리잡은 경동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길. 성북구청과 가깝게 자리 잡은 큰 슈퍼가 있는 쪽으로 향하곤 한다. 어제 우연히 슈퍼를 지나 보이는 작은 카페 쪽으로 시선이 갔는데 축 늘어진 긴 털뭉치가 있더라. 조금 멀리서 봤을 땐 타월인가, 더 가까이 갔을 땐 인형인가, 아니 살아 있나. 살펴보니 귀 쫑긋, 긴 꼬리. 축 늘어져 자는 고양이님의 모습.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


줍는풍경 2: 돈암초등학교 수영장 가는 길의 한옥집들

동네 백수 아가씨인 나는 시간이 많다. 남들은 직장에서 합목적적인 일상을 숨가쁘게 돌리는데, 이제 33살인 나는 동네에서 어슬렁대고 있다. 그 어슬렁의 근거지는 동네 스포츠센터. 특히 더운 요즘, 동네의 수영장을 두루 섭렵하는 중이다. 그중 돈암 스포츠센터는 수영장 할머니들의 텃세도 덜해서 가면 맘 편하게 수영할 수 있다. 수영장 가는 길목에 놓인 한옥건물들이 제법 아기자기하다. 옛 건물들을 보면 은근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우유배달소 지붕도 기와로 돼 있다. 수영장 도착 바로 전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옆에 작은 밥집이 있는데, 지인과 함께 오면 좋겠단 생각이 들지만 누구와 왔으면 좋겠는지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들 낮 시간엔 바쁘다. 누군가와 오고 싶다고 막연히 떠올리다 또 잊어버릴지 모른다.


동네의 풍경 줍는 잔재미, 그림과 글을 끄적이는 재미, 좀 망치긴 하지만 요리를 간간히 하는 재미. 마치 작정하고 시시한 사람이 되기로 한 거마냥 살고 있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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