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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Jul 26. 2020

옥수수를 닮고 싶은 마음

‘천천히 익어도 괜찮아~’

해가 슬슬 질 무렵

구순 넘은 앞집 할아버지가 오셨어요.

따끈따끈한 옥수수를 주시네요.


“와~ 옥수수 벌써 익었어요?

저희는 아직 안 익었는데요. 잘 먹겠습니다!”


다저녁때 앞집 구순 할아버지가 건네 주신 뜨끈뜨끈한 옥수수.


막 저녁밥을 먹은 뒤라서 

옥수수 조금만 입에 넣어 봅니다.

살짝 달지만 고소하고 맛나요.


옆지기는 저녁 설거지에 한창이고

저는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데 

누군가 또 오신 기척이 들려요.


냉큼 나가 보니 마을 아주머니세요.

검은 비닐봉지가 보여요. 

비에 젖은 싱싱한 옥수수가 담겨 있네요.

막 따서 건네주신 듯해요. 


마을 아주머니가 안겨 주신, 비에 젖어 싱싱한 옥수수.


집으로 내려가시는 아주머니께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인사드리고는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발길을 텃밭으로 돌렸어요.


두 집에서나 옥수수 선물을 받고 보니

문득 텃밭 옥수수도 궁금해진 거예요.


‘얼마큼 자랐지? 몇 개 달리기는 했을까?’


비 핑계라고 하기엔 못내 부끄럽게도

옥수수밭을 참 오랜만에 가 봅니다.

(밭이라고 하기엔 쫌~ ㅡㆍㅡ:;

옥수숫대 열 개 좀 넘을까 말까 할 거예요.)


비 핑계라고 하기엔 못내 부끄럽게도 옥수수밭을 참 오랜만에 가 봅니다. 옥수수가 얼마 되지는 않아요.


‘어머나! 옥수수가 이렇게 많이 열렸네? 

어머~ 얼추 익은 것두 꽤 되는걸^^’ 


뜻밖에 선물이라도 생긴 것처럼

옥수수 앞에서 혼자 싱글벙글합니다.


이번 여름엔 비가 하두 주구장창 와서요.

또 멀찍이서(그리 멀지두 않지만요) 봤을 때

옥수수 키가 많이 작아 보이기도 해서요.

올여름 옥수수 농사는 재미없겠구나, 

생각만 했어요. 솔직히 기대가 없었어요.


그런데! 옥수숫대 키가 크건 작건

저마다 제 몸에 걸맞게 열매를 맺고 

또 자라고 있더라고요. 


해가 덜 비쳐도 

지나치게 비가 내려도

옥수수는 제자리에서 제 할 일을

멈추지 않고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감동스럽고 고마웠어요.

옥수수를 닮고만 싶더라고요.

(옥수수밭 풀매기 정성껏 해 준

옆지기 텃밭 농부님께도 감사를!) 


옥수숫대 키가 크건 작건  저마다 제 몸에 걸맞게 열매를 맺고 또 자라고 있더라고요.


지난해보다 반도 못 되게 심었기에 

다 거두어도 얼마 되진 않겠지만

산골부부만 먹기에는 조금 넘치기는 할 거예요.  


저 가운데 얼마쯤은 

산골에 찾아올 누군가와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천천히 익어도 괜찮아~’ 

옥수수밭을 나오면서 

조그맣게 자라는 옥수수들한테

너무 애쓰지 말고 좀 더 느긋이

익어 가라고 마음을 전했어요.


옥수수는 갓 따서 바로 쪄야 맛있잖아요.

천천히 익어도 언젠간

가장 맛있게, 고맙게 먹어 줄

고운 인연과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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