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골짜기 혜원 Jul 26. 2023

마음속 붓기도 가라앉혀 줄 여름 옥수수의 맛!

여름이 준 선물, 작은 농사가 준 행복 

옥수수가 익는다.

연분홍빛부터 갈색으로 바싹 마른 옥수수수염.

꼭 긴 곱슬머리 같기만 해서 자꾸 눈이 간다.  


뚝, 뚝. 

옥수수를 따서 쪄서 먹는다. 

올여름 첫 옥수수, 

고소하고 달콤하고 

담백하고 쫄깃하고 또, 또.... 


연분홍빛부터 갈색으로 바싹 마른 옥수수수염.  꼭 긴 곱슬머리 같기만 해서 자꾸 눈이 간다.


이것은 여름의 맛인가,

아침부터 이 밭 저 밭 김매며 흘린 땀의 맛일까,

두 끼는 먹을 요량이던 내겐 좀 많은 옥수수를

점심 한 끼로 죄다 몸에 들였다. 


다 먹은 뒤에서야 알았다.

얼굴부터 온몸에 땀이 가득하다는 걸.

먹을 땐 땀이 나는지도 모를 만큼

오로지 옥수수와 나, 둘만 있는 세상 같았다.  


내일은, 내일도 밭으로 가야지.

오늘은 힘도 달리고

비도 마침 와 주시고 하여

애써, 다행히 밭일을 멈추기는 하였으나

이 풀 저 풀 가득한 텃밭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여름의 맛, 여름 옥수수를 먹을 땐 땀이 나는지도 모를 만큼  오로지 옥수수와 나, 둘만 있는 세상 같았다.


들쭉날쭉 장맛비님 오시기 전에 

냉큼 열심히 밭을 매고서

나는야 또다시 옥수수를 따고프다. 


여름이 준 선물을

작은 농사가 주는 행복을

그 아름다운 옥수수의 맛을,

기쁘게 내 입과 몸에 모셔 들이고 싶다. 


밤이면 밤마다 찾아드는,

먹고사는 일의 버거움과

시골에서 농촌에서 산골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떡하면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진지하고 깊숙하고도 절절한 

고민과 갈등, 애잔한 몸부림까지도

여름 옥수수가 녹여 주고 풀어 줄 것만 같다. 


몸의 붓기를 내린다는 옥수수.

마음속 붓기도 함께 가라앉혀 줄 거라고 믿어 보련다. 


여름 옥수수 덕분에 이 계절을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고 싶어졌다.


지긋한 장맛비 끊임없고

잠시라도 비 그으면 훅 더워지는,

습하고 더운 이 계절과

지루하게 꿉꿉한 이 하루하루를

심고 기르고 거두어 먹는

여름 옥수수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고 싶어졌다. 


옥수수가 참 이쁘게 고마운

칠월의 어느 촉촉한 날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