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일들이 문득문득 벌어질 때

오늘도 둥근 박을 바라봅니다

by 산골짜기 혜원

새하얀 박꽃이 지고

연둣빛 동그란 열매가 맺혔을 때,

신기하고 놀랍고 어여뻐

그 앞에 서서 보고 또 보았어요.


탁구공보다 작던 박이

자라고 또 자라서

핸드볼 공만 하게 매달렸을 때,

복덩이가 굴러 들어온 것마냥

마냥 행복한 웃음이 흘렀어요.


그땐 미처 몰랐죠.

싱그럽게 푸르던 열매가

이렇게나 빨리 생을 마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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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1_163528.jpg 새하얀 박꽃이 지고 연둣빛 동그란 열매가 맺혔을 때, 신기하고 놀랍고 어여뻐서 보고 또 보았어요.


사람살이도 자연살이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문득문득 벌어지네요.


갈색으로 멍이 든 커다란 박 두 덩이가

퍽 하고 땅으로 스러졌어요.


말할 수 없이 허망하였지만

사람 힘으론 어쩔 도리가 없는 일.

땅으로 다시 돌아간 박을 보며

그동안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립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다고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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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1_124040.jpg 탁구공보다 작던 박이 자라고 또 자라서 핸드볼 공만 하게 매달렸건만, 그만 썩어 버리고 말았어요.


마지막 남은 복덩이 하나.

이것마저 썩어 버릴지,

튼실하게 자라서 흥 나게

박탈 시간을 안겨 줄지,

지금은 알 수가 없어요.


그래도 희망을 가져 보려고요.

하나 남은 저 박이 힘껏 자라서

하얀 박속으로 나물 만들고

시원한 국 끓일 시간을

안겨 줄 거라고요.


날마다 박을 보면서

마음에 복을 짓고도 싶어요.

욕심 버리기, 사랑 키우기,

행복 나누기, 건강 지키기....


이 또한 욕심일 수도 있지만

박이 익는 동안

제 마음도 익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큼은

마음에 품고

오늘도 박을 바라봅니다.


20200911_124105.jpg 하나 남은 복덩이 박이 힘껏 자라 줄 거라고 희망을 가져 보아요.


둥근 박이 있기에

코로나가 여전히 지배하는 이 가을이

조금은 덜 쓸쓸하고

조금은 덜 힘겨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이 제 마음에 심어 준

희망과 기다림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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