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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골짜기 혜원 Jan 12. 2022

십 대를 위한 책에 꽂힌, 40대의 마음

우리 모두를 위한 자기 자비 연습_나는 나를 돌봅니다

내게 소중한 어느 십 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래서 읽었다, <나는 나를 돌봅니다>.

여기 담긴 글이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먼저 살피겠다는 조금은 딱딱한(?) 목적으로.  


이를 어쩌나, 정말 이를 어쩌나. 

내가 책 속에 푹 빠져 버린 나머지

이걸 주고팠던 그 십 대는 그만 까맣게 잊어버렸다. 


사십 대인 내 마음을 속속들이 건드린, 십 대를 위한 책 '나는 나를 돌봅니다'.


처음엔 좀 어리둥절했다. 

‘십 대를 위한 자기 자비 연습’이라고 

부제로까지 밝혀 놓았는데,

어떻게 사십 대인 내 마음을 이리도 

속속들이 건드릴 수가 있는지.  


‘내가 아직도 많이 어린 걸까.’



괜스레 씁쓸했다가, 


‘아니야, 자기를 아끼고 보살피는 연습은 온 세대에게 공통으로 어렵고 힘든 일일 거야. 그래서 나한테도 와닿는 거겠지.’


요렇게 마음 편히 생각을 바꾸곤 마음껏 책에 나를 맡겼다.  


“감정을 대할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평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 가뜩이나 괴로운데 그런 나를 미워함으로써 괴로움을 늘린 적이 없었는지 떠올려 봐요. 이런 생각이 들 때에는 먼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감정은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일 뿐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봅시다. 여러 감정들이 몰려든다는 것은 내 마음이 나를 지키기 위해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_38쪽


“많은 괴로움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나를 괴롭히기 때문에 발생하곤 합니다.”_45쪽 


바로 옆에서 들려주듯이 조근조근 다정한 이야기를 마주하며

자주 울컥했다. 


‘분노, 슬픔, 원망, 자책….’

지금도 내 안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을, 못내 아팠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나를 지키고자 일어났을 그 마음을 보듬고 지켜 주기보다는

다그치고 원망만 했던 내가 많이 어리석었구나, 

정작 내가 나를 괴롭게 했구나….  


‘도대체 왜, 왜! 그랬을까!!’

사무치는 후회로 스스로를 갉아먹던 

그때의 나를, 그 마음들을 이제라도 한껏 안아 주고만 싶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애달픔 속에 흐르는 평온함….  

아늑하다. 

이런 게 ‘자기 자비’로 만나는 따스한 느낌일까.


“많은 친구들이 목표에 대해서는 엄청 많이 생각하지만 포기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편인데요, 이번 기회에 내려놓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_118쪽


“못하는 게 있으면 안 된다고 강박적으로 애쓰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무리해서 잘 해내려는 것 또한 문제가 됩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까지나 ‘나를 위해서’, 내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므로 내 몸과 마음을 갈아 넣어 가면서까지 열심히 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잘할수록 불행해지고 몸이 망가진다면 굳이 잘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이지요.”_119쪽


나를 옥죄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내달려 온 2021년. 

잘하려고 애쓰기보단 잘못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발버둥 쳤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 새로운 무엇을 꿈꾸기에 앞서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먼저 되돌아보아야겠다. 


나를 강박하는 것,

나를 무리하게 하는 것,  

나를 갈아 넣게 하는 것. 

그리하여 나에게 행복을 덜어 내는

바로 그것들부터 던져 버리는 일. 


사십 대인 나를 위한 ‘자기 자비 연습’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지.     


힘들어하는 나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하기. 책을 덮으며 자기 자비 연습을 시작해 본다.


“이제부터 내가 나의 좋은 친구가 되면 어떨까요?”_17쪽


“그때의 저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생각이 많고 경험을 통해 배우며 잘 성장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물론 쉽지 않은 일도 많을 테고, 실패도 많이 할 거라는 얘기도 빼놓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채찍을 내려놓고 네가 너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면 어떤 일이 생겨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토닥여 주고 싶어요.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이죠.”_150쪽


힘들어하는 나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하기,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를 이해해 주기, 

나를 평가하지 말기. 


<나는 나를 돌봅니다>에서 알려 준 

‘자기 자비’에 다가서는 길을 차곡차곡 마음에 담는다.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내가 미워질 때는 특히 더!    


어느 날 말없이 이 책을 사 들고 온 옆지기한테 

뒤늦게 부끄럽고도 고맙다.

(그땐 대뜸 핀잔부터 했더랬다. 뜬금없이 웬 ‘십 대’ 책이냐면서. ) 


무엇보다 이 책을 열도록 나를 이끈,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을

겪으며 살고 또 살아야 하는 

그 아이한테 꼭 들려주고 싶다.


사십 대인 내 마음까지도 애틋하게 돌봐 준 

‘십 대를 위한 자기 자비 연습’ 이야기를.

멀리서나마 우리가 너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또

깊이 사랑하고 있노라고, 

이 책을 빌려서라도 간절히 말해 주고 싶다. 

내 사랑하는 어느 십 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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