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와 함께 찾아온 귀촌살이 봄
개구리가 하도 울어 대기에
봄이 오는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경칩이구나.
무심코 바라본 텃밭에
“우와~ 냉이다!”
이 산골짜기에 참말로 봄은
오고야 만 것이었다.
봄을 알리는 향긋한 풀,
봄나물의 대명사 냉이.
나는 눈으로 보고 감탄만 했건만
옆지기 농부님은 캐고 씻고
바지런하게 손을 움직이시네.
캐는 건 금방인데
다듬기는 참말 오래 걸리는 냉이.
국이라도 내가 끓여야지~
멸치, 다시마 우려낸 국물에
된장 풀고 냉이를 훅 던지듯이 넣는다.
역시, 새봄맞이 냉이인지라
연하디연하여 금세 익는다.
1년을 기다려 온 냉잇국.
드디어 한입 넣어 보는데!
“맛있다, 참 맛있다! 정말 맛있다아~”
한두 번 먹어 본 것도 아님서
꼭 처음 맛보는 사람마냥
감탄사가 터지고 또 터지고.
한 사발, 또 한 사발
냉잇국을 들이켜면서
막 감격스럽다.
내가 이 국을 먹으려고
산골에 왔던가, 이런 생각마저 들고.
귀촌 8년 차에 이제 와 새삼스레!
구수하고 향긋한 냉잇국을
두 사발 비워 가는 가운데
내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순간,
온 우주를 나에게 준대도
이 냉잇국하고는 바꾸지 않겠어!’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야무진 그 목소리가 나는 반가웠다.
나물 앞에서 좋아 어쩔 줄 모르던 마음을
실로 오랜만에 느꼈기 때문에.
쌉쌀한 봄나물이
집 나간 입맛을 되찾아 주듯 그렇게,
텃밭 냉이는 하염없이 희미해지고 있던
귀촌살이의 작은 행복을
향긋하게 일깨워 주었다.
흙 위에 납작하게 돋아 있는
그 모습을 보았을 그때부터.
정말이지 이제 와 새삼스럽게
나는 또 다짐을 하고야 만다, 냉잇국 앞에서.
‘자연이 준 선물, 천연의 냉이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나는 꼭
산골살이를 지켜 낼 거야.
8년 전 밭에 있는 냉이를
처음 보며 행복했던 그때 그 마음,
소박했던 그 첫 마음도
꼭 함께 지켜 내고 싶어.’
아~ 맛만으로도 황홀한데
온갖 생각에 다짐까지 마구 끌어내는
냉이는, 정말이지 울트라 캡숑 짱 나물이다.
냉이 없는 봄은
이제 정말 상상할 수가 없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