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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Aug 31. 2020

2020/08/24~2020/08/30

찌질함과 작업일과 집안일

괜찮은 모습만 보여야 하나, 싶다가 나는 애초에 어리석기도 한 사람이지. 그런 생각으로 주섬주섬 지난주의 나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말을 안 하면 안 하는 데로 보이고 싶은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서. 코로나로 특히 공간 일의 타격이 크다. 원래 지난주부터 워크숍 모집시작 기간이었는데.


돌아보기

#요일별 일들

월, 화는 글 하나씩과 루틴한 외주일. 수목에는 외주일 관련 피드백 반영과 해당 업체에서 운영하는 웹진 콘텐츠를 블로그에 업로드. 새로운 단타성 외주 삽화일을 받았다. 토, 일요일에는 개인만화 작업과 외주 삽화 일을 하였다. SNS에 글을 올리는 것도 생각보다 에너지가 들었다. 타인과 대화한 시간 만큼 조용히 말 없는 시간이 이어짐. 일하고 난 다음에는 죽은 듯이 누웠다. 


#태도와 콘텐츠

빌라선샤인에서 장혜영 의원이 나오는 인터뷰 방식의 화상강연이 있었다. 나는 여기에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질문했다. 그가 말한 답변에서 '태도'와 '콘텐츠'라는 답변이 꽤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때, 그 콘텐츠를 어떤 말끔한 태도를 통해 말함으로써 은근슬쩍 원하는 콘텐츠를 끼워넣어 말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 때로는 콘텐츠를 좀더 직설적으로 전면에 내세워 해야 할 순간도 있다는 것. 물론 이런 유드리를 발휘하는 과정에서 매 순간 엄청나게 마음이 흔들린다는 사실도 들었다.


그가 한 말 중에는 내게 닿지는 않아도 잊히지 않는 말들이 몇개 있다. 커리어의 종류 중 정치를 고를 수 있다는 것, 조 단위의 큰 예산을 만지는 일, 자기가 하는 일이 강제력을 띄는 세상의 변화로 즉각 이어지는 일. 그런 자리로서의 국회의원이 우리 같은 30대 여자사람도 될 수 있다는 것. 내게는 여전히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잘 시간이 별로 없고 내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을 내가 못 견딘다는 걸 알아서다. 자신의 거의 전부를 세상의 일에 갈아넣는 마음은 얼마만큼의 대단한 각오가 필요한 일인가. 


장혜영 의원이 본인 페북에 해당 행사를 홍보했는데, 거기에 달린 댓글 하나가 가관이었다. '뉴먼 밋츠 뉴먼' 등의 말이 한국어 파괴라는 식의.. 근데 아마 영어가 익숙치 않은 세대한테는 그렇게 보일 거 같기도 하다. 정말 다른 세상에 사는 대한민국인지라, 각자의 세상에서 쓰는 단어가 참 천차만별이더라.


#집안일

외주일, 글쓰기, 그림작업. 내가 벌린 일을 하는 데는 확실히 많은 에너지가 든다. 하지만 집에 있다보면 내가 벌린 일 외에 집안일의 존재가 분명히 있음을 느낀다. 그것도 꽤나 확실하고 묵직한 형태로. 내가 머무는 책상, 밥, 공간의 습기, 냄새 등등. 공간은 말 없는 애기 같아서 인간이 먼저 바라봐주고 청소해줘야 멀끔해진다.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비용으로 책정되지 않고 잠시 즐거운듯 하다가도 쉽게 방전되는 이런 종류의 일은 얼마만큼 내 삶에 내어줘야 할지 고민된다. 


집안일은 일머리와 닮은 구석이 있다. 이런 종류의 일 앞에서 내 뇌는 무척이나 수동적이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가 업무내역을 명확히 분배해주면 좋겠지만 사실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의견을 내세우고 주도적으로 해야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덜주게 된다. 알아서 일의 상황을 가늠하고 척척 도와주는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  지금만큼이라도 기획 일을 하고 그 일에 대한 상식선이 얼추 맞춰지는 데에는 정말 그 경험치 만큼 곧이곧대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는 경험한 만큼만 알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건 잘 안 된다. 


근데, 경험한 만큼은 우걱우걱 끌고가며 해낸다. 하지만 더딘 학습으로는 해당 업계의 어떤 '꾼'으로 평가받을 수 없다. 실패한 만큼 경험치가 오른 건, 그 경험치로 좀더 편하게 일하게 되는 건 실패를 경험하게 한 인연들 이후의 사람들이 누릴 몫이다. 만약 일을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화를 내기 이전에 "왜 그러느냐" 하고 물어보는 과정. 그것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들으며 좀더 나아질 과정을 함께 고민해보는. 그런 소통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작 나도 내 눈앞에서 일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 보면 순간 화가 나고 왜 그러는지 묻고 싶지도 않아진다. 나의 몹시 게으르고 속 좁은 순간.


#내 인터뷰 실린 마리끌레르 잡지 나왔다

나 인터뷰 나왔소, 하며 SNS에 자랑하였다. 그 글을 쓸 때 신나서, 라기 보다는 애써서 해야 했다. 나 자신의 홍보부장 역할은 때로 소모가 크다.  


이룬 것들


목표한 글 4개 중 2개 썼다

다른 일정 때문에 밀렸다. 그래도 월화 때는 명확하게 글을 썼다. 


공방 프로그램 모집 글 지역구 소식지에 실림

실린 것 자체로 어려웠던. 귀퉁이에 텍스트만 쪼꼬미하게 실렸다. 포스터 이미지라도 있어야 설득이 될랑말랑한 프로그램을... 신청자도 제로.


콘티가 드디어 만화로 

7컷 분량으로 줄여서 작업 후 업로드. 이야기가 언제 번뜩 떠오를지 가늠할 수가 없다. 스케치-펜선-대사 타이핑-채색까지 5시간 정도 걸렸다. 좋아요 170대 였던 만화들이 3주째 좋아요 200대를 넘었다. 팔로워 수는 962. 목표했던 1000을 향해 다가가는 중.  


삽화 외주 처음 받다

건강관련 잡지에 들어갈 삽화 작업을 하다. 참고할 포즈 검색-밑그림 스케치- 선따기. 5컷에 5시간 걸렸다. 요건 첫 작업하고 담당자에게 피드백 차 메일을 보냈다. 처음 하는 종류의 일 외주는 역시 무서워서, 심리적으로 가장 큰 장벽은 메일을 열고 첨부 파일을 확인하는 거였다. 


한 조직의 두 클라이언트와 소통 

해당 조직과 하던 일을 매번 같은 클라이언트와 했는데 처음으로 한팀 일이 더 붙었다(일이 불었다는 뜻이다..). 이번에 새로 하게 된 담당자 분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이야기해준다. 그 말을 명확하게 반영하면 일이 끝난다. 으어 좋다.


영감받은 것들

#본 것들

일간 이슬아 한여름호: 구독 시작. 글이 쫀쫀하다. 돈 주고 살만한 글이다. 이런 글을 매주 주5일 마감한다는 건 엄청난 체력과 꾸준함 아니면 할 수가 없다. 그리고 5일 동안 생계 관련 일은 오로지 '글'만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과거의 순간들을 꽤나 디테일하게 기억해내는 슬아 작가님. 사랑 없이는 이런 순간들을 담아낼 수 없다. 엄청난 고용량의 사랑이다.

배두나 W 인터뷰: 좋았다. 직업 정신이 투철한 사람. 여성 의상보다 남성 의상이 어울리는 사람. 어떤 사람을 묘사할 때 그 직업이 대표하는 정형성에 갖히지 않는 사람. 누구의 시선으로 보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역의 사생활 99 공주, 담앙 편: 지역을 소재로 한 만화 작업. 텀블벅 펀딩한 게 왔다. 래현님 작업이야 이전부터 좋아해왔고, 북구플랜빵 작가님 첨 뵈는 분. 두분의 작업 모두 장르문법에 따르는 이야기이기 보다 일상의 감정들을 결결히 담아내는 이야기라. 군산을 기반으로 한 삐약삐약북스 출판사 작품이고 이 출판사는 이번 언리밋에디션에 나옵니다. 

무과수의 기록 '프라하' : 이 작가님은 직장일도 하고, 일상과 집에 주목하는 시선이 요즘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지고, 그걸 담아내는 문체도 담담하고 섬세하다. 담백하지만 그 안에 작가님의 색이 분명 있다.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신기한 건 무과수님의 일상에 '언니'가 참 많다는 사실이다. 가깝게 서로 밥 해먹으며 어울릴 수 있는 언니가 있는 삶은 나로썬 낯설다. 부러워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조차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나는 언니를 만나려면 인터넷 세계로 가야 하는데. 

삼생삼세침상서: 52화까지 정주행. 비밀의 숲 같은 콘텐츠들은 건조해서 좋은데(두 주인공이 자신의 매력을 총동원해 연애는 안 하고 눈앞에 둔 일에 집중하는 것 자체로 매력적이어서 ) 이건 오히려 정반대의 이유로 좋다. 진심을 다하는 마음들을 말과 몸짓 등 정말 다양한 거리를 총동원해 연출한다. 내가 즐기는 다른 콘텐츠들이 일상서사의 끝판왕이라면 이건 판타지 서사의 끝판왕 같은 느낌. 아쉬운 건 이전작인 십리도화와 비교했을 때 인물은 좀더 선명해졌으되 사건은 입체적이지 않다.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을 일일히 보여주는 건 '덕질'에는 좋겠지만 '작품'으로써는 상상의 여지가 줄어서 아쉽다. 덕질로는 정말 최고.. 현생 위협 수준. 


#내옆의 물건들

다 마신 커피의 흔적이 담긴 커피잔, 그림 그릴 때쓴 팔로미노 블랙윙 연필, 책들, 올해 만난 클라이언트의 명함들


아쉬운 것들

써야 할 글 목표치 두 개 미달

이번주와 다음주는 주6일 글을 써야 해. 찰싹찰싹.

에세이 썸네일도 여전히 남음.


일상 복귀는 언제나 적응 필요

사흘 정도 일상 바깥에 있다 복귀했더니 입말이 안 떨어지는 부작용이.


코로나로 미뤄지는 것들

공간 운영자 역할은 코로나로 점점 미뤄진다. 하지만 오늘부터 결국 홍보 진행해볼 요량이다. 


공간, 손이 많이 간다

다른 일할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이 습한 공간에서 예쁜 물건을 들이는 게 무의미하다는 느낌이 든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라 했는데. 지금 이 공간에 필요한 건 습기에 지지않는, 정갈한 플.라.스.틱.


다음 계획

#원고 작업

(써야 하는 순서대로)

(지난 주 뜬금없이 이 두 개를 써서 아래 내용이 밀림)


잃어버린 초심을 찾아서

강습회에서 만난 여자 사범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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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로 검도하러 간 썰

놀랄만큼 기뻤고 아무 일도 없었지만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아니 사형들

도장에는 왜 여자가 없을까

내가 나인 채 있는 것으로 

공격의 타이밍, 마음의 타이밍


#그림 작업

목요일 저녁에 에세이 썸네일 이미지 작업

만화 작업은 2컷 짜리로 짧게 가볼 요량



#스포즈지도사2급 자격증 공부(면접 대비)

문제: 검도의 四戒에 대하여 기술하라.

검도의 4병(四病)이라고도 하며, 검도를 수행하면서 4가지 경계하여야 할 것을 말한다. 경, 구, 의, 혹 (驚,懼,疑,惑) 즉, 놀라거나, 두려워하거나, 의심하거나, 미혹되지 말아야 함을 말한다. 검도의 승부는 기술뿐만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에 지배되는 수가 많으므로 항상 사계를 마음에 두고 스스로 정신수양에 힘써 나가야 할 것이다. 항상 평상심을 가지고 마음이 동요됨이 없이 이 네 가지를 초월해야만 상대를 이길 수 있다.

 

#클라이언트 업무

1. 카드뉴스 제작요청은 아직 홀딩

2. 삽화 작업: 오늘 5컷 예정. 3시간 컷으로 끝내보면 좋겠네. 수요일 마감.

3. 페북 운영 활성화: 이웃 추가, 이웃 게시글 좋아요 클릭, 해시태그 검색 활성화는 페북에서는 의미 없는 기능이라 생각해서 보류. 내가 업로드하는 글 외에 다른 포스팅 톤앤메너도 정리.

3. 운영업무 내역 정리: 콘텐츠 업로드 횟수, 이벤트 진행 횟수, 콘텐츠 반응 모니터링.

4. 미팅 요청. 다음주 4일에 점심 미팅팅. 잊지말자!


#공방 작업실

코로나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일단 모집기간과 시작기간을 미룬 상태 그대로 오늘부터 행사홍보 진행. 일정을 조정해서 워크숍 시간을 분산해 모집해보기로 했다. 포스터 문구 수정하기. 포스터 출력 및 오프라인 벽들에 부착. 공방 운영기간 동 1일 1회 인스타그램 포스팅.


#리디셀렉트에서 돈 공부 책 읽기

누가 옆에서 읽어! 하고 붙잡아매야 읽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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