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째로 외우고만 싶은 책 한 권,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하염없이 밑줄을 긋다 못해
한 권을 통째로 외우고만 싶다는 충동.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이런 책을 만났다는 건
선물을 넘어 축복 같은 순간!
“사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죠?”
책 맨 앞에 나오는 글귀부터 무척이나 의미심장하게 와닿던,
자석처럼 손에서 떨어지지 않던 책.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를
보는 내내 감탄했고 감동했다.
살면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불안, 고통, 슬픔.
그럼에도 견디고 살아야 하는 까닭,
그러면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멀고도 가까운 여러 갈래 길.
이토록 깊고 넓은 이야기를
이처럼 평온하고 정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니.
다독이듯 포근하게 퍼지는
글쓴이의 목소리는
불경인 듯 성경인 듯
내 마음에 잔잔하게 울리고 스몄다.
지금의 나를, 지나온 나까지도
껴안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정하게 보듬어 주었다.
“좋은 책은 굳어진 나를 흔들어놓고 출렁이게 한다. 그 출렁임이 다른 출렁임과 만나 더불어 출렁일 때 자신의 견고한 아집이 무너지고, 우리는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_80쪽
“좋은 글은 독자를 설득한다. 독자는 단지 머리로만 이해한다고 설득되지 않는다. 모든 글의 최종 목적은 감동이며, 감동은 온전히 설득된 자에게 밀려오는 정념이다. 진정한 감동은 내 몸과 영혼이 바뀌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다.”_103쪽
책에는 여는 글을 포함하여
모두 마흔일곱 편이 담겨 있다.
그 모든 이야기에
온전히 설득되고, 진정으로 감동받기.
쉽게 다가오지 않을
이 특별한 경험을 짜릿하게 맛보았다.
책을 보는 동안 그러했으며
다 읽은 지금도 그렇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고귀한 삶이란 타인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이전의 자신보다 나은 삶이다.”_100쪽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열정은 자유롭고 자유는 불안하다. 타성과 관성이 아니라 불안과 열정이 이끄는 곳에 삶의 의미가 있다.”_ 132쪽
한 권 책을 열며, 보며
무슨 큰 기대를 걸진 않는다.
재밌으면 좋겠고
상한 마음 위로받길 바라기도 하지만
그저 시간을 때울 수만 있어도
나는 책이 고맙고 또 필요하다.
삶과 예술, 책과 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들을
나직하고 울림 있게 전하는 책.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나에게 재미와 위로를 넘어 용기와 힘을 주었다.
포근하게 나를 덮어 주고 감싸 주는 느낌이었다.
고단하고 지치고 지겹고 또...
산골에 살며 불쑥불쑥 엄습하는 온갖 불안한 마음들을
끌어안음과 동시에 떨쳐내면서
내게 오는 하루하루를
열정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내일 아침부터는 이렇게 외치며
힘차게 이불을 박찰지도 모르겠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