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졌지만 쓰러진 게 아니었던
2미터는 훌쩍 넘게 컸던 뚱딴지.
(돼지감자라고도 많이들 부른다.)
8월 집중호우는 어찌 견뎠으나
9월 태풍에는 끝내 쓰러지고야 말았다.
막 꽃피기 시작할 때였는데,
저렇게 왕창 넘어져도 자랄 수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도 됐다.
하나, 둘, 서이 너이...
스러진 줄기마다에
샛노란 색이 보이더니,
이제는 거의 모든 줄기에서
꽃이 피어났다.
참 용하고 장한 뚱딴지.
쓰러졌지만 쓰러진 게 아니었다.
쓰러졌어도 제 할 일을
다 해내고 있었다.
뚱딴지를 볶아 만든 뚱딴지차를
좋아한다. 당뇨 등 건강에도 참 좋고.
저 큰 줄기들이 와르르 넘어졌을 때
올해는 뚱딴지차를 못 먹을 수도 있겠구나,
미리 마음 다잡았더랬다.
늦가을쯤 캐 보아야 알겠지만
저렇게 꽃이 피었으니
땅속에서도 분명 뚱딴지가
잘 자라고 있을 것만 같다.
장독대 옆에 곱게 피어난
뚱딴지 꽃밭을 떠올리면서
아닌 밤중에 뚱딴지같은 결심을
또 하고야 만다.
‘앞으로 힘든 일이 닥칠 때
쓰러졌지만 쓰러진 게 아니었던 뚱딴지를 생각하면서
꼭꼭 잘 이겨 내야지!’
꽃만 보고도 마음이 든든해지니
몸에 좋은 뚱딴지는
마음에도 참 좋은 식물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