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추가 잘 마르도록 꼭 지켜 내고 싶다
고추가 참 귀하다.
반찬으로 쓰려고
두어 개 따러 밭에 갔더니만
정말로 두어 개밖에 건질 게 없다.
고추가 덜 열리기도 했고
그나마 달린 것들은
거의가 말라비틀어졌거나 썩어 있다. ㅠㅜ
이맘때쯤엔 고추가 주렁주렁 달려서
반찬으로 넉넉히 먹고
햇볕에 널기도 자주 했는데
올해는 참 말이 아니다.
나름 야심 차게 그전보다 좀 많은,
스무 주 가까이 심었는데도!
긴장마 끝난 뒤로
아주 조금이나마
햇볕에 말리는 고추가 있다.
벌써 여러 날이 흘렀다.
그동안 고추를 태양에 말리다가
썩어서 버리기를 여러 번 겪었다.
이번엔 반 갈라서 햇볕에 널었더니
그럭저럭 탈 없이 마르고는 있다.
비 오면 안에 들이고
해 나면 밖에 내고.
저 작은 양 가지고 날마다 씨름을 한다.
슬쩍 귀찮지만 싫지 않다.
작은 텃밭에서
저만큼이라도 자라 준 빨간 고추가
너무 귀하니까. 고마우니까.
오늘 고추밭 형편을 보니
아무래도 올해는
채반 두 개에 얹어 놓은 저 고추가
말린 고추 전부가 될 듯하다.
바짝 마르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저 빨간 고추가 잘 마르도록
꼭 지켜 내고 싶다.
추운 날이 닥쳐올 어느 때인가
문득 들여다본 마른 고추가
왠지 대신 말해 줄 것만 같다.
많은 것들이 힘겨운 이 여름을
그럼에도 애써, 힘써 잘 보냈노라고...
텃밭 고추 하나도 이토록 어려운데
넓은 밭에서 고추를 기르고 거두어
씻고 말리기까지 하는 농부님들의
크나큰 노고와 정성은
과연 무엇에 비길 수 있을는지.
더구나 올해처럼 기후위기로
농작물들이 잘 자라기 쉽잖은 때에.
당신들의 굵은 땀방울 덕분에
내가, 우리들이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한 놀랍게도 감사한 일인지!
비 내리는 수요일 밤,
고추 농사짓는 많은 분들께
진심 어린 존경과 고마움을
보내고만 싶다.
“이토록 어려운 나날들에도
흔들림 없이, 한결같이
고추 농사 정성껏 지어 주셔서
정말 아주 많이 고맙습니다!!
당신들은 참 귀한 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