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사과, 못생긴 내 얼굴~♪
산골혜원네 과일농사의
가장 큰 희망이었던 사과.
겉모습은 작고 거무스름하여도
속살만은 새콤달콤 무지 맛났던
텃밭 사과가 올해는 마구마구 썩었다.
검붉은 빛으로 매달린 사과
땅으로 떨어져 푹 터진 사과.
끊임없이 내리던 비 때문일지,
다른 해보다 벌레가 많았을지,
사과나무가 힘이 좀 달렸을지,
바라보기가 못내 애처롭고 안쓰럽다.
“열 사람 중에서 아홉 사람이
내 모습을 보더니 손가락질해
그놈의 손가락질 받기 싫지만
위선은 싫~다아 거짓은 싫어
못생긴 내 얼굴 맨 처음부터
못생긴 걸 어.떡.해~~♪”
_못생긴 얼굴(한돌 글, 곡, 노래)
사과나무 앞에만 가면
이 노래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못생긴 사과가 꼭 나를 닮은 것 같은,
아니, 못난 내 모습이 사과를 닮은 것 같은
느낌 때문일까.
아, 참으로 다행히도 딱 하나!
먹을 수 있어 보이는
사과를 만났다.
붉고 거무튀튀한 때깔에
움푹 팬 곳이 있지만
만져 보니 딴딴했다.
제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반 가르니
하얀 속살이 보였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ㅠㅜ
벌레 먹은 자리들 잘라 내니
울퉁불퉁 사과 몇 조각이 나왔다.
예년보다 살짝 맛은 덜했지만
새콤하고 달콤하고 아삭한
텃밭 사과 본연의 맛만은
오롯이 살아 있었다.
사과 두 조각씩 사이좋게
옆지기랑 나누어 먹으니
기분이 한결 상큼하다.
사과나무 앞에만 서면
‘더 제대로, 정성껏 살라고’
꾸중받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어렵게 살아남은 사과 한 알이,
출처 모를 꾸중에 주눅 들었던
내 마음을 보듬어 주는 듯하다.
‘많이 힘들었지. 좀 모자라도 괜찮아, 좀 못생겨도 상관없어.
여기까지 온 거, 그걸로도 충분해. 잘 해냈고, 잘 살아온 거야...’
사과 두 조각 먹은 힘으로
다시 두 주먹 불끈 잡는다.
쌀쌀한 날씨에 움츠린 몸으로
‘올해가 벌써 다 가네~
해 놓은 것두 없는데....’ 하면서
아쉽고 헛헛하고 조금 서럽기까지 하던,
못난 마음도 단디 다잡는다.
‘올해가 넉 달이나 남았네~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야.
내 앞에 놓인 일들
내 앞에 다가올 일들
모두 모두 두 팔 벌려
힘차게 소중하게 껴안아야지!
날마다 똑같아 보이는 산골살이,
날마다 새로이 길 떠나듯이
오늘도 새롭게 열어 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