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골짜기 혜원 Dec 13. 2021

주문을 외워 보자 “나무아미콩불~”

콩 고르기라는 ‘인내의 강’을 건너며

몇 날 며칠이 걸린 콩 고르기를 

끝내 끝냈다.


처음에는 틈틈이 조금씩만 하던 걸

요 며칠은 온종일 이 일에 매달렸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가마니에 차곡차곡 담아 두고 싶었다. 

그래야 진정한 콩 농사 갈무리가 될 것이기에.


한두 시간 콩을 고르고 나면 밭일 몇 시간 넘게 한 듯이 온몸이 축 늘어졌다.


한두 시간 콩을 만지고 나면

이불에 벌렁 누워야만 했다. 

앉아서 하는 일인데도

어깨 허리 팔다리까지

이다지도 힘겨울 줄이야. 


시간이 들면 들지

편안히 해낼 거라 믿었건만, 

밭일 몇 시간이라도 한 듯이

온몸이 축 늘어졌다. 


그래도 다시 불끈 일어나 콩을 고른다. 


매끈매끈 동글동글 콩들 사이에서

썩은 콩, 쭈그러진 콩, 납작한 콩을

쏙 잡아서 톡 덜어내면 속이 후련하다. 

교정지에서 오탈자 골라내는 기분 비슷하달까.

힘들어서 그렇지 지루할 틈은 없는

중독성(?) 있는 일감이었다.


교정지에서 오탈자 골라내는 기분 비슷하달까. 콩 고르기는 힘들어도 중독성(?) 있는 일감이었다.


어깨가 무너질 듯 아플 때면

나지막이 주문을 외웠다. 


“나무아미콩불~”

마음 좋은 어느 선생님이 

콩 고르기에 지친 나에게 

응원과 위로 겸, 선물처럼 안겨 주신 말씀이다.


“썩은 콩 고르면서 썩은 마음도 골라 보라”던 

옆지기 이야기와 딱 어울리는 주문 같아서

콩을 볼 때마다 ‘나무아미콩불’을 마음으로 자주 읊었다.  

주문은 끝이 없어 보이는 일을

끝까지 마주하는 길에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


생전 처음 해 본 콩 고르기.

모든 콩알을 손바닥에 올려 선별하는 이 작업이

너무나 원시적이라는 생각에

답답하고 한심한 순간도 많았다.

그럼에도 건너야 했다.

콩 고르기라는 ‘인내의 강’을.

다른 길은 없었다.


모든 콩알을 손바닥에 올려 선별하는 이 작업이  너무나 원시적이라는 생각에  답답하고 한심한 순간도 많았다.


옆지기와 힘 모아

마침내 그 강을 건넌 날. 

뿌듯함일지 후련함일지 

어쩌면 조금은 서러움일지도 모를

감정들이 나를 감싼다. 


이렇게 2021 콩 농사를 마무리 짓는다. 


아따메~

쉬운 농사가 없다. 

사는 일처럼 그렇게. 


검고 동글한 서리태. 콩 고르기를 마친 이제야 2021년 콩 농사를 드디어 마무리 짓는다.


작가의 이전글 “삶에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