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골짜기 혜원 Aug 05. 2020

산골김치가 일본으로 떠난 날

푸르른 벼처럼 막내 여동생도, 많은 사람들도 잘 버티며, 잘 살아가기를

일본에 사는 막내 여동생을 위해

참 오랜만에 김치를 쌉니다.


산골김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동생한테

전 같으면 벌써 몇 번을 보냈을 텐데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자꾸만 미루어졌어요. 


뒤늦게나마 김치 보내 주겠다니까

미안해 어쩔 줄 모르면서도 

슬그머니 산골된장도 그립답니다.

저야 무조건 ‘그럼~’입죠! 


일본에 사는 막내 여동생이 무척이나 그립다던 산골된장을 꼭꼭 눌러 담습니다.


바다 건너로 김치를 보낼 때는

철로 된 통을 써야 합니다. 

15킬로그램쯤 간신히 담기는 여기에 

딱 맞춤하게 김치를 싸기란

은근히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면~ 집에 있는 옛날식 저울이 딱

10킬로그램까지만 잴 수 있거든요.


눈대중 손대중 동원하여  

김치랑 된장까지 더해서 

얼추 양을 맞추고는 우체국으로 갑니다. 


혹시 몰라서 빈 김치통도 가져갔어요. 

김치가 많으면 얄짤없이 덜어야 하니까요.  


무게를 맞추고자, 집에 있는 옛날식 저울을 동원하여 일본으로 보내는 김치 택배를 정성껏 쌉니다.


두근두근 무게를 재는데, 어쩜~

16킬로그램 쪼끔 넘어요. 

철통이 1킬로그램쯤 되니까

김치에 된장까지 더해서

15킬로그램을 딱 맞춘 거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


막내 여동생은 일본에 산 지 꽤 됐는데

해마다 이 땅에 자주 다녀가곤 했어요.

아빠 기일, 엄마 기일 때면 꼭꼭 왔고

산골에도 따로 찾아온 때도 많았고요. 


그랬건만 올해는 코로나 땀시로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지 못해서,

게다가 당분간 오기 어려울 것도 같으니 

제가 참 안타까웠답니다. 


김치라도, 된장이라도 맛나게 먹으면서

건강도 챙기고 또 그리운 식구들과

고향땅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기를,

김치를 싸면서 된장을 담으면서

마음 깊이 바라고 또 바랐어요.  


바다 건너로 김치를 보낼 때는 김치 국물이 새는 걸 막고자 철로 된 통을 써야 합니다.


김치 택배 잘 부쳤노라고 

동생한테 연락하니 

올만에 된장국에 김치 먹을 

생각만으로도 힘이 난다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그 좋아하는 마음이 

저한테도 오롯이 느껴져서

늦은 밤까지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제 안에 가득하기만 합니다. 


김치 택배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

초록빛으로 펼쳐진 논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십 일 넘게 장마가 이어지고

사나운 비바람이 몰아치고, 

코로난지 뭔지가 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어도

벼들은 제자리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잘 자라고 있었어요.


철마다, 해마다 보던 풍경인데도

불쑥 뭉클한 마음이 일렁이더군요. 


산골김치를 일본으로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 곳곳에서 펼쳐진 푸르른 논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기후변화에도, 느닷없는 바이러스에도

잘 버티고 살아내는 저 벼들처럼

저도, 막내 여동생도, 또 많은 사람들도 

잘 버티며, 잘 살아갈 수 있기를  

푸르른 논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풀 한 포기가 그러하듯이 

우리들 한 사람 또 한 사람 

모두 자연이니까요.

이 시간들을 잘 견디며 

아마도 저 벼들처럼 푸르르게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 테죠? 


그렇게 믿고만 싶어요. 

그렇게 믿고서 살아가고 싶어요.          


작가의 이전글 옥수수를 닮고 싶은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