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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Aug 24. 2020

2020/08/17~2020/08/23

밋밋한 행복감, 그걸 받춰줄 현실적 조건에 대한 고민

당장 내일 죽는다면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나. 라는 질문을 해보는 요즘.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게 별로 없다. 일을 하다가 그냥 그렇게 하루를 마감한다 해도 크게 아쉽지 않다. 그래도 지금의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물리적 토대들이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 만들어진 것임을 안다(영업을 안 했는데 지인을 통해 일이 들어오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가을부터는 한해의 매출이나 그에 맞는 지출 등을 좀더 섬세하게 가늠해야 한다.


돌아보기

#글쓰기의 과정

소재를 정한다. 쓰고 싶은 글감들에 대해 떠올리는 것을 손으로 적는다. 글 쓰기 전에 원하는 분야에 대한 분위기의 글을 하나 골라 필사도 하고.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마치면 글을 쓴다. 글 쓸 때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글쓰는 데 부대껴서 이 과정들을 꼭 거치는 것으로 정해버리겠다.  


#틈새의 근력운동

왼어깨에 신경통이 있다. 어느 날은 통증이 별로 안 느껴지지만 또 어떤 날은 심해지기도 하는. 통증이 느껴지면 무기력해져 버려서 며칠 몸을 안 움직이게 된다. 주의 중반을 넘어설 때 간신히 요가소년 동영상을 켜고 몸을 움직여보았다. 일요일에는 틈을 보고 근력운동을 한다는 게 여차저차 100개를 해버렸다. 중간이 없다.


#타인의 마음을 인위적으로라도 이해하려는

글이던 그림이던 감수성과, 그 감수성을 설명하는 구체적인 언어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의 생각 영역 바깥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감각을 갖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커먼센스가 좀 부족하단 느낌이 있다. 워낙 자기만의 세계가 강해서.


그러다 보니 다른 작가들이 쓴 글과 그림을 볼 때, 종종 그 안에서 댓글 싸움이 붙을 때 각각의 상대가 어떤 기분으로 그걸 썼고 주고받은 말들이 어떤 실례나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정확히 가늠되지 않을 때가 있다. 친구가 "상대가 쓴 글을 입으로 읽어보고 그 글을 쓸 때 어떤 감정이었을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그렇게 간신히 이해한 글들이 떠오른다.


상대와 차이 나는 의견을 솔직히 털어놓을 때, 내 안에 절구 빻는 말이 분명 있을텐데. 말도 훈련이라지만 솔직해지는 것 자체로 무례해지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건 어떻게 시행착오를 거쳐 제대로 된 생각과 표현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 콘텐츠 제작자에게 중요한 윤리덕목 같은데. 어렵다.


#몸 노동의 비율을 정하기로 한다

작업실에서의 몸노동을 매일 1시간씩 하는 게 나에게 몹시 지친다는 점을 느꼈다. 월, 금. 이렇게 몸노동하는 날을 잡고, 나머지 날에는 움직이고 싶으면 차라리 걷자.



이룬 것들


목표한 글 4개 중 3개 썼다

실패인지 성공인지. 3의 성공을 일단 주목. 엑셀 시트 수식을 고쳐가며 매주 써낸 글의 양을 계산하고 있다. 상황 설명, 상대에 대한 관찰, 내 생각. 이걸 잘 버무려서 에세이로 써보는 훈련들. 문제는 글을 차곡차곡 쓴답시고 에세이 섬네일을 그리지 못하고 구글폴더에만 쓰인 글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브런치에 한 여섯 개 정도 올려야 할텐데. 일단 글이 쌓였어! (언제 올리지 시무룩...)


이번주에도 콘티 그렸다

지난 주에는 6컷. 이번주에는 8컷 분량의 콘티. 그간 짜온 이야기들은 좀 파편적이고 구성이 잘 짜였다기 보다는 하고싶은 말을 조각조각 이어붙이는 느낌이었다. 지난 주랑 이번주는 어느 정도 기승전결이 잘 있는 것 같다. 꼭 기승전결 갖췄다고 재밌는 건 아니겠지만.


좋은 물건을 샀다

크로니덴 니센의 커피잔과 소서 세트. 청회색이 감돌고 반복된 하트문양이 기하학적으로 반복되는 아기자기함. 이런 걸 내 옆에 두고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의외로 사람보다 물건에게 확실한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예쁜 물건 만세.


빠른 컨펌 좋다

클라이언트 업무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업무 리소스가 줄었다. 본문을 다 만들어주셔서 디자인 작업만 꽁냥꽁냥. 전달받은 텍스트가 연결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수정 제안을 하였지만 까였다. 그냥 내가 의구심을 가졌던 원안 그대로 컨펌까지 완료. 일이 빨리 끝난 건 좋다. 결과물은 마음에 안 차는데 최저시급 신장의 차원에서..


영감받은 것들

#본 것들

고독한 직업: 영화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에세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아래에 있던 사람이라 간간히 고레에다 감독이 에세이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이 사람의 작업 중 영화 유레루의 작업노트가 인상적이었다. 에세이 읽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은 거 얼마만인지. 필사를 곁들임.

잡스 소설가 편: 매거진B의 직업 다큐멘터리 시리즈. 왔다갔다 하며 읽고 있는데 서문에 적혀 있던 '읽고 쓰고 말하기'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시와 산책: 보기도 하고 필사도 했다. 에세이와 시 어디쯤에 있는 경계성 글 같다. 작가가 본 풍경의 묘사들이 무척 섬세하다.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꼭 자기를 파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하나. 자기 브랜딩을 해야 하나에 대한 문제의식들을 마주하게 됨. 그리고 자기 콘텐츠를 회고하는 과정의 중요성도 보았다. 나는 콘텐츠를 번번히 혼자 만드는데 혼자 회고하면 되려나.

아무튼 산: 아무튼 시리즈의 최신작. 한 분야를 오래 좋아한 작가가 그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직업을 얻고 배움을 얻는 과정이 담담하게 목차로 구성돼 있음. 글이 담백하다. 그 자체로 그 사람 같다.

일본 여성검도인 관련 자료들: 사랑해요 파파고. 여성 검도인 입장에서 정립하는 검도 이론이나 수련 방식에 대한 언급들. 남자 검도인들도 대단하지만 여성 검도인들의 말을 듣고 싶다. 국내 여성 검도인의 목소리도. 미녀검객 이런 수식어보다 본인의 노력과 성취를 바탕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마쓰모토 미즈키 선수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컨디션이 좋건 안 좋건 나를 믿는다는 말.

삼생삼세침상서: 여주인공도 남주인공도 기존 성격의 전형성에서 많이 벗어난다. 여성 캐릭터가 맺고 끊는 것도 강하고 남자주인공에게 당당히 요구할 줄도 알고, 시서화 같은 문학적인 부분은 약한데 검과 조립기술을 잘 다루고 여기에 요리 잘함의 조합. 역사학도인 내 취향 덕인지 온갖 신화와 민담 속 캐릭터들이 출몰하는게 즐겁고, 그 캐릭터들이 이렇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움직이게 하는 즐거움도 있구나. 로맨스 드라마의 강점은 캐릭터들의 감정 표현을 작은 몸짓이나 말로 드러내는 순간 아닐까. 1일 1삼생의 나날.


#내옆의 물건들

글감 소재용 메모장, 휴대폰, 책들, 만화콘티 메모




아쉬운 것들

써야 할 글 목표치 한 개 미달. 

글쓰기 일정만 있지 않은 탓도 있지만, 사실 쓰기 싫다는 생각도 분명 있다. 앉아있음과 동시에 쓰게 되는 감각기 잘 작동되지 않는다.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메모를 하기도 하고.


그림보다 글에 대한 작업속도가 일정치 않다

그림은 콘티가 나오는 기점으로 해서 작업시간과 속도가 비교적 일정하다. 글은 영감이 찾아오는지 여부에 따라 시간이 고무줄로 뛴다. 직장인처럼 쓰고 싶은데.


몸쓰는 나날의 텐션이 떨어졌다

자는 시간을 좀더 규칙적으로 잡아낼 필요가 있다.


채식 시도가 번번히 실패

저녁 장거리를 준비해가면 부모님이 '고기 먹고 싶다'고 연락하는 나날.


꿈꾸던 바들이 지쳐서 희미해짐

공간 운영자로서, 콘텐츠 제작자로서, 수련자로서 구축하고 싶었던 자아들이 요즘 좀 희미해졌다. 좀 뚜렷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다음 계획

#원고 작업

(써야 하는 순서대로)


캐나다로 검도하러 간 썰

놀랄만큼 기뻤고 아무 일도 없었지만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아니 사형들

도장에는 왜 여자가 없을까


#그림 작업

8컷 만화 작업(월, 화)

에세이 썸네일 작업


#스포즈지도사2급 자격증 공부(면접 대비)

문제: 심판원의 마음 자세에 대하여 기술하라.

1) 경기 진행을 공평무사하게 하여야 한다.
2) 정해진 복장으로 단정하여야 하고, 자세는 바르게, 태도는 엄정하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유효격자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4) 선고를 명확히 한다.
5) 경기 심판규칙의 운영요령을 숙지하고 바르게 운영할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6) 검리에 충실한 심판을 하여야 한다.
7) 심판기술에 숙달하는 데 힘쓰고 실제 심판을 하면서 항상 반성과 검토를 통하여 심판능력을 향상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8) 검도수련을 게을리하여서는 안 된다.
9) 검도의 승패는 한순간에 일어나므로 심판도 선수와 같은 기분을 가지고 경기에 집중하여야 한다.
10) 다른 훌륭한 심판에게 보고 배우는 자세를 가진다.

 

#클라이언트 업무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완료했는데 아직 선금입금 관련 언급이 없는 담당자님.


1. 클라이언트 쪽 다른 팀에서 카드뉴스 업무 요청이 왔다. 디자인 시안-> 시안확정 -> 본문 작성의 과정으로 작업.

2. 한장짜리 카드뉴스 요청: 템플릿 활용하는 데 맛들이니 뚝딱 작업해도 빠르게 컨펌나는 마법.

3. 페북 운영 활성화: 이웃 추가, 이웃 게시글 좋아요 클릭, 해시태그 검색 활성화는 페북에서는 의미 없는 기능이라 생각해서 보류. 내가 업로드하는 글 외에 다른 포스팅 톤앤메너도 정리.

3. 운영업무 내역 정리: 콘텐츠 업로드 횟수, 이벤트 진행 횟수, 콘텐츠 반응 모니터링.


#공방 작업실

월/금만 공간정비. 원래 이번주는 지원사업용 워크숍 포스터를 돌려야 하는 날. 하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이번주까지 고비라 하니 한주를 미루자. 모집 기간과 시작 기간 모두 한주 미루고, 대신에 공간 정비를 좀더 하기. 포스터는 애저녁에 데이터 수정하여 완성하기. 공방 운영기간 동 1일 1회 인스타그램 포스팅.

-> 공구함들을 좀 예쁘게 정렬할 방법 있을까 고민.


#리디셀렉트에서 돈 공부 책 읽기

다운을 받았으니, 한번 슬쩍 읽기라도 해봅시다. 소설, 에세이 읽는 분량에서 약간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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