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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Mar 05. 2021

“온 우주를 준대도 바꿀 수 없는(?)” 봄철 냉잇국

냉이와 함께 찾아온 귀촌살이 봄

개구리가 하도 울어 대기에

봄이 오는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경칩이구나.  


무심코 바라본 텃밭에 

“우와~ 냉이다!”


이 산골짜기에 참말로 봄은

오고야 만 것이었다. 


무심코 바라본 텃밭에 “우와~ 냉이다!”


봄을 알리는 향긋한 풀,

봄나물의 대명사 냉이. 


나는 눈으로 보고 감탄만 했건만

옆지기 농부님은 캐고 씻고 

바지런하게 손을 움직이시네.


캐는 건 금방인데

다듬기는 참말 오래 걸리는 냉이. 

국이라도 내가 끓여야지~  


멸치, 다시마 우려낸 국물에

된장 풀고 냉이를 훅 던지듯이 넣는다. 

역시, 새봄맞이 냉이인지라

연하디연하여 금세 익는다.


캐는 건 금방인데  다듬기는 참말 오래 걸리는 냉이.
말끔히 씻고 다듬은 냉이는 바라보기만 해도 향긋하다.


1년을 기다려 온 냉잇국.

드디어 한입 넣어 보는데!


“맛있다, 참 맛있다! 정말 맛있다아~” 


한두 번 먹어 본 것도 아님서 

꼭 처음 맛보는 사람마냥

감탄사가 터지고 또 터지고.


한 사발, 또 한 사발

냉잇국을 들이켜면서

막 감격스럽다. 

내가 이 국을 먹으려고 

산골에 왔던가, 이런 생각마저 들고.

귀촌 8년 차에 이제 와 새삼스레!


1년을 기다려 온 냉잇국. 드디어 한입 넣어 보는데! “맛있다, 참 맛있다! 정말 맛있다아~”


구수하고 향긋한 냉잇국을

두 사발 비워 가는 가운데 

내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순간, 

온 우주를 나에게 준대도

이 냉잇국하고는 바꾸지 않겠어!’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야무진 그 목소리가 나는 반가웠다.

나물 앞에서 좋아 어쩔 줄 모르던 마음을

실로 오랜만에 느꼈기 때문에. 


쌉쌀한 봄나물이 

집 나간 입맛을 되찾아 주듯 그렇게,  

텃밭 냉이는 하염없이 희미해지고 있던 

귀촌살이의 작은 행복을

향긋하게 일깨워 주었다.  

흙 위에 납작하게 돋아 있는 

그 모습을 보았을 그때부터.


텃밭 냉이는 하염없이 희미해지고 있던 귀촌살이의 작은 행복을 향긋하게 일깨워 주었다.


정말이지 이제 와 새삼스럽게

나는 또 다짐을 하고야 만다, 냉잇국 앞에서. 


‘자연이 준 선물, 천연의 냉이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나는 꼭

산골살이를 지켜 낼 거야. 

8년 전 밭에 있는 냉이를 

처음 보며 행복했던 그때 그 마음, 

소박했던 그 첫 마음도

꼭 함께 지켜 내고 싶어.’ 


아~ 맛만으로도 황홀한데

온갖 생각에 다짐까지 마구 끌어내는 

냉이는, 정말이지 울트라 캡숑 짱 나물이다.  

냉이 없는 봄은 

이제 정말 상상할 수가 없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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