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게 고마운 《살짜쿵 휴양림》 문학나눔 선정 소식과 함께
가을이면, 가을이 지나갈 때면
텃밭 가을걷이에 마음만 바쁘고,
훌쩍 추워진 산골 아침을 맞으며
이 겨울은 또 어찌 날까 때 이른 걱정이 찾아들곤 해요.
그러다 따사로운 한낮 햇살 아래서
이것저것 거두고 말리다 보면
하루가 이러구러 저물곤 합니다.
가을의 절정이자 마무리가 될
십일월 첫날을 맞이하여,
실하게 자란 텃밭 무로 무생채를 만들었습니다.
한 손에 잡히는 어여쁜 무.
속살도 뽀얗게 곱더랍니다.
오랜만에 하는 음식이라 왠지 낯설어
인터넷으로 만드는 법 찾아가며
정성껏 썰고 무치면서
올가을 첫 무생채를 밥상에 들였어요.
맛은 아직 덜 들어서요,
아삭하게 씹히는 맛에 기대어
몸에 소중하게 들였습니다.
가을무는 보약이라고 하니까
먹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이 가을,
제 마음에 보약처럼 다가온 소식 하나가 있어요.
지난 6월에 나온 제 책 《살짜쿵 휴양림》이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야기에
뭔가 믿기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문학나눔을 펼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누리집에 찾아가 보았습니다.
정말이네요!
생각지도 못한 선물 앞에서
살짝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사는 일에 충만한 듯
사는 아픔에 쓰라린 듯….
괜찮다가 덜 괜찮다가, 하면서
들쑥날쑥한 산골살이에
힘과 용기를 주는 듯합니다.
슬슬 해 저물 때가 다가옵니다.
마당에 널어 둔 것들 밤이슬에 젖지 않도록
차곡차곡 거두어들일 시간이에요.
양은 얼마 되지 않아도
때마다 이렇게 몸 부리자면
많이 번거롭고 힘도 들거든요.
그래도 이 과정이 있어야
가을걷이 갈무리가 기본은 되니까요.
보약 같은 무생채 먹은 힘으로
씩씩하게 움직여 보렵니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무청이 하늘거립니다.
싱그럽게 아름답네요.
제게 온 이 하루와
다가올 새 나날들처럼요!