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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Sep 02. 2020

여름이 준 선물, 고구마줄거리 반찬

조글조글 볶음에 부글부글 김치찜까지 

여름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인지

모기들이 참말로 극성이다. 


봄부터 말려 둔 쑥으로

모깃불을 피워 놓고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고구마줄거리를 다듬었다.


산골살림 하면서 뭐랄까, 

가장 하기 싫은 일 가운데

손꼽히는 게 바로 이 일.


일 년 만에 해서 그런가, 

양이 적어서 그럴까, 

괜스레 반갑다.

껍질 삭삭 벗겨 내는 

손맛도 괜찮고. 


구월을 맞이하고도 모기들이 참말로 극성인지라 마당에서 일할 땐 쑥 말린 것으로 모깃불을 피운다. 


모깃불에서 풍기는 쑥 내음을

온몸에 가득 받으며

텃밭이 내준 선물을 다듬는 시간이 

좋았다. 고마웠다. 


날씨가 예년과 다르더니

올해는 고구마 자라는 것도 

전과 달리 느릿느릿~.

 

고구마줄거리 음식은

여름철 입맛 돋우는 데 좋건만,

전 같았으면 몇 번은 했을 것을

그냥저냥 지나치다

이제야 첫 반찬을 한다.


집간장에 조린 고구마줄거리 볶음은 담백하고 짭짤한 그 맛이 참 좋다. 어릴 때부터 좋아한 반찬이다.


조글조글 고구마줄거리 볶음에

부글부글 고구마줄거리 김치찜. 


집간장에 조린 고구마줄거리 볶음은

담백하고 짭짤한 그 맛이 여전히 좋구나. 

텃밭에 자라는 고구마를 보며

여름이 가기 전, 꼭 한번 먹고 싶었더랬는데

드디어 소원 성취! 


묵은지랑 끓인 고구마줄거리는

김칫국물 맛이 쏙 배어서

시큼하고 상큼하고 달큼하다.

고구마줄거리김치 대신으로

맛나게 먹었다.


묵은지랑 끓인 고구마줄거리는 김치 국물 맛이 쏙 배어서  시큼하고 상큼하고 달큼하다.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인

고구마줄거리김치를 참 좋아하는데 

올해는 이렇게 건너뛴다. 

고구마줄거리도 많지 않고

고춧가루가 비싸기도 하고....


여름에 먹는 고구마줄거리. 

가을을 부르는 달, 구월을 시작하며

볶음이랑 찜으로 몸에 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는 미련이 없음이야~ ^^


여름에 먹는 고구마줄거리. 가을을 부르는 달, 구월을 시작하며 몸에 담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해 질 무렵 개구리가 곳곳에서

울어대기에 저절로 들던 생각.  


‘비가 오려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뒤에 

후드득 비가 나린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개구리들은 비가 올 걸

어찌들 저리 잘 아는지. 


안 그래도 태풍이 온다기에

집안 곳곳 살피고 정리한 뒤라서

태풍 앞두고 내리는 비가, 스치는 바람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얼마 전 큰 비가 지나간 뒤로

가까운 고장에서 워낙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는 바람에

비바람이 거센 산골 밤이 조금 두렵기는 하다.   


밤하늘 보며 그저 바라노니 

자연이 주는 어쩔 수 없는 아픔,

이번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더불어 간절히 바라옵나니 

코로나와 수해로 힘든 분들,

의사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분들,

또 저마다의 자리에서 아픔을 겪는 분들의

몸과 마음도 부디 무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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