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벼처럼 막내 여동생도, 많은 사람들도 잘 버티며, 잘 살아가기를
일본에 사는 막내 여동생을 위해
참 오랜만에 김치를 쌉니다.
산골김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동생한테
전 같으면 벌써 몇 번을 보냈을 텐데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자꾸만 미루어졌어요.
뒤늦게나마 김치 보내 주겠다니까
미안해 어쩔 줄 모르면서도
슬그머니 산골된장도 그립답니다.
저야 무조건 ‘그럼~’입죠!
바다 건너로 김치를 보낼 때는
철로 된 통을 써야 합니다.
15킬로그램쯤 간신히 담기는 여기에
딱 맞춤하게 김치를 싸기란
은근히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면~ 집에 있는 옛날식 저울이 딱
10킬로그램까지만 잴 수 있거든요.
눈대중 손대중 동원하여
김치랑 된장까지 더해서
얼추 양을 맞추고는 우체국으로 갑니다.
혹시 몰라서 빈 김치통도 가져갔어요.
김치가 많으면 얄짤없이 덜어야 하니까요.
두근두근 무게를 재는데, 어쩜~
16킬로그램 쪼끔 넘어요.
철통이 1킬로그램쯤 되니까
김치에 된장까지 더해서
15킬로그램을 딱 맞춘 거죠.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
막내 여동생은 일본에 산 지 꽤 됐는데
해마다 이 땅에 자주 다녀가곤 했어요.
아빠 기일, 엄마 기일 때면 꼭꼭 왔고
산골에도 따로 찾아온 때도 많았고요.
그랬건만 올해는 코로나 땀시로
한 번도 한국 땅을 밟지 못해서,
게다가 당분간 오기 어려울 것도 같으니
제가 참 안타까웠답니다.
김치라도, 된장이라도 맛나게 먹으면서
건강도 챙기고 또 그리운 식구들과
고향땅에 대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기를,
김치를 싸면서 된장을 담으면서
마음 깊이 바라고 또 바랐어요.
김치 택배 잘 부쳤노라고
동생한테 연락하니
올만에 된장국에 김치 먹을
생각만으로도 힘이 난다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그 좋아하는 마음이
저한테도 오롯이 느껴져서
늦은 밤까지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제 안에 가득하기만 합니다.
김치 택배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
초록빛으로 펼쳐진 논이
곳곳에서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십 일 넘게 장마가 이어지고
사나운 비바람이 몰아치고,
코로난지 뭔지가 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어도
벼들은 제자리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잘 자라고 있었어요.
철마다, 해마다 보던 풍경인데도
불쑥 뭉클한 마음이 일렁이더군요.
기후변화에도, 느닷없는 바이러스에도
잘 버티고 살아내는 저 벼들처럼
저도, 막내 여동생도, 또 많은 사람들도
잘 버티며, 잘 살아갈 수 있기를
푸르른 논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바라고 또 바랐습니다.
풀 한 포기가 그러하듯이
우리들 한 사람 또 한 사람
모두 자연이니까요.
이 시간들을 잘 견디며
아마도 저 벼들처럼 푸르르게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 테죠?
그렇게 믿고만 싶어요.
그렇게 믿고서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