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워크플레이스: 웹의 바다에서 놀멍쉬멍 ‘허튼짓’ 해봅시다
퇴근 후 소소한 나만의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은 사람,
퇴사 후 쉬엄쉬엄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느슨한 커뮤니티.
서로 꿀팁 공유하고(중요) 응원하고(중중요). 경험을 공유하는 장 ㅇㅅㅇ)/
-> 이상 애프터워크 프로젝트 방을 만든 영도력 만땅 방장님의 코멘트
요즘 친구들과 ‘애프터워크 프로젝트(afterworkproject.xyz)’라는 딴짓을 한다. 요 작당 덕에 친구들과 내가 쓰는 협업툴은 페이스북이 만든 워크 플레이스(workplace.facebook.com).
처음에는 친구들끼리의 작당에 회사에서나 볼 법한 협업툴을 이용한다 게 은근슬쩍 과한 느낌이 들더라. 지금은 모종의 적응과정을 거쳐(이걸 정말 만든다고? -> 어 정말 만들었네! -> 와 오늘도 이것저것 협업툴에 뭔가를 써보자 -> 종국엔 아무말 대잔치) 잘 쓰고 있다.
페이스북이 만들어서인지 워크플레이스의 UI는 페이스북과 거의 동일하다. 구성원들의 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피드,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룹 별로 방을 만들 수 있는 기능 등, 기존의 페이스북 유저라면 사용에 큰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 글쓰기 기능의 경우 텍스트 입력 외에 볼드, 쉼표 삽입 등이 지원 안 되던 기존 페이스북의 방식에서 벗어나 마크다운 글쓰기를 지원한다.
친구들이 개별로 수행하는 프로젝트마다 공개 그룹을 만들고, 그 그룹에 구성원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모든 프로젝트의 내용을 공유한다. 나의 경우는 만화 그리기, 글쓰기, 이직준비 등 다양한 그룹을 만들었다.
글 필사 영상 올리기, 돈 공부, 어학공부 등 또 다른 친구들의 딴짓 프로젝트 내용도 지극히 사적이며 자기 중심적이다. 거의 시너지가 안 날 것 같은 프로젝트들이 애프터워크라는 주제하에 다양하게 모인다. 3주 전 나의 백수시기가 시작되면서 친구들과 거의 매일 워크플레이스에서 자기 관심사를 나누고 있다.
아주 사소한 생각이라도 워크 플레이스에 공유하면 피드백이 돌아온다. 덕분에 시도한 프로젝트가 망해서 이상한 결과물이 나와도 계속 공유하게 된다는 게 좋다.
(아무말 대잔치급의 말들도 대환영이다. 아주… 좋다)
이런 체계적(!) 작당에 동참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계속 딴짓할 마음을 품고 살아서다.
(회사 일보다) 대학교 때부터 해온 검도 수련이
(회사 일보다) 좋아하는 일본감독의 영화를 섭렵하는 일이
(회사 일보다) 끄적끄적 손을 놀리는 그림낙서가 더 땡겼다.
(이쯤 되면 거의 존재의의가 미미하게 대해지는 회사일에게 미안해진다..)
“네 몸만 여기에 있지 마음은 어딘가에 멀리 있는 거 같다”던 직장동료의 말. 일은 많고 쉼은 없고 뒷편에 앉아 내게 소리지를 타이밍을 노리는 직장선배가 서식하는, 험한 정글의 사무실이 좋을 리 있나. 육식동물 앞에서 도망칠 궁리만 하는 초식동물처럼 퇴근 후 당장 딴짓을 하러 어디든 튀어나가고 싶었다(이렇게 생각했는데 실상 내가 육식동물인 순간이 있었다면 할 말이 없다만).
혹자는 딴짓을 두고 ‘사이드 프로젝트’라며 있어빌리티가 잘 구현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구글 지메일도 구글 직원들의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고.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그림일기나 영화감상으로는 그런 생산적인 결과물이 구축될리 없다. 무쓸모하겠지만, 그래도 시키는 일보다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해내고 싶었다(물론 어느 시점에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같은, 뭔가 듣기에도 있어 보이고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일을 해보려 시도해봤는데 20년 넘게 문과감성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어딘가 맞지 않았다).
한번 마음먹은 딴짓을 계속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칼퇴가 가능하게 업무량이 조정되거나,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마음 다칠 일이 적거나(정신소모가 적어지면 좋다. 조직에서의 정신 소모량이 많아지면 칼퇴도 무소용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사무치는 멘붕의 파도 속에서도 하고 싶은 일의 존재를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거나. 이런 몇 가지 조건들을 생각해보고 회사 다니는 동안 띄엄띄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다가 퇴사 후에는 조금씩 구체적 시도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가 워크플레이스라는 협업툴과 만나 좀더 지속 가능한 딴짓으로 진화 중이다.
애프터워크에 참여하는 친구 중 나만 백수다. 나머지는 직장인이거나 프리랜서다. 다들 나름의 이유로 바쁘다. 애프터워크 친구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횟수는 일년에 몇 번 될까말까. 그래도 서로의 사소한 경험까지 공유하며 코멘트를 나눌 수 있는 본진을 웹에 갖춰선지, 나름의 질긴 유대감이 있다. 가상의 장소에서 소통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우리의 이 작은 재잘거림이 무엇으로 진화할까. 아무도 모른다. 혹은 꼭 진화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은 시도를 꾸준히 공유하며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는 행위 자체로 짜릿하다(사실 경험을 거듭하며 다들 어떻게든 성장하는 것 같다). 즐거운 일을 찾아 조금씩 성취해나간다면, 좀더 자기 삶에 필요한 계기를 스스로 만들게 되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를 품게 만드는 온라인 공간을 경험하는 지금 이 순간이 흥미롭다.
*덤1: 저희 다른 팀원도 모집 해요. 혹시 관심있으심 들어오셈. 오셈오셈.
*덤2: "마지막에 소수자인권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다고 해줘ㅋㅋㅋ"-> 라고 방장님이 덧붙이라 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