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고추, 귀한 농부님들

빨간 고추가 잘 마르도록 꼭 지켜 내고 싶다

by 산골짜기 혜원

고추가 참 귀하다.

반찬으로 쓰려고

두어 개 따러 밭에 갔더니만

정말로 두어 개밖에 건질 게 없다.


고추가 덜 열리기도 했고

그나마 달린 것들은

거의가 말라비틀어졌거나 썩어 있다. ㅠㅜ


g1.jpg 텃밭 고추들이 거의가 말라비틀어지거나 썩어 있다.


이맘때쯤엔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서

반찬으로 넉넉히 먹고

햇볕에 널기도 자주 했는데

올해는 참 말이 아니다.

나름 야심 차게 그전보다 좀 많은,

스무 주 가까이 심었는데도!


긴장마 끝난 뒤로

아주 조금이나마

햇볕에 말리는 고추가 있다.

벌써 여러 날이 흘렀다.


그동안 고추를 태양에 말리다가

썩어서 버리기를 여러 번 겪었다.

이번엔 반 갈라서 햇볕에 널었더니

그럭저럭 탈 없이 마르고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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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3.jpg 긴장마 끝난 뒤로 아주 조금이나마 햇볕에 말리는 고추가 있다.



비 오면 안에 들이고

해 나면 밖에 내고.

저 작은 양 가지고 날마다 씨름을 한다.

슬쩍 귀찮지만 싫지 않다.


작은 텃밭에서

저만큼이라도 자라 준 빨간 고추가

너무 귀하니까. 고마우니까.


오늘 고추밭 형편을 보니

아무래도 올해는

채반 두 개에 얹어 놓은 저 고추가

말린 고추 전부가 될 듯하다.


바짝 마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저 빨간 고추가 잘 마르도록

꼭 지켜 내고 싶다.


g4.jpg 아무래도 올해는 채반 두 개에 얹어 놓은 저 고추가 말린 고추 전부가 될 듯하다.


추운 날이 닥쳐올 어느 때인가

문득 들여다본 마른 고추가

왠지 대신 말해 줄 것만 같다.


많은 것들이 힘겨운 이 여름을

그럼에도 애써, 힘써 잘 보냈노라고...


텃밭 고추 하나도 이토록 어려운데

넓은 밭에서 고추를 기르고 거두어

씻고 말리기까지 하는 농부님들의

크나큰 노고와 정성은

과연 무엇에 비길 수 있을는지.

더구나 올해처럼 기후위기로

농작물들이 잘 자라기 쉽잖은 때에.


당신들의 굵은 땀방울 덕분에

내가, 우리들이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한 놀랍게도 감사한 일인지!


20200831_084531.jpg 이토록 어려운 나날들에도 흔들림 없이, 한결같이 고추 농사 정성껏 지어 주시는 농부님들이 참 귀하고 고맙다.


비 내리는 수요일 밤,

고추 농사짓는 많은 분들께

진심 어린 존경과 고마움을

보내고만 싶다.


“이토록 어려운 나날들에도

흔들림 없이, 한결같이

고추 농사 정성껏 지어 주셔서

정말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당신들은 참 귀한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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