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산골살이 ‘오늘도 균형’을 꿈꾸며
구례에서 만난 작고 알찬 공간
그 이름도 정겨운 ‘봉서리 책방’.
거기서 눈에 딱 들어온 책을 보았나니
바로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느꼈다.
아~ 내가 지금 무척이나 바라는 그것은
오롯한 ‘삶의 균형’이로구나!
균형이라는 흔한 낱말이
이토록 매력 있게 느껴진 적이 또 있을까 싶었다.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이 펼친 ‘조화로운 삶’을
소박하게 꿈꾸며 살아왔으나
그 경지는 여전히 아득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비틀거리지 않고
휘둘리지도 않으며
스스로 앞가림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리건만,
이 또한 가도 가도 끝없는 길처럼 멀기만 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명확히 구분되는 점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 그런데 농사는 일도 일이지만, 일할 시간이나 체력이 부족해 대충 때우는 날도 있다.」_<시골살이, 오늘도 균형>(136쪽)에서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농사일은 모든 과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 눈에는 이런 작물들이 ‘노동력 대비 생산성’의 관점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과한 노동을 들여야 하는 무언가라기보다 내가 보살펴야 하는 것 중 하나, 나와 식구들이 먹을 귀한 음식으로 보인다.」_<시골살이, 오늘도 균형>(244쪽)에서
이 문장들을 보면서 무릎을 탁 쳤네.
내 처지랑 비슷하게 다가와서는.
살림집과 밭이 맞닿아 있는 우리 삶터.
멀리 가지 않으니 농사짓기는 참 좋다만
현관문만 나서면 온통 일거리가 눈에 밟히는지라
전업농도 아니면서 늘 밭일에 치이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러구러 밭과 더불어 살아올 수 있던 건
건강한 채소와 곡식 조금이나마
스스로 길러서 먹고 둘레와 나눌 수 있다는,
그 어떤 것과도 견주기 어려운
기쁨과 보람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산골살이를
균형 있게 꾸릴 수는 없는 일.
일자리를 알아볼까
농산물을 팔아 볼까
농어촌민박을 다시금 시작해 볼까.
자연을 벗어나지 않고서 먹고살 길들을
궁리 또 궁리해 보지만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아니 되고….
귀촌 십 년이나 된 지금도
어느 것 하나 선명하게 밑그림을 그려내지 못한 채
애꿎은 통장 잔고를 파먹으며 살자니
사라지는 건 돈뿐만이 아니라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희망마저도
자꾸만 내 곁을 떠나간다.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을 읽으면서
계속 이러면 안 되겠구나
진짜 정신을 많이 차려야겠구나,
산골살이에 균형을 잡기 위해서
‘뭐라도’가 아니라 ‘뭐든’
길을 만들고 열어야겠다는
작은 용솟음이 꿈틀거린다.
좀 더 기운을 얻어 보고자
다른 책 하나를 펼쳤다.
‘삶의 터전으로 지리산을 선택한 스물다섯 명의 이야기’
를 담은 <어디에나 우리가 1>.
도시를 떠나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처음부터 끝까지 죽 마음에 담고 나니
어설프게 감정이입이 된 나머지
다들 조금씩은 힘겨워 보인다.
「지금도 제가 좀 낯설어요. 극단에 있는 외향형이었는데, 지금은 내향형 쪽으로 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 너무 불편해요. 진짜 외향이었는데…. 지금 이게 나 같지 않고 ‘아, 내향형 사람들 이렇게 살았구나’ 싶어요. (웃음)」
「외향인으로 살 때 겪게 되는 수모와 감당하지 못할 상황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나대지만 않았어도…’ (웃음) 이런 게 반복되니까 자연스럽게 내향적 선택을 하는 거예요. 내부에선 분출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얌전히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그 말이 너무 공감돼요. 아, 이게 내향인의 삶인가.」_
<어디에나 우리가 1>(65~66쪽)에서
특히나 이렇게 주고받는 대화는 뜨끔하게 서글펐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나로서 나답게 살고 있는 걸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것,
이 책이 지닌 힘일 거라 여기며 계속 글자를 따라가 본다.
“해봐. 하다 보면 네가 알게 될 거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정말 하다 보니까 알게 됐어요. ‘이건 결국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구나.’ (133쪽)
즐거운 일을 했으면 좋겠다. 되도록 내 삶은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조건에서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정했던 걸 잃지 않고, 내가 나인 채로 계속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144쪽)
그때 배웠던 게 “밥을 잘 챙겨 먹어야지, 귀찮다고 끼니 거르고 그러면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고, “밥 하나 잘 챙겨 먹는 데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니까 집에서 끼니 거르지 말고.” 이 말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195쪽)
뭐든지 ‘한다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는 것 같아요. 실패해도 ‘하는’ 거니까요. (212쪽) 언제나 일이 잘 안 되더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새는 있는 것 같아요. (…)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일단 해보려고 하는 것. (251쪽)
_<어디에나 우리가 1>에서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서
어렵고 버거워도 계속 무언가를 해내고
만들어 내는 사람들.
그들이 펼치는 삶이 곧 ‘희망’과 ‘용기’가 되어
내 안에 스미는 걸 느낀다.
<어디에나 우리가 1>을 덮으며
다른 건 몰라도 밥만큼은
꿋꿋이 챙겨 먹고자 애쓰는
나를 기쁘게 응원해 주고 싶었다.
(밭일 못지않게 가사노동도 할 때마다 힘드니, 나만 그런가….)
마음도 굳게 다잡는다.
나답게 나로서 재밌고 즐거운 일을 찾아
힘들어도 물러서지 않을 각오를 다지되,
실패해도 괜찮다는 너그러움으로
이 산골에서, 우리 삶터에서
적게 벌어도 잘 살 수 있는 길을 내자, 만들자!
이리 흔들 저리 뒤뚱거리는 가운데
산골에서 만난 두 책
<시골살이, 오늘도 균형>
<어디에나 우리가 1>.
덕분에 마음속 균형추가
조금은 잡힌 것도 같다.
고맙고 다행스럽고 힘도 나고!^^
종일 비가 많이도 쏟아진다.
모두들 큰비에 무탈하기를 바라며
저녁밥 준비하러 일어나야겠다.
날마다 밭에서 난 것들과 더불어
집밥 만들고 먹는 삶,
산골살이 균형은 여기서부터 시작이 아닐까.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신나게 부엌으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