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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Sep 22. 2020

참 용하고 장한 뚱딴지

쓰러졌지만 쓰러진 게 아니었던

2미터는 훌쩍 넘게 컸던 뚱딴지. 

(돼지감자라고도 많이들 부른다.)

8월 집중호우는 어찌 견뎠으나 

9월 태풍에는 끝내 쓰러지고야 말았다.


막 꽃피기 시작할 때였는데,

저렇게 왕창 넘어져도 자랄 수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도 됐다.


2미터는 훌쩍 넘게 컸던 뚱딴지들이 9월 태풍에 모조리 쓰러졌다.


하나, 둘, 서이 너이...

스러진 줄기마다에 

샛노란 색이 보이더니,

이제는 거의 모든 줄기에서

꽃이 피어났다.


참 용하고 장한 뚱딴지.

쓰러졌지만 쓰러진 게 아니었다.

쓰러졌어도 제 할 일을 

다 해내고 있었다. 


참 용하고 장한 뚱딴지. 쓰러졌지만 쓰러진 게 아니었다.


뚱딴지를 볶아 만든 뚱딴지차를 

좋아한다. 당뇨 등 건강에도 참 좋고. 

저 큰 줄기들이 와르르 넘어졌을 때

올해는 뚱딴지차를 못 먹을 수도 있겠구나,

미리 마음 다잡았더랬다. 


늦가을쯤 캐 보아야 알겠지만

저렇게 꽃이 피었으니 

땅속에서도 분명 뚱딴지가 

잘 자라고 있을 것만 같다.


장독대 옆에 샛노랗게 피어난 뚱딴지 꽃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장독대 옆에 곱게 피어난

뚱딴지 꽃밭을 떠올리면서

아닌 밤중에 뚱딴지같은 결심을

또 하고야 만다.  


‘앞으로 힘든 일이 닥칠 때
쓰러졌지만 쓰러진 게 아니었던 뚱딴지를 생각하면서 
꼭꼭 잘 이겨 내야지!’

꽃만 보고도 마음이 든든해지니

몸에 좋은 뚱딴지는 

마음에도 참 좋은 식물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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