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고르기라는 ‘인내의 강’을 건너며
몇 날 며칠이 걸린 콩 고르기를
끝내 끝냈다.
처음에는 틈틈이 조금씩만 하던 걸
요 며칠은 온종일 이 일에 매달렸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가마니에 차곡차곡 담아 두고 싶었다.
그래야 진정한 콩 농사 갈무리가 될 것이기에.
한두 시간 콩을 만지고 나면
이불에 벌렁 누워야만 했다.
앉아서 하는 일인데도
어깨 허리 팔다리까지
이다지도 힘겨울 줄이야.
시간이 들면 들지
편안히 해낼 거라 믿었건만,
밭일 몇 시간이라도 한 듯이
온몸이 축 늘어졌다.
그래도 다시 불끈 일어나 콩을 고른다.
매끈매끈 동글동글 콩들 사이에서
썩은 콩, 쭈그러진 콩, 납작한 콩을
쏙 잡아서 톡 덜어내면 속이 후련하다.
교정지에서 오탈자 골라내는 기분 비슷하달까.
힘들어서 그렇지 지루할 틈은 없는
중독성(?) 있는 일감이었다.
어깨가 무너질 듯 아플 때면
나지막이 주문을 외웠다.
“나무아미콩불~”
마음 좋은 어느 선생님이
콩 고르기에 지친 나에게
응원과 위로 겸, 선물처럼 안겨 주신 말씀이다.
“썩은 콩 고르면서 썩은 마음도 골라 보라”던
옆지기 이야기와 딱 어울리는 주문 같아서
콩을 볼 때마다 ‘나무아미콩불’을 마음으로 자주 읊었다.
주문은 끝이 없어 보이는 일을
끝까지 마주하는 길에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생전 처음 해 본 콩 고르기.
모든 콩알을 손바닥에 올려 선별하는 이 작업이
너무나 원시적이라는 생각에
답답하고 한심한 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건너야 했다.
콩 고르기라는 ‘인내의 강’을.
다른 길은 없었다.
옆지기와 힘 모아
마침내 그 강을 건넌 날.
뿌듯함일지 후련함일지
어쩌면 조금은 서러움일지도 모를
감정들이 나를 감싼다.
이렇게 2021 콩 농사를 마무리 짓는다.
아따메~
쉬운 농사가 없다.
사는 일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